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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개발 300개 기업 참여, 우주산업 생태계 발판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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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누리호의 성공은 국가 우주력의 완성이 아니라 시발점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시스템공학부 교수는 21일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발사 성공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이 1t 이상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 세계 7번째 국가가 됐지만 이제 시작일 뿐,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실제로 누리호 성공은 소련의 R-7 로켓이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은 지 6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후 미국이 58년, 프랑스는 65년 첫 우주로켓을 쏘아 올렸다. 중국과 일본은 70년, 인도도 80년에 우주발사체를 자력으로 개발했다.

이 때문에 “우주 강국들이 60여 년 전에 쏜 우주로켓을 이제 개발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는 일부의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도, 우주가 산업의 영역으로 접어드는 시대에 우주발사체는 늦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게 한국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입장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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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누리호 개발에는 300여 국내 기업이 참여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우주산업 생태계가 성장할 발판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유의 우주발사체를 갖고 있다는 것은 우주에 대한 독자적인 접근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기존 우주 강국들을 추격해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창진 교수는 “한국은 국가 우주력 구성 요소 중 발사체 독립과 위성 제작 능력을 갖췄지만, 그 외의 분야는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을 통한 전략물자 수출통제도 넘어서야 할 장벽이다. 현재로선 미국의 허락 없이는 상업 인공위성을 제대로 쏘아 올릴 수 없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ITAR 문제를 의제로 제시했으나, 미국 측 거부로 협의조차 할 수 없었다. 조광래 전 항우연 원장은 “우선은 자이로 등 인공위성 핵심 부품을 빨리 국산화해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호 2차 발사 이후 2027년까지 4차례 더 누리호 발사가 예정돼 있지만, 이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이라는 이름의 별개 과제다. 과기정통부는 민간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발사체 전 주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또 지난달 초 차세대발사체(KSLV-3)를 개발하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 총예산 1조9330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발사체가 개발되면 2031년 달 착륙선을 우리 발사체로 실어 보내는 첫 임무에 나선다.

차세대발사체는 엔진을 껐다 켰다 하는 것뿐 아니라, 분사되는 연료량을 조절해 추력을 40~100% 조절할 수 있다. 스페이스X의 로켓엔진처럼 재사용 로켓으로 만들기 위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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