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사, 표암, 겸재 이런 작품이? 고미술 애호가들이 놀랐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22 14:29

업데이트 2022.06.22 17:54

'수류화개'전에 공개된 겸재 정선의 '일가정'. 26.0x29.0cm.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수류화개'전에 공개된 겸재 정선의 '일가정'. 26.0x29.0cm.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단원 김홍도의 석매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단원 김홍도의 석매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표암 강세황의 채색 소품 20점이 수록된 화첩 『수채(受彩)』. 다양한 소재와 채색 기법으로 그린 그림들함께 모았다. 책 크기는 26.5x22.7cm이며 수록 그림의 크기는 각각 다르다. .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표암 강세황의 채색 소품 20점이 수록된 화첩 『수채(受彩)』. 다양한 소재와 채색 기법으로 그린 그림들함께 모았다. 책 크기는 26.5x22.7cm이며 수록 그림의 크기는 각각 다르다. .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겸재 정선(1676~1759 )의 그림 '일가정(一架亭)', 표암 강세황(1713~1791)의 채색 소품 화첩 『수채(受彩)』, 단원 김홍도(1745~1806)의 석매도(石梅圖),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다양한 글씨···.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작품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서울 백악미술관, '수류화개'
개인 소장가들 작품 90여 점
표암 화첩부터 추사 글씨까지
"고미술 더 가까이 다가와야"

최근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을 찾았던 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동안 쉽게 볼 수 없던 고미술 작품이 한자리에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개막한 '수류화개(水流花開)' 전이 화제다. 1, 2층 전시장에서 조선시대 내로라하는 서화가(書畫家)들의 그림과 글씨, 화첩, 서책 등 90여 점을 제법 큰 규모로 선보이고 있다. 표암, 겸재, 단원의 그림을 비롯해 하나하나 거장들의 작품인데, 그동안 박물관이나 교과서에서 접해온 그림과 글씨가 아니다. 오랫동안 개인 소장가들이 간직해온 희귀작들이다.

예를 들면, 강세황의 채색화 소품 화첩『수채(受彩)』는 십수 년 전에 일본 경매를 통해 국내로 들어왔지만, 그동안 국내서 공식적으로 소개된 적이 없다. 이번이 첫 공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겸재의 '일가정', 단원의 '석매도' 역시 일반에 공개된 기록이 거의 없다. 이전에 국립중앙박물관 등 소수 전시에서 일부가 전시됐던 임전 조정규( 1791~?) 금강산도는 이번에 8폭 전체가 다 나왔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정보개발원(대표 윤철규)이 주최한 애호가 전시다. 개인 소장가들이 "과거 인사동에서 고미술 애호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듯이 일반 관람객이 고미술을 가까이 접할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데 뜻을 모으며 작품을 꺼내놓은 것이다. 그게 90점이 넘었다. 이번에 작품을 내놓은 소장가는 총 7명으로, 국내 유명화가 3명과 서예가 등 면면이 다양하다.

1층 전시장엔 표암과 단원 이외에도 시산 유운홍(1797~1859)의 산수, 해부 변지순(1780 이전~1831 이후)의 '노송도(老松圖)와 우죽도(雨竹圖)가 나왔고,  2층 전시장엔 조선 중기 대학자 퇴계 이황(1501~1570)부터 조선 중기 명필가 황기로(1521~1567 ), 후기 이광사(1705 ~ 1777)의 글씨도 나왔다.

강세황의 『수채(受彩)』

표암 강세황의 채색 화첩 『수채(受彩)』의 한 부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표암 강세황의 채색 화첩 『수채(受彩)』의 한 부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강세황의 『수채(受彩)』.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강세황의 『수채(受彩)』.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표암의 글씨와 그림(1층), 추사의 다양한 글씨(2층)다. 표암이 중국 북송의 서예가 미불(米芾) 글씨를 평하며 쓴 글부터 서간첩(간찰 7통 수록), 매죽도와 산수도 등 작은 그림들이다.

『수채(受彩)』화첩엔 표암이 소재와 채색에 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표암은 처음에 남종문인화의 모방작을 그리다가 후기에 음영법 등 서양의 수채기법을 산수화에 접목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립했다. 전시를 기획한 윤철규 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는 "이 화첩은 일제강점기 이왕직 장관을 한 민병석(1858~1940)이 소장했던 것"이라며 "약 십수 년 전 일본 경매에서 사들여 국내로 들어온 뒤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괴석도(怪石圖)와 산수 

 석당 이유신(미상, 18세기)의 '창옥병(蒼玉屛). 포천 지역 기암 진경산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석당 이유신(미상, 18세기)의 '창옥병(蒼玉屛). 포천 지역 기암 진경산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시산 유운홍의 '산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시산 유운홍의 '산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조선 전기 명필가들의 글씨를 모아놓은 서첩. [사진 이은주]

조선 전기 명필가들의 글씨를 모아놓은 서첩. [사진 이은주]

백악미술관 '수류화개'전에 소개된 추사 관련 글씨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백악미술관 '수류화개'전에 소개된 추사 관련 글씨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원교 이광사(1705~1777)의 글씨. 이상은의 시다. [사진 이은주]

원교 이광사(1705~1777)의 글씨. 이상은의 시다. [사진 이은주]

괴석과 대나무, 난초를 그린 그림도 다양하다. 괴석도는 표암이 그린 것부터 황산 김유근(1785~1840), 애춘 신명연(1808~1886). 심전 안중식(1861~1919), 학석 유재소(1829~1911)가 그린 것이 나란히 걸렸다. 탄은 이정(1554~1626), 자하 신위(1769~1847), 해강 김규진(1864~1933)의 묵죽도,석파 이하응(1820~1898) 과 운미 민영익(1860~1914) 의 묵란도도 볼 만하다.

전시를 본 유홍준 명지대 명예교수(전 문화재청장)는 "그동안 고미술 애호가들이 볼 만한 전시가 거의 없었는데 모처럼 좋은 고서화를 한데 모아 말 그대로 고미술의 향연이 열렸다"고 말했다. 유 명예교수는 이어 "보물급은 아니어도 추사 글씨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과 더불어 단원의 석매도, 김유근의 괴석도, 석당 이유신(미상, 18세기)의 '창옥병(蒼玉屛· 포천 지역 기암 진경산수)', 시산 유운홍(1797~1859 )의 산수가 인특히 좋았다"고 덧붙였다.

2층엔 추사의 예·행서 작품을 비롯해 산천 김명희(1788~1857), 금미 김상희(1794~1861) 추사 삼형제의 글씨가 나란히 걸렸다. 또 추사 이전에 유명했던 명필가 이광사(1705~1777), 이광사보다 앞선 시기의 석봉 한호(1543~1605)과 퇴계의 글씨를 볼 수 있다.

18일 전시를 관람한 초정 권창륜(79) 서예가는 "추사의 글씨 하나하나엔 깐깐하면서 내공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며 "추사의 다양한 글씨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는 "추사의 쌍폭 대련 등 기존에 공개된 몇 작품을 제외하곤 이번 전시에 새로운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며 "황기로, 양사언, 백광훈, 이산해 등 기라성같은 조선 전기 명필가들의 글씨를 모아놓은 서첩(명인서첩)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큐레이터는 이어 "작품을 상세히 해설해주는 자료가 없는 게 매우 아쉬웠다"면서도 "근 10여년 만에 조선 글씨와 그림을 동시에 보여준 전시로, 우리 미술이 어디로 가야 할지 깨달음을 주는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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