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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300개, 부품 37만 개…순수 국내 기술로 앞당긴 우주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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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한국이 자국 기술만으로 실용위성을 우주궤도에 쏘아 올린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21일 오후 4시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사체 분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다. 궤도에 안착한 누리호 위성 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은 지표면으로부터 약 700㎞ 떨어진 채 초속 7.5㎞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누리호는 엔진부터 발사대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낸 최초의 우주 발사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2010년 3월 첫 삽을 뜬 누리호 개발 프로젝트는 초기부터 민관 협력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내 3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설계부터 제작·시험·발사 등 전 과정을 수행했다. 핵심 부품의 개발·제작을 맡은 30여 개 기업에서만 총 500명 인력이 투입됐다.

사업비 80%, 민간기업이 집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3단형 로켓인 누리호는 총 길이 47.2m, 중량 200t이며 총 37만 개 부품으로 구성됐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 개수 2만 개의 약 20배에 이른다. 투입된 사업비는 총 1조9572억원으로 이 중 80%(약 1조5000억원)는 민간기업이 집행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체계 총조립을 맡았다.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한 KAI는 누리호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를 제작했으며 300여 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했다.

한화그룹의 우주사업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탑재되는 6개 엔진의 조립과 납품을 총괄했다. 이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75t급 액체로켓 엔진은 누리호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극한의 조건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중공업 등 참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발사대 건설은 현대중공업이 총괄했다. 현대중공업은 과거 나로호(KSLV-Ⅰ) 발사대를 구축했던 경험을 토대로 지난 2016년부터 4년6개월에 걸쳐 누리호 전용 발사대를 만들었다. 누리호에 연료를 주입하는 높이 48m의 엄빌리칼(umbilical) 타워도 함께 구축했다. 현대로템은 누리호 추진기관 시스템과 추진공급계 시험설비를 담당했다.

이 밖에 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에스엔에이치, 비츠로넥스텍, 두원중공업, 스페이스솔루션, 덕산넵코어스, 한양이엔지, 지브이엔지니어 등이 엔진부터 구조체, 발사대 시험설비 등 핵심부품 개발과 제작을 수행했다.

누리호 프로젝트 참여 기업들은 이번 발사 성공에 환호성을 질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누리호의 심장’이라 불리는 엔진 제작을 담당한 기업으로서 이번 발사 성공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역량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 스페이스’, 기대감 커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누리호(KSLV-Ⅱ) 2차 발사 결과를 영상으로 보고받은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누리호(KSLV-Ⅱ) 2차 발사 결과를 영상으로 보고받은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근 전 세계 우주개발 산업은 국가 주도로 이뤄지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로 전환하는 추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버진 갤럭틱’ 등이 대표적인 민간 우주기업이다.

정부는 향후 민간기업이 발사체 설계부터 제작·개발·발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주도하고 민간기업이 일부 부품을 제작·조립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이 자체적으로 발사체 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는 KAI, 한화그룹, 코오롱그룹 등이 우주산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계는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민간 우주산업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과학 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으로 이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누리호 발사 성공에 대해 “민간의 창의성과 혁신성이 결합해 이룩한 성과”라며 “이를 계기로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평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논평을 내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민간과 정부가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협력한 성과물”이라며 “정부는 물론 프로젝트에 참여한 300여 개 기업의 헌신과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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