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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가는 OTT 드라마…왓챠 “팬들이 함께 누리길 원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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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콘텐트 세계로 간다 ⑤ 

지난 2일 인터뷰에서 김혜정 CMO는 “고객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건 왓챠의 모든 구성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2일 인터뷰에서 김혜정 CMO는 “고객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건 왓챠의 모든 구성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예상을 깨고 잘되더니 국내 OTT 드라마 최초로 극장판까지 나오게 됐다. 지난 2월 공개돼 흥행에 성공한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시맨틱 에러’ 얘기다. 국내 OTT 오리지널 콘텐트로는 이례적으로 남성간 사랑, 즉 BL(Boy’s Love) 장르물인 이 드라마는 공개 후 8주 연속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두 주연 배우에 대한 팬덤이 형성됐고, 다음 달 7일 개막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극장판 첫 공개까지 확정됐다.

‘시맨틱 에러’는 특히 왓챠가 직접 제작한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성공의 의미가 남다르다. 막강한 자본력의 넷플릭스, 애플TV, 디즈니+ 등의 해외 OTT와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국내 대기업 OTT 틈새에서 토종 스타트업 왓챠의 생존 비결을 최근 김혜정 CMO(마케팅 총괄 이사)에게 들어봤다.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왓챠 사옥에서 만난 김 CMO는 ‘시맨틱 에러’의 성공에 대해 “왓챠가 추구해온 가치가 인정받은, 굉장히 중요한 이정표 같은 일이라는 점에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왓챠의 슬로건은 ‘발견의 기쁨’, 기업 비전은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들자’다. ‘음지 문화’로 여겨지던 BL 드라마를 제작한 것도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거둔 성과다.

오리지널 콘텐트는 왓챠의 글로벌 성장도 견인하고 있다. 왓챠는 2020년 9월 일본에서 서비스를 론칭하며 국내 OTT 중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일본 왓챠는 최근 1년 사이(지난달 기준) 가입자가 3배 가량 늘었는데, 여기엔 ‘시맨틱 에러’의 인기가 작용했다. 김 CMO는 “아시아 곳곳에 BL 드라마 수요가 있었다”며 “‘시맨틱 에러’의 경우 중화권, 북남미 등의 현지 플랫폼을 통해 공급했는데,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방영 기간 트위터에서 110만회 이상 언급되는 등 호응이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되는 ‘시맨틱 에러’. [사진 왓챠]

다음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되는 ‘시맨틱 에러’. [사진 왓챠]

지상파·케이블 채널이나 대형 플랫폼이 손대지 못한 BL 드라마에 왓챠가 과감히 나선 배경은 ‘데이터’다. 2012년 영화 평가 및 추천 서비스로 출발한 왓챠는 10년간 7억건의 평가 데이터를 모았다. 김 CMO는 “BL이 수요가 높음에도 공급이 충분치 않은 영역이라는 사실은 데이터 분석으로 알 수 있었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콘텐트 제작과 수급을 할 수 있는 역량은 누구도 따라 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라고 자부했다.

방대한 데이터에 구성원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좋은 인사이트가 있다면 소속 부서와 관계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CMO는 “왓챠는 새로 온 구성원이 놀랄 정도로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며 “누구든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타당하면 실제로 채택해 적용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마케팅 단계에서도 구독자 반응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제안이나 요구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8부작 드라마 ‘시맨틱 에러’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것도 “고객 요청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김 CMO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언급이 많았고, 회사 대표메일로도 같은 요청이 수없이 접수됐다”며 “좋아하는 것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것도 팬덤 문화의 일부라고 생각해 극장 개봉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청자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왓챠의 전략은 OTT 부문 브랜드 고객 충성도 조사(한국소비자포럼)에서 5년 연속 1위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 CMO는 “소셜미디어를 모니터링하면 (다른 OTT보다) 왓챠 언급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젠 팬들도 왓챠 관련 글을 남기면 우리가 본다는 걸 안다”며 “이제는 팬들이 왓챠 콘텐트를 대신 나서서 영업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강점에도 국내 7개(넷플릭스·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시즌·왓챠) 주요 OTT 월간 이용자 수(MAU) 순위에서 왓챠는 최하위다.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OTT 이용이 감소세인 것도 위기 요인이다. 하지만 김 CMO는 “이제 OTT로 보는 게 ‘뉴노멀’이라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왓챠만의 캐릭터를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절대다수 대중이 사랑하는 대작만 성공작일까요? 오히려 여러 플랫폼에서 비슷한 작품이 쏟아지면, 개별 OTT만의 고유 캐릭터를 지니는 게 중요해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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