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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많은 국민 의아"…탈북 어민 강제 북송도 들여다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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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제기를 했다"며 진상 규명 조치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제기를 했다"며 진상 규명 조치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에 이어 2019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도 실체 규명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두 사건 모두 남북관계 측면뿐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침해 측면에서 꾸준히 비판이 이어졌고, 특히 강제 북송 사건은 헌법 위반 논란도 불렀다. 

윤 대통령도 21일 탈북 후 귀순 의사를 밝힌 어민 두 명을 강제로 북한에 송환한 사건과 관련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는데, 북송시킨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했다”며 헌법 위반 소지를 짚었다. 그러면서 일각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아직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민을 강제 북송한 문재인 정부의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3대 쟁점을 짚어봤다.

①“국민으로 안 봤다” 헌법 외면 논란

2019년 강제 북송된 탈북 어민 두 명은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동료 선원 15명을 살해했다는 게 당시 정부 설명이었다. 정부는 이들이 살인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 위해 탈북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었고, 실제 탈북 어민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제 북송 조치를 정당화했다.  

2019년 2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 [연합뉴]

2019년 2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 [연합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2월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들을 강제 북송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봤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 사람들은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일반 탈북민들하고는 다르다”면서다.

하지만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당연히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이고, 대법원 판례도 있다. 탈북민도 마찬가지이고, 범죄를 저지른 탈북민은 예외로 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조치를 두고 어느 범주까지 한국 국민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헌법 규정을 무시한 채 정부가 자체적 판단에 따라 사실상의 ‘월권’ 행위를 한 것이란 비판도 그래서 나왔다. 정부가 일방적 기준으로 국민 자격을 박탈한 게 될 수 있어서다. 이는 또 탈북민 중 헌법으로 보호해야 할 사람과 강제 북송해도 될 사람을 정부가 임의로 결정해도 된다는 위험한 인식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②가혹 처우 뻔한데…고문방지협약 위반 논란

탈북 어민이 타고 있던 오징어잡이 목선은 2019년 11월 해군에 의해 동해 NLL 해역에서 북측에 인계됐다. [통일부 제공]

탈북 어민이 타고 있던 오징어잡이 목선은 2019년 11월 해군에 의해 동해 NLL 해역에서 북측에 인계됐다. [통일부 제공]

문 정부의 강제북송 결정은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도 가입한 고문방지협약의 3조는 “고문받을 우려가 있다고 여겨지는 중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추방·송환·인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시 북한인권시민단체 등에선 이를 ‘살인 방조’라고 비판했다.

강제북송된 탈북민이 얼마나 가혹한 처우를 받는지는 이미 국제사회가 확인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강제 송환된 탈북자 전원이 북한 당국에 의한 구타와 고문을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COI는 강제송환된 탈북민이 ▶정기적 고문 및 자의적 구금 ▶성폭행 ▶강제실종 ▶즉결처형 ▶그 밖의 중한 인권 침해를 겪게 된다고 명시했다. 이는 ‘고문받을 우려’가 명백하다는 실증적 근거에 해당할 수 있다.

③법적 근거 부족…자의적 처분 논란

2019년 11월 당시 이주영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보수청년단체 트루스포럼 회원들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뉴스1]

2019년 11월 당시 이주영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보수청년단체 트루스포럼 회원들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뉴스1]

정부는 동해 NLL(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탈북 선원 2명을 나포한 뒤 5일 만에 이들을 추방했다. 탈북에 나선 배경 및 귀순 의사의 진정성 확인, 관련 법률 검토와 판문점을 통한 실제 추방 등 관련 절차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정부가 탈북민 처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북한 측 입장을 고려해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결정으로 강제 북송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2019년 11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는 북송의 법적 근거가 쟁점이 됐는데,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정부가)검토한 법률들은 많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법 조항을 근거로 북송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청문회에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난민법과 “공공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강제 퇴거시킬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을 근거로 탈북 어민을 강제 북송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법 조항의 적용 대상은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이다. 탈북민 역시 우리 국민에 해당한다는 대전제를 깨고 엉뚱한 법을 적용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북한 측에 탈북 어민 2명을 추방하겠다고 서면으로 통보한 2017년 11월 5일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장을 친서 형태로 보냈다. 이에 당시 정양석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수석부대표는 “살기 위해 온 탈북자 2명이 결국은 (문 대통령이 보낸) 초청장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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