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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 앞두고…이준석은 한니발 숙적 '스키피오' 앞세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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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에 참석, 통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에 참석, 통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결국 그에게도 포에니 전쟁보다 어려운게 원로원 내의 정치싸움이었던 것 아니었나.”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고도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과 대립각을 세우는가 하면 최근 ‘성 상납 증거인멸 의혹’으로 위기에 처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처지를 역사속 인물인 ‘그’에 빗댔다. 지난 21일 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망치와 모루도 전장에서나 쓰이는 것이지 안에 들어오면 뒤에서 찌르고 머리채 잡는거 아니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후 ‘그’가 누구인지를 두고 포에니 전쟁에서 명성을 떨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이 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한니발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에 따르면 ‘그’는 한니발의 숙적이기도 한 고대 로마의 영웅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다.

기원전 236년에 태어난 스키피오는 어린 나이에 2차 포에니 전쟁에 참전해 한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를 격파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운 뒤 로마 시민의 지지를 얻어 정계에 입문했다. 30세 때 최연소 집정관(행정 최고 책임자)에 올랐고 현재 이 대표의 나이인 37세 때 로마 최고 명예직인 감찰관이 됐다. 15년간 원로원에서 ‘제1인자’로 불리며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내부에서 ‘대(大) 카토’ 일파로부터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정치권에선 스키피오를 이용만 하다가 궁지로 몬 ‘대 카토’ 일파가 ‘윤핵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스키피오가 살았던 공화정에선 ‘강한 권력은 곧 독재자’로 통했다. 불과 30대 나이에 원로원 의원들이 평생 이룬 것보다 더한 공적을 이룬 스키피오는 그들에게 단순한 시기를 넘어 견제의 대상이었다. 스키피오는 ‘대 카토’의 음모로 동생이 쓴 500탈렌트의 사용처를 추궁받는 등 고발을 당했고 수뢰 혐의로 탄핵됐다. 원로원을 떠난 스키피오는 2년간 유배 생활을 하다 53세 일기로 사망했다.

스키피오는 로마 역사에서 ’관용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포에니 전쟁 당시 인질로 붙잡힌 공주는 당시 최고사령관의 노예나 첩이 됐지만, 스키피오는 그에게 이미 혼약자가 있는 걸 알고 그대로 풀어줬다.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적장인 한니발을 처형하지 않은 것도 매우 이례적인 결단이었다.

스키피오와 한니발은 ‘젊은 지도자’라는 점에서 종종 비교의 대상이 되는데 기록에 따르면 스키피오가 훨씬 신사적이고 자비로운 성품의 소유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한니발은 두려움을 얻는 장군이었고 스키피오는 사랑을 받는 장군이었으며 두 명장은 정반대의 방식으로 승리와 명예를 획득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 윤리위는 22일 오후 7시 국회 본관 228호에서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관련 증거인멸교사 사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윤리위는 회의에서 서면 소명자료를 검토하고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을 불러 성상납 의혹 제보자 장모 씨를 만나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줬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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