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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가 '우주의 문' 열었다…한국 드디어 '세계 7대 우주강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누리호 성공의 의미와 한국 우주발사체의 미래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누리호의 성공은 국가 우주력의 완성이 아니라 시발점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시스템공학부 교수는 21일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발사 성공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이 1t 이상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지만, 이제 시작일 뿐, 가야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실제로 누리호 성공은 옛 소련의 R-7 로켓이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은 지 6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R-7은 길이 34m, 직경 3m, 발사 중량 280t의 액체연료 로켓으로, 애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이후 미국이 1958년, 프랑스는 1965년에 첫 우주로켓을 쏘아올렸다. 한국의 이웃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1970년, 인도도 1980년에 자력으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했다. 탑재체를 1t 이하로 얘기하자면 3개국이 더 있다. 이스라엘은 1988년, 이란은 2009년에, 북한도 2012년 두 차례의 시도 끝에 은하 3호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렸다.  이 때문에 그간 정계와 산업계는 물론 과학계 인사들 중 일부는 “우주강국들이 60여 년 전에 쏘아올린 우주로켓을 지금에서야 개발하는 게 무슨 소용 있나. 우주산업으로 봐도 앞선 국가들과 경쟁력을 갖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해왔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실제 기능을 지닌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실어서 쏘는 첫 사례다. [연합뉴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실제 기능을 지닌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실어서 쏘는 첫 사례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우주발사체는 우주가 탐험을 넘어 산업의 영역으로 접어드는 시대에 늦더라도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게 한국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입장이다.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누리호 성공은 우리 땅에서 독자적인 우주개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가장 큰 의미”라며 “누리호 개발에는 300여개 국내 기업이 참여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우주산업 생태계가 성장할 발판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국장은 “누리호 개발만으로 민간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당분간 정부차원에서 위성발사 서비스 위탁 등 물량확보를 통한 보호를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유의 우주발사체를 갖고 있다는 것은 우주에 대한 독자적인 접근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외국에서도 한국을 과학기술력과 국력이 뒷받침되는 나라로 국격을 달리해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기존 우주강국들을 추격해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국가우주력을 얘기하려면 발사체는 물론 인공위성과 우주 인프라ㆍ전략ㆍ국제협력ㆍ인력ㆍ산업 등이 두루 갖춰져야 한다”며“한국은 국가우주력 구성 요소 중 발사체 독립과 위성제작 능력을 갖췄지만, 그 외의 분야는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을 통한 전략물자 수출통제도 넘어서야 할 장벽이다. 한국이 독자 우주발사체를 개발해도, 현재론 미국의 허락 없이는 상업 인공위성을 제대로 쏘아올릴 수 없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ITAR 문제를 의제로 제시했으나, 미국측 거부로 협의조차 할 수 없었다. 조광래 전 항우연 원장은“미국은 전략 무기로 전환될 수도 있는 우주발사체 기술이 현재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우선은 자이로 등 인공위성 핵심부품을 빨리 국산화해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16일 2차 발사를 시도한다. 2차 발사에서는 대학 학생팀이 만든 큐브위성 4기와 위성제조업체인 AP 위성이 제작한 성능검증위성 1기 등 총 5기의 실제 위성이 탑재된다.[연합뉴스]

우리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16일 2차 발사를 시도한다. 2차 발사에서는 대학 학생팀이 만든 큐브위성 4기와 위성제조업체인 AP 위성이 제작한 성능검증위성 1기 등 총 5기의 실제 위성이 탑재된다.[연합뉴스]

누리호 2차 발사 이후 순서는 뭘까. 총 1조9572억원이 투입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누리호 개발사업은 1, 2차 발사가 전부다. 오는 2027년까지 4차례 더 누리호 발사가 예정돼 있지만, 이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이라는 이름의 별개 과제다. 한국형발사체 기술의 지속 고도화를 통한 우주수송능력 확보 및 발사체 체계종합기업 발굴ㆍ육성이 목적이다. 과기정통부는 발사체 기술의 민간 이전과 공동연구를 통해 설계에서부터 제작ㆍ조립ㆍ발사운용에 이르기까지 발사체 전주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누리호 기술을 민간에 이양하는 대신, 지난달 초 차세대발사체(KSLV-3)를 개발하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총예산 1조9330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발사체가 개발되면 2031년 달 착륙선을 우리 발사체로 실어 보내는 첫 임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발사체는 3단형인 누리호와 달리 2단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누리호보다 추력이 25t 늘어난 100t 액체엔진을 주력으로 한다. 1단에 추력 100t 엔진 5개를, 2단에는 10t 엔진 2개를 장착한다. 배기가스를 다시 엔진으로 돌려 넣는 다단연소사이클 방식으로, 엔진효율을 10% 향상시킨다. 누리호 엔진은 케로신을 사용하는 액체로켓이긴 하지만, 엔진을 껐다 켰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차세대 로켓은 엔진을 껐다 켰다 하는 것뿐 아니라, 분사되는 연료의 양을 조절, 추력을 40~100% 변화할 수 있게 한다. 스페이스X의 로켓엔진처럼 재사용 로켓으로 만들기 위한 수순이다. 차세대발사체는 개발 단계부터 국내 우주기업들이 참여시켜 육성하게 된다. 설계부터 최종 발사까지 전 과정을 추후 선정될 체계종합기업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 수행한다.

권현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산ㆍ연 공동개발을 통해 체계종합기업이 사업 종료 이후 독자 발사체 개발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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