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금수저 로스쿨' 제동 건다...사회인 학생비율 전수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교육부가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소집해 전체 학생 중 학사 졸업 후 사회 경험이 있는 학생 비율 등을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갖춘 지원자를 더 뽑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학에서는 이번 조사를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서민 로스쿨'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지난 2020년 10월 29일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는 모습.[뉴스1]

지난 2020년 10월 29일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는 모습.[뉴스1]

2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교육부는 전국 25개 로스쿨의 교무부원장 등 입시 담당자들을 모아 재학생 중 1년 이상 법조 외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과 정성 평가 지표 등을 요구했다.

尹 '서민로스쿨' 구상…"돈 없어도 기회 줘야"

당초 로스쿨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입학생 대부분은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진학한 경우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공개한 2022학년도 입학생 현황에 따르면 입학생 중 28세 이하가 83%에 달했다. 35세 이상은 1.8%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로스쿨의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금수저' 자녀만 진학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로스쿨 관계자들은 '금수저 로스쿨'을 개혁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교육부 조사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야간 로스쿨','온라인 로스쿨'을 공약으로 내걸고 시간과 돈이 없어도 법조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기 어려운 사람, 생업 때문에 주간 대학원에 다닐 수 없는 사람들도 로스쿨에서 공부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교육부의 사회 경력자 비율 조사도 갓 학부를 졸업한 학생보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을 더 뽑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권 로스쿨 교수는 "나이 많은 사람, 생계형 직장인, 흙수저 등 다양한 계층이 로스쿨에 갈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방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회 경력자 선발 확대에 대해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설립 취지가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키우자는 것 아니었느냐"며 "그런 취지와 달리 로스쿨 입시에서 어린 나이를 '스펙'으로 보는 분위기가 만연했는데 이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했다.

비수도권 로스쿨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체 정원의 20%를 지역 대학 출신으로 뽑아야 하는데, 사회경험자까지 의무로 선발해야 할까봐서다. 한 비수도권 로스쿨 교수는 "지금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낮은 편인데 사회경험자 의무 선발 비율까지 생기면 수도권 로스쿨과 격차가 더 벌어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2019년 4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 폐지와 사법시험 부활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4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 폐지와 사법시험 부활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 "설립 취지 중요…사회인 더 뽑아야"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인 비율을 조사한 것은 맞지만 대학에 특정 지원자를 더 뽑으라고 권고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양한 출신의 지원자를 뽑아야 한다는 데에는 교육부도 공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로스쿨 설립 취지에 따라 사회 경험자를 늘려야 한다는 방향성을 가진 것은 맞다"고 밝혔다.

로스쿨 도입·사시 폐지 일지 그래픽 이미지. [자료 국회·교육부·행정안전부]

로스쿨 도입·사시 폐지 일지 그래픽 이미지. [자료 국회·교육부·행정안전부]

로스쿨은 그동안 수차례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6년 교육부가 25개 로스쿨의 3년 치 입학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고위 법조인을 포함한 사회지도층의 자녀 수백명이 자기소개서에 부모 또는 친·인척의 신상과 직위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수저에게만 유리한 입시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사법고시 부활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로스쿨을 고쳐 쓰자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야간 로스쿨, 생업에 종사하다 로스쿨에 갈 수 있는 특별 전형과 장학금 제도 등 로스쿨 입학 기회의 문을 넓히는 것이 사법시험 부활보다 효과적"이라며 사시 부활론에 반대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