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대 밑자락 깔기인가...친명 강경파 “경기지사 승리, 이재명 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언론개혁·검찰개혁 당연히 해야 했다. 방어에만 급급하니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는 거다.”(노영희 변호사)

“민주당 의원들은 김혜경씨 의혹을 수수방관했고, 저쪽은 김건희씨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박시영 전 윈지컨설팅코리아 대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지방선거 패배 원인 분석을 두고 ‘이재명 책임론’과 ‘검수완박 책임론’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친명(친이재명) 성향 강경파가 반격에 나섰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주최로 열린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에서다.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엔 친이재명 성향 유튜브 패널 등이 총출동 해 대선·지선 패배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김경록 기자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엔 친이재명 성향 유튜브 패널 등이 총출동 해 대선·지선 패배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김경록 기자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준혁(한국사) 한신대 교수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잘못 때문이라고 하는 게 대선·지선 평가의 90% 이상인데, 저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불합리한 (정권 교체) 선거 구도 속에서 이 후보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며 “이낙연 후보의 비서실장이나 (일부) 대의원이 윤석열을 지지하겠다고 한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6·1지방선거 패배에 대해서도 “이낙연계가 자기 세력을 더 많이 당선시키기 위한 과정이 존재하지 않았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지사 선거 승리에 대해선 “철저하게 이재명 계양을 의원의 역할 때문이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경기) 부천시에 직접 영향을 줬기 때문에 신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팬덤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민주당 초·재선 의원 주장에 대한 친명 인사들의 반론도 이어졌다. 노 변호사는 “민주당 대다수 집행부는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팬덤 지지자에게 탓을 돌리며 책임 전가를 한다”고 지적했고,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지낸 남영희 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을 지역위원장도 “(신규 입당 권리당원을) ‘팬덤’이라는 한 단어로 몰아넣고 공격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당대표에, ‘처럼회’ 최고위원 석권은 아니지 않으냐”(조응천 의원)는 말로 대표되는 ‘집단 지도체제 도입’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최진봉(신문방송학) 성공회대 교수는 “전 정부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격이 시작됐다”며 “단일 지도체제로 강력한 리더가 민주당을 이끌어가면서 하나로 뭉치게 해야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고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정에 없이 토론회에 참석한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당의 강화는 당원들이 주인 되는 것”이라며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늘리자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행사 직후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만나 ▶권리당원 투표비율 확대 ▶대의원 투표비율 축소 등 전당대회 ‘룰(규칙) 변경’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우 위원장도 대의원 비율 조정에 대해선 공감대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재명 캠프 메시지팀장을 지낸 윤종군 경기 안성지역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선거 평가 토론할 때 누구누구 찍어서 나오지 말라는 소리는 좀 그만해 달라”고도 말했다.

이들의 단체 행동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이재명 의원이 출마 밑자락을 깔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친문 그룹 관계자)는 뒷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친이재명계 의원들의 입장 사이엔 일부 온도 차도 감지됐다. 이재명계 의원 모임 ‘7인회’의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이날 개인 의견을 전제로 “서로 아전인수격으로 당헌을 바꾸려고 하면 어떡하냐. 지금은 손을 안 대는 게 낫다”고 밝히면서다. 앞서 ‘7인회’ 소속 김병욱 의원도 지난 15일 재선의원 토론회에서 “우리는 ‘조국 사태’ 이후 강성 당원에 끌려갔고, (국민) 신뢰를 빼앗겼다”며 팬덤 정치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 역시 이날 토론회 내용과는 정반대였다.

한편, 이날 ‘밭갈이 운동본부’ 등 민주당 강성 당원 모임들은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해당 행위’ 혐의로 징계해달라는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박 전 위원장이 이날 오전 최강욱 의원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징계에 대한 환영 입장과 함께 ‘처럼회’ 해체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자, 이에 반발하며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우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들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개인 의견으로는 센 징계라는 생각이 든다”며 ‘최강욱 징계안’ 확정 여부에 대해 여지를 남겼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