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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볼 던지듯, 한·일관계 의견 주고받으며 풀자" 日의원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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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다케다 료타(武田良太·54)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한 '캐치볼'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일본은 "공은 한국에 있다"며 한국 대법원의 징용자 배상판결, 위안부 합의 파기에 만족할만한 '모범답안'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일단 모범답안이 아니라도 뭐라도 공을 던져오면 그에 대해 일본이 또 공을 던지고, 다시 한국이 공을 던지는 캐치볼을 하자는 주장이다.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20일 일본 도쿄 중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중앙일보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영희 특파원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20일 일본 도쿄 중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중앙일보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영희 특파원

첫 공을 던지는 쪽이 한국이란 주장에는 차이가 없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다만 "아직 한국으로부터 공이 안 오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걸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일이 미뤄지고,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양자 간 회담 성사가 난항을 겪는 이유로 꼽았다. 다케다 간사장은 20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선 "일본 정부로선 참의원 선거(7월 10일)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하 주요 일문일답.

윤 대통령 당선 직후만 해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이후 뭔가 속도가 안 나는 느낌인데.
의원연맹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문제를 풀고 싶다. 하지만 일본 정부로선 뒤에 국민이 있으니 이를 의식하며 움직일 수밖에 없다. 먼저 위안부 문제나 노동자(강제징용자) 판결 문제 등에 대해 한국 측에서 먼저 노력해 나서주지 않으면 일본은 행동을 하고 싶어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도 6월 1일 지방 선거가 있어 결단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고, 일본도 7월에 참의원 선거가 있다. 그건 서로가 이해할만한 부분이다.   
한국의 입장 변화가 선행되어야 일본도 움직이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 간 약속은 변하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정권이 바뀐다 해서 대응이 달라지면 신뢰 관계는 무너지는 것 아닌가. 어느 나라든지 외교의 계속성, 안정성 없이는 관계가 좋아질 수 없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한국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일본은 무엇을 해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포괄적 해결'을 말했으니 거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일본 측에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은 2015년에 맺은 위안부 합의 내용을 한국이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 취임식에 참석했을 때도 윤 대통령을 만나 이 문제에 관한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도 '공이 한국 측에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다소 난폭하다고 생각한다. 캐치볼을 해야 한다. 상대방이 의견을 말하면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습니까' 식으로 대화하며 하나의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이 먼저 공을 던져야 하나. 
일본은 이미 한국 정부에 공을 던졌다. 위안부 합의, 노동자(강제징용자) 문제 등에 대해 풀어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달라 말했고 이제 한국이 던질 차례다. 그러면 이쪽도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가 계속 늦어지는 이유가 뭔가. 
하루라도 빨리 재개하면 좋겠지만 일본 정부는 곧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조금 기다려 달라는 입장인 것 같다. (선거일인 7월 10일까지는 어렵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는 한국 측도 납득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이와 관련, 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20일 "선거와 관계없이 금명간 구체적 일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징용자 문제 관련, 한국에선 '대위변제' (한국 정부가 먼저 돈을 내 배상하고 추후에 일본에 청구하는 방식)안이 거론된다. 일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은 뭔가.
개별적인 사안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국제법과 국내법 중 어느 쪽을 우위에 둘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은 국제법이 우위라는 일반적인 공통의 가치관이 있다. '대위변제' 등 구체적인 안에 대해선 아직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어떤 방안인지 자세히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솔직한 의견 교환이 필요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런 환경이 갖춰졌다고 본다. 
위안부 합의의 경우 한국 문재인 전 정부도 공식적인 합의로 유효하다고 인정했다. 한국이 무엇을 더 해야 하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양국이 책임을 지고 약속한 합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면 된다. 합의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느냐고 했을 때 한국 측이 제대로 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결국 현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참의원 선거가 끝난 후에도 한·일 관계는 이대로 가는 것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정세와 변화하는 국제 질서 안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생각했을 때 한·일 관계가 이 지역의 불안정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양국 간 문제는 있지만 한·미·일이나 인도, 호주 등과 함께 하는 다자간 협력에는 양국 다 책임을 다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기본 정신과 취지를 자주 말하지만 일본에선 별로 언급이 없는데.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당시 오부치 정권의 관방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선언이 있었던 시대의 관계로 돌아가자는 건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다케다 간사장은=일본 후쿠오카(福岡)현 출신. 2003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7선 의원. 자민당 니카이파 소속으로 2008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내각에서 방위성 정무관(차관급)에 임명됐고, 방위성 부대신, 국가공안위원장 등을 거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에서 총무상을 역임했다. 지난해 12월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79) 전 관방장관에 이어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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