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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값 치솟고 폭염까지…올 여름 전력 보릿고개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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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때 이른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1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최대 전력 수요가 7만7816㎿를 기록해 1년 전보다 7.5%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인근 건물에 빼곡하게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모습. [뉴시스]

때 이른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1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최대 전력 수요가 7만7816㎿를 기록해 1년 전보다 7.5%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인근 건물에 빼곡하게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모습. [뉴시스]

올여름 전력 보릿고개가 예고됐다. 일찍 시작한 폭염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데 반해 전력 공급량엔 큰 변화가 없어서다.

21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최대 전력 수요가 7만7816㎿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7.5% 상승했다. 이른 무더위에 냉방기 가동이 늘면서 전력 소비량이 빠르게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활동이 줄면서 전력 소비까지 주춤했던 2020~2021년과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 반면 전체 발전소 설비 용량은 이날 기준 13만4066㎿로 전년 대비 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날 전력 수요가 뛰면서 공급예비력은 9958㎿로 내려앉았다. 이른 더위로 전력 소비가 반짝 늘었던 지난달 중순 이후 한 달 만에 1만㎿ 선이 다시 무너졌다. 공급예비력은 현재 각종 발전기를 돌려 공급 가능한 전력 용량(공급능력)에서 최대 전력 수요를 뺀 수치다. 전력 여유분이 얼마인지를 보여준다. 이날 공급능력 대비 예비력 비율(공급예비율)도 12.8%에 그쳤다. 예비력이 이맘때 평일 기준 20~30% 안팎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지난해와 차이가 분명하다.

물론 전력 위기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공급예비력이 전력 수급 경보 발령 기준(5500㎿ 미만)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력 수요가 ‘피크’를 찍는 7~8월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도 예비율 10% 선이 아슬아슬한 상황이란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0년 12월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해 여름철 최대 전력을 9만6235㎿로, 전년 대비 2.2% 증가하겠다고 예상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려 전력 수요를 과소 추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우려는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올해 들어 기상청이 평년을 웃도는 무더위를 예보한 데다 거리 두기 해제로 전력 소비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정부 예측은 빗나가게 생겼다.

이원주 산업부 전력혁신정책관은 지난 17일 여름철 전력 수급 준비 상황 사전 점검회의에서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더울 가능성이 크고 코로나19 이후 국내 경기가 회복되면서 전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지난해 대비 전력 공급은 크게 늘어나지 않아 올여름 전력 수급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30일 산업부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전력 수요 전망 수정 내용을 담은 ‘여름철 전력 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올해 3분기(7~9월)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전력 수급 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는 전력 부족으로 인해 2011년 블랙아웃(대정전) 같은 최악의 사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작게 봤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예비력이 10% 안팎이라고 해도 10여 년 전과 달리 공급용량 자체가 많이 늘어난 데다 7~8월 정비가 끝나는 발전소도 있고, 비상시 신한울 1·2호기 투입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유 교수는 “러시아가 유럽 가스 공급을 축소하면서 그 여파로 국내 가스 도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비축 물량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석탄·석유와 달리 가스 수급 문제는 바로 발전기 가동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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