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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 통장서 13억 빼냈다…조선족 간병인, 형량 늘어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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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의 은행 계좌에서 13억여원을 빼돌린 60대 조선족 여성이 항소심에서 가중된 형량을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치매 노인의 은행 계좌에서 13억여원을 빼돌린 60대 조선족 여성이 항소심에서 가중된 형량을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자신이 돌보는 치매 노인의 은행 계좌에서 13억원이 넘는 돈을 빼돌린 60대 간병인이 항소심에서 더 높은 형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2-3부(부장 이상호·왕정옥·김관용)는 A씨(69·중국국적)의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A씨와 공모해 범행한 그의 아들 B씨(41·중국국적)가 낸 항소는 기각했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A씨 등은 2014년 9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치매환자인 C씨 계좌에서 200여 차례에 걸쳐 총 13억7000만원을 빼낸 혐의로 기소됐다.

평소 C씨 계좌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A씨는 C씨 체크카드를 몰래 가지고 나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C씨 돈을 본인 명의 계좌 등으로 이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C씨가 실버타운에 거주한 2010년 9월부터 사망한 2020년 12월까지 약 10년간 가사도우미 겸 간병인으로 일을 해왔다.

A씨는 독신이었던 C씨 주변에 그의 재산을 관리할 만한 사람이 없고, 치매 증상으로 C씨의 건강 상태가 악화하자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C씨의 치매 증상이 악화하자 체크카드를 무단취득해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본인명의 계좌로 이체하는 등의 방식으로 200여차례 걸쳐 총 13억7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아들 B씨는 이 돈을 중국 위안화로 환전하는 등 A씨의 범행에 적극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경찰 수사단계에서 돈을 빼낸 범죄사실을 시인했지만 이후 “C씨가 생전에 자신에게 정당하게 지급하거나 증여한 돈”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 사건 원심에서 법원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B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C씨가 자신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음을 알면서도 그 신뢰에 반해 장기간에 걸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으로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 피해가 복구되지 않고 C씨 유족이 처벌을 원하는 점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해보면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고 원심 파기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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