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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존엄사는 자살 합법화…돌봄부터 선행돼야"

중앙일보

입력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조력 존엄사(의사조력자살)’ 법안 관련해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자살을 합법화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면서 말기 환자의 돌봄을 지원하는 등 호스피스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21일 최근 발의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법안의 요지는 의사조력을 통한 자살이라는 용어를 조력존엄사라는 용어로 순화시켰을 뿐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것을 합법화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이후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지원과 인프라 확충의 책임이 있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지원하고 감시하는 데 무관심했던 국회가 다시 한번 의지 없는 약속을 전제로 자살을 조장하는 법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꼬집었다.

학회는 환자의 돌봄을 확대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2016년 제정됐지만 관련 인프라의 부족으로 대상 환자 중 21.3%만이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인적인 호스피스 돌봄은 연명의료의 중단 혹은 보류를 선택한 국민의 존엄한 생애말기와 임종기 돌봄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며 “법 제정 이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호스피스 돌봄의 이용이 가능한 질환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호흡부전, 만성간경화에 국한되고 있다”고 했다.

“제도적으로 보완되지 못한 진료환경에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절차는 연명의료 미시행의 법적 근거를 남기는 문서 작성 이상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학회 지적이다.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 모습. 뉴시스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 모습. 뉴시스

학회는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거쳐오며 말기 환자 돌봄의 현장은 더욱 악화되었다”며 “사회의 일상 회복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호스피스 기관들의 복구는 더디고 고질적인 인력 및 재정문제로 기관을 폐쇄하는 곳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말기 환자의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게 학회 입장이다.

학회는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존엄한 돌봄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국회는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의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치매 등 만성질환 말기환자의 호스피스 완화 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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