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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폭탄’ 본격화?…대출금리 0.5%p 뛰면 DSR 1.8%p 높아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경제가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며 ‘이자 폭탄’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가계와, 빚을 내 버티는 자영업자 등이 이자를 감당하기 버거워질 수 있어서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며 ‘이자 폭탄’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가계와, 빚을 내 버티는 자영업자 등이 이자를 감당하기 버거워질 수 있어서다. 연합뉴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한국 경제가 ‘이자 폭탄’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가계와, 빚을 내 버티는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다.

한국은행은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부채+기업부채)의 비율은 219.4%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며 전 분기(219.5%)보다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1년 전(215.2%)보다는 4.2%포인트 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제는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커지는 가계의 상환 부담이다. 전체 가계의 소득과 대출이 지난 1분기와 동일한 수준이라는 가정하에 평균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전체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021년 말(37.1%)보다 1.8%포인트 증가한 38.9%로 늘어난다고 한은은 추정했다.

만약 가계의 소득이 지난 1분기보다 0.5%포인트 줄어들고, 대출은 0.5%포인트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DSR은 7.1%포인트 증가한 44.2%로 높아진다.

가령 매년 6000만원(중위소득)을 버는 직장인 A씨가 30년 만기의 주담대(원리금 균등상환) 3억7300만원을 받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A씨의 DSR은 총 37.05%로, 다달이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는 185만원가량이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경우 A씨의 DSR은 39.27%로 한은이 추산한 평균치(1.8%포인트)보다 더 많은 2.17%포인트 높아진다. 다달이 갚아야 할 원리금과 이자는 196만원으로 늘어나 대출금리 상승 전보다 매달 11만원의 부담이 더 커진다. 연간 132만원의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한은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에 따른 국내외 정책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투자) 위험 선호 변화 등이 자산가격의 급격한 조정과 취약차주의 부실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불어나는 이자에 ‘영끌족’, 자영업자 부담 증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부실 위험이 커지는 건 부풀어 오른 빚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859조4000억원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이 전체 가계대출의 67%(1246조3000억원)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64.7%)보다 2.3%포인트 높아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상황 속 대출금리가 오르면 주거비 부담 등이 커지면서 가계의 소비를 제약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도 늘며 부실 위험도 커진다.

불어나는 이자에 또 다른 ‘약한 고리’는 자영업자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960조7000억원으로, 2019년 말(684조9000억원)보다 40.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취약차주가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도 68조원에서 88조8000억원으로 30.6%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정책으로 인해 매출이 줄며 빚을 내 버틴 자영업자가 늘어난 영향이란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사업소득이 없는 자영업자는 늘었지만, 폐업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2020년 기준 자영업자 소득의 증가율(-0.1%)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결손사업자(적자를 기록한 사업자)의 비중은 8.6%를 기록해 1년 전(7.6%)보다 1%포인트 늘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러나 같은 기간 자영업자 폐업률은 12.1%에서 10.9%로 줄었다.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조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가 폐업까지는 가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가 빚으로 버티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 정부가 오는 9월까지 연장한 원리금·이자상환 유예 등의 금융 조치마저 끝나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정부의 지원 조치 등이 사라지는 내년부터 대출 관련 위험이 커질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한은이 자영업 가구의 DSR 변화를 추정해본 결과,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내년도 자영업 가구의 DSR은 0.7%포인트가 늘어 올해(0.1%포인트)보다 상승 폭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DSR 변화도 내년 증가 폭(1.6%포인트)이 올해(0.4%포인트)보다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

저축은행, 취약계층 대출 46조…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높아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실이 커지면, 대출해준 금융회사의 위험도 커진다. 특히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취약계층에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여전사)의 위험성은 더욱 클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46조원)과 여전사(74조8000억원)가 보유한 가계취약부문의 대출은 각 업권이 보유한 전체 가계대출의 78.9%와 64.6%를 차지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대형 저축은행 6개사(KB저축·신한저축·IBK저축·BNK저축·푸른상호·JT친애저축은행)의 대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84.1%가 고정금리 대출이었다. 또한 법정최고금리가 연 20%로 제한된 탓에 대출 조달금리가 오르더라도 대출금리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수익성이 더 악화할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여전사와 저축은행은 취약차주 비중이 높고, 담보나 보증 대출의 비중이 낮은 편이라 자영업자 대출 등의 채무와 관련된 위험이 늘어나면 해당 업권의 대출부터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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