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드라마 최초 극장판 내놓는 왓챠…“침체기? 왓챠는 대체불가능해질 것”

중앙일보

입력 2022.06.21 17:29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왓챠 사옥에서 만난 김혜정 CMO는 ″사회적 통념이나 편견에 상관 없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왓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왓챠 사옥에서 만난 김혜정 CMO는 ″사회적 통념이나 편견에 상관 없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왓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예상 밖으로 잘되나 싶더니 이젠 국내 OTT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극장판까지 나오게 됐다. 지난 2월 처음 공개된 뒤 의외의 흥행 돌풍을 일으킨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시맨틱 에러’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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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 오리지널 콘텐트로는 이례적으로 남성끼리의 사랑, 즉 BL(Boy’s Love) 장르를 전면에 드러낸 ‘시맨틱 에러’는 공개 직후부터 8주 연속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아이돌 출신 두 주연 배우에게도 팬덤이 형성되는 등 신드롬이 지속된 끝에 내달 7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의 첫 공개를 시작으로 극장판 개봉까지 확정됐다.

왓챠 '시맨틱 에러'는 지난 2월 16일 첫 공개된 이후 8주 연속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내달 7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극장판이 첫 공개된다. [사진 왓챠]

왓챠 '시맨틱 에러'는 지난 2월 16일 첫 공개된 이후 8주 연속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내달 7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극장판이 첫 공개된다. [사진 왓챠]

‘시맨틱 에러’는 특히 왓챠가 직접 제작한 첫 번째 드라마라는 점에서 그 성공의 의미가 남다르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넷플릭스, 애플TV, 디즈니+ 등의 해외 플랫폼과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국내 대기업을 등에 업은 OTT들 틈바구니에서 토종 스타트업 왓챠가 살아남는 비결을 지난 2일 김혜정 CMO(마케팅 총괄 이사)에게 들어봤다.

“‘시맨틱 에러’ 성공은 중요한 이정표”

서울 서초동 왓챠 사옥에서 만난 김 CMO는 먼저 ‘시맨틱 에러’의 성공에 대해 “왓챠가 추구해온 가치가 인정받은, 굉장히 중요한 이정표 같은 일이라는 점에서 정말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왓챠의 슬로건은 ‘발견의 기쁨’, 기업 비전은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음지 문화’로 여겨지던 BL 드라마를 제작한 것 역시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이같은 가치를 추구해나가는 과정에서 거둔 성과라는 것이다.

‘시맨틱 에러’를 비롯한 오리지널 콘텐트는 왓챠의 글로벌 성장도 견인하고 있다. 2020년 9월 일본 서비스를 론칭하며 국내 OTT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왓챠는 최근 1년 사이(지난 5월 기준) 가입자가 3배가량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는 일본 서비스에서도 상당 기간 1위를 유지한 ‘시맨틱 에러’의 인기가 작용했다. 김 CMO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일본 등 아시아 곳곳에는 BL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며 “‘시맨틱 에러’의 경우 중화권, 북남미 등에도 현지 플랫폼을 통해 공급했는데, 별다른 마케팅을 벌이지도 않고도 방영 기간 중 트위터에서 110만회 이상 언급되는 등 호응이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왓챠 사옥에서 만난 김혜정 CMO.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왓챠 사옥에서 만난 김혜정 CMO.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데이터 기반 역량, 누구도 따라올 수 없어”

기존 지상파·케이블 채널이나 대형 플랫폼이 섣불리 제작하지 못한 BL 드라마를 왓챠가 과감히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데이터’가 있었다. OTT 서비스 이전에 영화 평가 및 추천 서비스로 2012년 출발한 왓챠는 10년간 쌓인 평가 데이터만 7억개에 달한다. 김 CMO는 “우리가 ‘BL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맨틱 에러’를 제작한 건 아니었지만, BL이 수요가 높음에도 공급이 충분치 않은 영역이라는 사실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 수 있었다”며 “고객 행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콘텐트 제작과 수급을 할 수 있는 역량은 누구도 따라 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방대한 데이터에 구성원 모두가 접근할 수 있고, 좋은 인사이트가 있다면 소속 부서와 관계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도 콘텐트의 세부적인 퀄리티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 CMO는 “왓챠는 새로 들어온 구성원들이 놀랄 정도로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누구든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타당하다면 실제로 채택해서 적용하고, 조율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왓챠 사옥에서 만난 김혜정 CMO는 “단 한 장의 홍보 사진일지라도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건드리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왓챠 사옥에서 만난 김혜정 CMO는 “단 한 장의 홍보 사진일지라도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건드리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콘텐트를 제작한 이후 마케팅 단계에서도 구독자들의 반응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수용할 수 있는 제안이나 요구는 적극 받아들인다. 8부작 드라마인 ‘시맨틱 에러’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딱 하나, “고객들의 요청이 정말 많았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김 CMO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언급이 많았던 건 물론, 회사 대표 메일로도 같은 요청이 수없이 접수됐다”며 “드라마를 영화로 옮기면서 신경 써야 할 게 많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좋아하는 것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것도 팬덤 문화의 일부라고 생각해 극장 개봉을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시맨틱 에러' 극장판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소식을 알리는 왓챠 SNS에 드라마 시즌2를 요청하는 등의 시청자 반응이 달린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시맨틱 에러' 극장판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소식을 알리는 왓챠 SNS에 드라마 시즌2를 요청하는 등의 시청자 반응이 달린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이처럼 시청자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전략은 왓챠가 OTT 부문 브랜드 고객 충성도 조사(한국소비자포럼 주최)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청자 반응을 모아두는 업무 채널에 “거의 붙어산다”는 김 CMO는 “SNS를 모니터링하다 보면 (다른 OTT에 비해) 왓챠 언급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제는 팬들이 왓챠 관련 글을 남기면 저희가 볼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서로 반응을 주고받는 게 선순환되면서 이제는 팬분들이 왓챠의 콘텐트를 대신 나서서 ‘영업’해주기도 한다. ‘시맨틱 에러’의 팬 중에는 직접 왓챠 이용권을 사서 길에서 나눠준 분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왓챠답게”

이같은 강점에도 왓챠는 국내 7개(넷플릭스·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시즌·왓챠) 주요 OTT 월간 이용자 수(MAU) 순위에서는 줄곧 최하위에 머무르는 게 현실이다.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체적인 OTT 이용자 수가 감소 추세에 접어든 것도 위기 요인이다.

하지만 김 CMO는 “이제 OTT 보는 것은 ‘뉴노멀’이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진 않을 거라 본다”며 “이럴 때일수록 왓챠만의 캐릭터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절대다수의 대중이 사랑하는 대작만이 성공작일까요? 오히려 여러 플랫폼에서 비슷한 작품들이 쏟아지다 보면, 각자 OTT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지니는 게 중요해지는 타이밍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걸 보려면 왓챠를 구독해야지’라는 마음이 분명히 들도록 ‘대체불가능’한 서비스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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