"세탁기 할인코드 오류, 재입금하세요" 이렇게 600만원 뜯겼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22 14:50

업데이트 2022.06.22 15:56

소비자 A씨는 지난 5월 말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세탁기를 사기 위해 201만 원을 특정계좌로 이체를 했다. 그러나 A씨는 이후 판매업체로부터 “돈을 다시 보내라”는 답을 들었다. “송금 시 입금자명과 함께 입력하도록 한 할인코드가 소문자가 아닌 대문자로 입력돼 전산상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이후 A씨는 두 차례나 같은 금액을 입금했으나 업체는 “확인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세 차례에 걸쳐 총 603만 원을 입금한 A씨가 항의하자 판매업체는 오히려 “영업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해왔다.

해외에 서버 둔 사기 쇼핑몰 피해 ‘급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서울시는 22일 “오픈마켓에 상품을 싸게 올린 후 추가할인을 미끼로 소비자를 사기 사이트로 유인하는 사기 온라인쇼핑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이들 대부분은 물건값을 입금할 때 입금자명에 이름과 할인코드·추천인 아이디를 입력하도록 했다가 입금 후엔 “코드가 잘못됐다”며 재입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지난 1월 온라인에서 스마트워치를 구매하려고 했던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B씨는 1월 24일 새벽 38만 원을 입금했지만, 당일 10시경 “할인코드를 정확히 입력해 재입금하라”는 업체 측의 답변을 들었다. “처음 입금한 금액은 돌려주겠다”는 말에 안심한 A씨는 추가로 돈을 보냈지만 업체 측은 “또 오류가 생겼다”며 재입금을 요구해왔다.

피해액 작년의 256% 넘어서…88.9%가 ‘해외서버’

도메인 등록사이트에서 해외에 서버를 둔 사기 온라인 쇼핑몰 도메인을 확인해보면 이처럼 국가명이 해외로 표시되거나 운영자, 회사명 등이 비공개(REDACTED FOR PRIVACY)로 표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

도메인 등록사이트에서 해외에 서버를 둔 사기 온라인 쇼핑몰 도메인을 확인해보면 이처럼 국가명이 해외로 표시되거나 운영자, 회사명 등이 비공개(REDACTED FOR PRIVACY)로 표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

피해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국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기 사이트 피해액은 올해 5월까지 1억4851만 원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전체 피해액(5780만 원)의 256%를 넘어섰다. 특히 올해 피해액 중 88.9%(1억3201만 원)가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서 발생했다. 5년 전인 2017년(55만원)보다 피해액이 240배 늘었다.

피해 건수도 올해 들어 급격하게 늘었다.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서버가 해외에 있는 사기 사이트 피해 건수 총 32건 중 40.1%(13건)가 올해 발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사기 판매 글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중고나라 등 개인 간 거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해외서버 사기 사이트, 폐쇄도 구별도 어려워

해외에 서버를 둔 사기사이트의 경우 폐쇄가 어려워 소비자들이 주의하지 않으면 피해를 예방하기 쉽지 않다. [사진 PxHere]

해외에 서버를 둔 사기사이트의 경우 폐쇄가 어려워 소비자들이 주의하지 않으면 피해를 예방하기 쉽지 않다. [사진 PxHere]

문제는 해외에 서버를 둔 사기 사이트의 경우 폐쇄가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신고된 사기 사이트 154개 중 서버가 해외에 있는 52개(33.8%)는 폐쇄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조심하지 않으면 피해를 예방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개별 소비자들이 사기 사이트를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이 한글로 제품을 설명하는 데다 고객센터도 국내번호인 ‘010’을 쓰고 있어서다. 사이트 하단엔 도용한 사업자등록번호나 사업자 주소가 표시된 경우가 많고, 카카오톡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기 사이트 등록 확인하고 신용카드 할부를”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홈페이지에서 사기사이트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홈페이지에서 사기사이트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 관계자는 “상품 구매 전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 홈페이지에서 해당 사이트가 사기 사이트로 등록돼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사기 사이트에 표시된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해보거나 더치트 홈페이지에서 판매자 계좌번호·전화번호로 기존에 사기 피해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도 추천했다.

서울시는 “후이즈, 도레지 등 도메인 등록사이트에서 해당 도메인 상세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예방법 중 하나”라며 “서버가 해외에 있는 사기 사이트는 운영자, 회사명, 주소 등이 비공개(REDACTED FOR PRIVACY)로 표시되거나 국가명이 한국(KR)이 아닌 다른 국가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송금 시 추천인 코드나 할인 코드를 입력하도록 하는 사이트는 거래를 피하라”며 “제품 구매 시 계좌 이체보다는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를 하면 할부항변권을 이용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고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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