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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장관 부활·30대 장관·김건희 역할…尹에 쏟아진 원로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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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헌정회장을 지낸 신경식 전 의원과 악수하며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헌정회장을 지낸 신경식 전 의원과 악수하며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함께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잘하지 못한 것들을 이제부터라도 윤 대통령이 제대로 챙겨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공통으로 냈다.

이날 오찬은 청사 5층 대접견실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상임고문단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한 뒤 “오랜 세월 동안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우리 당'을 지켜본 선배들 덕분에 어렵지만 다시 정부 권력을 회수해 와서 지금 경제위기 국면을 맞아 힘겹게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황 전 부총리와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등 국민의힘 상임고문 32명 중 20명이 참석했다. 도시락 오찬으로 진행된 비공개 식사에서 참석자들이 나이·경력순으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윤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조언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첫 발언자였던 신경식 전 헌정회장은 “윤 대통령이 당 출신이 아니라 당과는 선거 때 같이 하는 것으로만 생각할 줄 알았는데 ‘우리 당’이라고 해 줘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고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화답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하니 총재 비서실장을 두고, 청와대 수석 회의에도 참석시키고 했다”면서 “지금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정무장관을 부활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당과의 활발한 소통을 당부한 발언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도 “이진복 정무수석 등 대통령 비서실이 직접 나서 물밑에서 민주당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원 구성 협상 지연 등으로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와의 유기적 소통을 대통령실 차원에서 상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황우여 전 부총리는 오찬 후 중앙일보 통화에서 “나까지는 마이크가 돌아오지 않아 평소 생각 몇 가지를 쪽지에 써서 전했는데, 그중 하나는 ‘30대 장관을 키우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대 지도자로서 혼자 뛰려니 너무 힘들어 보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YS 키즈’를 키웠듯, 윤 대통령이 30대 지도자군을 지금부터 만들면 그들이 경쟁과 균형을 거쳐 장래에 나라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쪽지에 써 이진복 수석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2012년 1월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황우여 전 부총리가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당시 비대위원이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중앙포토

2012년 1월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황우여 전 부총리가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당시 비대위원이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중앙포토

외교·안보·역사 분야에도 원로들의 제언이 집중됐다. 1987년 6·10 민주항쟁 때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김용갑 전 의원은 통화에서 “(6·10 항쟁의 결과물인) ‘6·29 민주화선언’이라는 표현 자체가 문재인 정권 때 사라져버렸다”며 “윤 대통령이 마침 대선 출마 선언식을 지난해 6월 29일에 윤봉길 기념관에서 했기에, 여야 합의로 현행 헌법을 마련한 6·29 선언의 의미를 잘 새겨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주일대사를 지낸 유흥수 전 의원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한일관계 회복에 대한 일본 측 기대가 크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문화’를 매개로 대일관계를 텄는데 윤 대통령도 한일관계의 조속한 정상화에 앞장서 주기 바란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영부인 활동, 제2부속실 설치 문제도 거론됐다. 한 참석자는 "현재 김건희 여사의 위치나 역할이 확립돼 있지 않은데 전담팀을 만들든 제2부속실을 만들든 확실하게 해두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또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을 지낸 문희 전 의원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며 “김 여사가 앞장서서 인구문제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전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인구문제는 반려동물 문제보다 훨씬 중요하다”면서 “문재인 정권 때 김정숙 여사에게도 같은 요청을 했는데 반응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6.21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6.21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밖에도 “경제위기 국면에서 수석비서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신 있는 안보관을 대통령이 계속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등의 제언이 나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말을 아끼고, 주로 듣는 데 집중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식사 도중 박수을 치며 공감하고 경청하는 장면도 있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 때 “과거 청와대 근무하신 분들도 많이 계신데, 용산에 와 보시니까 어떠십니까”라며 “(청와대를) 다시 한번 상세하게 돌아보니 ‘아 거기 그냥 근무할걸’, 용산으로 간다고 한 게 좀 잘못했나 싶기도 하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좌중의 웃음이 터졌다. 이날 오찬에는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 10여명이 배석했다.

상임고문단 참석자 명단은 권해옥·김동욱·김무성·김영구·김용갑·김종하·나오연·목요상·문희·신경식·유준상·유흥수·이상배·이연숙·이윤성·이해구·정갑윤·정재문·최병국·황우여(가나다순) 전 의원이다.

21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 간담회는 회의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하는 '도시락 미팅' 형식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2월에도 국민의힘 상임고문들과 서울 여의도에서 오찬 간담회를 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1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 간담회는 회의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하는 '도시락 미팅' 형식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2월에도 국민의힘 상임고문들과 서울 여의도에서 오찬 간담회를 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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