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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54% "한강·낙동강 보 필요", 조사 때 수문개방 찬성 6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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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수계에 있는 3개의 보 가운데 하나인 여주보. 강찬수 기자

한강 수계에 있는 3개의 보 가운데 하나인 여주보. 강찬수 기자

우리 국민은 한강·낙동강에 건설된 11개 보를 철거·해체에 반대하지만,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데는 대체로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민의 절반 이상은 보가 수질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해 11~12월 여론 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한강·낙동강 보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했고, 최근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는 일반 국민 1000명(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과 한강 수계와 낙동강 수계 주민 1000명씩 2000명(표본오차 ±2.19%포인트)을 전화 로 조사했다. 또, 한강 3개와 낙동강 8개 등 11개 보 인근 주민 500명씩 모두 5500명(표본오차 ±1.32%)을 대면 조사했다.

조사에서 한강·낙동강의 11개 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반 국민의 53.6%, 수계 주민의 57.3%, 보 인근 주민의 87.9%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보가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일반 국민은 31.9%, 수계 주민은 27.8%, 보 인근 주민은 12.1%였다.

보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어서', '홍수를 줄이고 가뭄에 대응할 것 같아서'라는 답(중복 허용)이 가장 많았다.
보로 인해 '수질이 나아지고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일반 국민의 21%, 수계 주민의 21.3%였으며, 보 인근 주민은 11.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강.낙동강 보 국민 인식 조사 결과. 보가 필요한 이유와 필요하지 않은 이유(중복조사) 자료:환경부

한강.낙동강 보 국민 인식 조사 결과. 보가 필요한 이유와 필요하지 않은 이유(중복조사) 자료:환경부

국민 12.5%, 주민 3.8% "보 해체"

지난해 8월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녹조로 인해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녹조로 인해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물 이용에 제약이 없도록 하면서 보 수문을 개방하고 (생태계·수질 등에 대한) 관찰을 확대하는 계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대답한 경우가 일반 국민의 60.4%, 수계 주민의 59.9%, 보 인근 지역 주민의 54.7%로 다수를 차지했다.

한강·낙동강 11개 보에 대한 존치·해체·상시개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반 국민의 12.5%는 보 해체를, 34.2%는 보를 존치하고 상시 개방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상시 개방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대답한 경우는 4.9%였고, 40%는 보에 따라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 인근 주민 가운데 3.8%는 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답했고, 46.6%는 상시 개방에 찬성했다. 상시 개방에 반대한 경우는 28.1%, 보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응답은 21.5%였다.

보가 수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사람(일반 국민 77.8%, 수계 주민 77.3%, 보 인근 주민 60.8%)을 대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느냐고 추가 질문했는데, 일반 국민의 64%, 수계 주민의 61.2%, 보 인근 주민의 56%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응답자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한강.낙동강 보 국민 인식 조사 결과. 보 처리 방안에 대한 의견. 자료:환경부

한강.낙동강 보 국민 인식 조사 결과. 보 처리 방안에 대한 의견. 자료:환경부

일반 국민의 경우 녹조가 먹는 물의 안전성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이 86.9%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9.0%보다 훨씬 높았다. 수계 주민도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보 인근 주민의 경우 72.6%가 '영향을 준다'고 답했고, 27.4%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녹조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에 한강·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이 농작물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일반 국민 66.1%, 수계 주민의 64.3%, 보 인근 주민 53.5%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보의 개방이나 해체를 통해 먹는 물의 안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반 국민의 66.0%, 수계 주민의 65.8%, 보 인근 주민의 50.7%가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국민 인식 조사는 한강·낙동강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한국재정학회의 사회·경제적 분석과 더불어 진행됐으며, 환경부는 인식 조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 없이 보고서만 공개했다.
환경부 4대강 보 평가단 관계자는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에 대해서는 처리 방안이 이미 도출됐기 때문에 이번에 한강과 낙동강에 대해서만 조사했다"며 "조사 예산으로는 9764만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뭄·홍수에 도움 안 돼" 지적도

2020년 8월 9일 오전 낙동강 제방 유실로 경남 창녕군 이방면 일대가 침수됐다. 하류 합천창녕보로 인해 강물 수위가 상승한 탓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창녕군 제공]

2020년 8월 9일 오전 낙동강 제방 유실로 경남 창녕군 이방면 일대가 침수됐다. 하류 합천창녕보로 인해 강물 수위가 상승한 탓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창녕군 제공]

한편, 녹조 등 수질 문제를 우려하면서도 보를 통해 용수를 공급하고, 가뭄과 홍수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퍼져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한강 하구나 낙동강 하굿둑 밖으로 물이 계속 흘러나가는 것에서 보듯이 가뭄에도 보에 물을 사용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의 수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상류 댐이나 지천에서 들어오는 수량 일부를 취수한다면 실제로는 보의 물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취수구 위치만 낮추면 보를 상시 개방해도 취수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가뭄 때 전기에너지를 투입해 보에서 먼 곳까지 농업용수를 퍼 올리는 것도 비경제적이란 설명이다.

박 교수는 "2020년 여름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에서 일어난 둑 붕괴처럼 홍수 때 보로 인해 수위가 상승하면 둑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보가 강을 가로막고 있으면 통수 단면이 줄어 수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태풍이 상륙할 때 보를 비우기도 하지만, 보에 물을 담아 홍수를 예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로 인해 강이 범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보 주변 지역에서 수막 재배하는 농가 등에서는 지하수 이용이 편리해진 측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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