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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5일만에 사실상 추방…헌법위반·고문방조 비판 자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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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의 강제 북송은 세 가지 점에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조치였다. 먼저, 헌법 외면 논란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동료 선원 15명을 살해한 뒤 처벌을 피하기 위해 탈북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었고,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며 강제 북송을 정당화했다.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그 사람들은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이고, 범죄를 저지른 탈북민을 예외로 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둘째, 강제 북송 결정이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도 가입한 고문방지협약의 3조는 “고문받을 우려가 있다고 여겨지는 중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추방·송환·인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보고서에서 강제 송환된 탈북자 전원이 북한 당국에 의한 구타와 고문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문받을 우려’가 명백하다는 실증적 근거에 해당할 수 있다.

2019년 11월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9년 11월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중앙포토]

셋째, 강제 북송의 법적 근거가 부족해 자의적 처분 논란이 나온다. 정부는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탈북 선원 2명을 나포한 뒤 5일 만에 이들을 추방했다. 탈북에 나선 배경 및 귀순 의사의 진정성 확인, 관련 법률 검토와 판문점을 통한 실제 추방 등 관련 절차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정부가 탈북민 처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북한 측 입장을 고려해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결정으로 강제 북송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청문회에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난민법과, “공공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강제 퇴거시킬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을 근거로 탈북 어민을 강제 북송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법 조항의 적용 대상은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이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북한 측에 탈북 어민 2명을 추방하겠다고 서면으로 통보한 2017년 11월 5일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장을 친서 형태로 보냈다. 이에 당시 정양석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수석부대표는 “살기 위해 온 탈북자 2명이 결국은 초청장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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