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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타이부터 식초까지, '아이스크림'에 빠진 중국 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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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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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중국 고급 바이주 브랜드인 구이저우마오타이(贵州茅台)에서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가는 59~66위안대로 한화로 약 1만 1000원~1만 2400원 대다. 마오타이와 중국 유제품 제조업체인 멍뉴(蒙牛)유업유한공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제품은 출시 전까지 약 4개월 이상의 연구, 개발 기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맛은 총 3가지로 오리지널맛, 청매실주맛, 바닐라맛으로 구성돼 있으며 마오타이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53도짜리 페이톈 마오타이가 2% 정도 함유돼 있다. 적은 양이지만 술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미성년자나 임산부, 운전 중에는 마셔서는 안 된다고 고지한다.

3가지 맛의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3가지 맛의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네티즌들은 마오타이 한 병 가격이 최소 1499위안(약 28만 원), 비싼 것은 1만 6000위안(약 303만 원)에 달한다며, 한 잔 마시는 가격치고는 아이스크림 가격이 나쁘지 않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는다.

지난달 19일, 마오타이는 중국 구이저우에 있는 마오타이 인터내셔널 호텔에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온라인 판매 채널 'i Maotai' 애플리케이션을 열었다. 온라인의 경우 구이양 일부 지역에서만 구매 가능하며, 45위안(약 8400원)의 배송비가 추가로 든다. 온라인으로 오리지널 맛을 구매하게 되면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는데 111위안(약 2만 원)이 드는 셈이다.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그럼에도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매장과 온라인 앱은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에서 고급 수입 아이스크림으로 통하는 하겐다즈가 100ml에 43위안(약 8000원)으로,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훨씬 높지만 이번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당일 대기 줄은 3년 전과 비슷했다. 앞서 2019년 11월 초, 마오타이는 중국 톈진에서 마오타이주와 일반 아이스크림을 섞어 만든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을 한정 판매 한 바 있다. 올해 열린 두 번째 매장에서는 평균 40분의 대기 시간이 소요됐으며 7시간 동안 5000개 이상의 아이스크림이 팔렸다. 당일 매출액은 2000만 위안(약 37억 7000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i Maotai'앱에서는 51분 만에 모든 아이스크림이 매진됐다.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이번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대란에 참여한 세대는 주로 젊은 세대다.
마오타이가 아이스크림 제품을 출시한 목적에 들어맞는다. 마오타이는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앞으로 난징, 항저우, 창사, 광저우, 선전, 우한, 시안 등 7개 도시에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점포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오타이 관계자는 "일회성 행사나 마케팅 목적이 아니며 향후 멍뉴와도 더욱 긴밀한 협력을 추진할 것이며 말차, 초콜릿 등 14가지 맛의 마오타이주 첨가 아이스크림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사업의 운영권은 기존 마오타이 유통업체에만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SNS 파급력 높이는 일등 공신
'젊은 세대' 공략한 아이스크림 제품 속속 출시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하나에 최소 39위안'이라는 해시태그는 웨이보에서 1억 80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2030세대의 높은 관심은 4050세대로 전파된다. 주류업체와 아이스크림의 콜라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에는 중쉐가오(钟薛高)와 루저우라오쟈오(泸州老窖)에서 52도짜리 술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출시해 관심이 쏠렸고, 2020년에는 중국의 바이주 브랜드인 장샤오바이(江小白)와 멍뉴가 협업해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헝순식초공업에서 출시한 아이스크림

헝순식초공업에서 출시한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과 전혀 조화로울 것 같지 않은 '식초' 아이스크림도 있다. 중국 100년 기업인 헝순(恒順)식초공업도 식초, 청주, 간장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헝순 식초가 내놓은 이 독특한 맛의 아이스크림은, 수익 창출을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 헝순 식초 자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이 제품은 중국 식초 문화 박물관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개당 가격은 18위안(약 3300원)이다. 헝순 식초 역시 주류 소비자층인 중년 세대가 아닌 주링허우(90后)나 주우허우(95后) 소비자들을 공략하고자 제품을 출시했다.이렇듯, 기존 고객층이 젊은 세대가 아닌 제품인 경우, 아이스크림을 통해 친근하고 색다른 이미지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고, 잠재 고객층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다.

젊은 소비층을 공략할 수 있는 
다른 소비재도 많은데 왜 하필 아이스크림?

중국서 발행된 '중국 아이스크림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아이스크림 시장은 가격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1년 시장 규모가 1600억 위안(약 30조 1456억 원)을 초과할 것이라 분석했다. 거대한 시장 잠재력 때문에 전통적인 낙농 회사들은 아이스크림이라는 하위 카테고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마오타이의 기술개발 파트너인 멍뉴는 2021년, 전년대비 61% 증가한 42억 4000만 위안(약 7988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중국의 유제품 제조업체인 이리구펀(伊利股份)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6.28% 증가한 71억 6100만 위안(약 1조 349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멍뉴와 이리, 두 유제품 기업의 아이스크림 사업 성장률은 그룹의 총 매출 증가율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랜드마크를 본 딴 아이스크림. 왼쪽부터 하얼빈 중앙대가(中央大街), 우한 황학루(???), 창사 태평로거리(太平老街)

지역 랜드마크를 본 딴 아이스크림. 왼쪽부터 하얼빈 중앙대가(中央大街), 우한 황학루(???), 창사 태평로거리(太平老街)

유로모니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중국의 냉음료 평균 단가가 3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원재료 가격 인상과 더불어,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프리미엄 마케팅'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제품 단가를 높인 것에서 기인한다. 시중에 출시된 콜라보레이션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은 보통 15위안(약 2800원)을 훌쩍 넘는다.

젊은 세대가 아이스크림 자유(중국서 통용되는 '체리 자유'에서 빌린 표현으로, 비싼 아이스크림을 가격 고민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자유를 뜻함)를 잃은 것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고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에 비싼 값을 기꺼이 내는 현상이 중국 아이스크림 시장의 몸집을 키운 셈이다.

기업부터 지자체까지 아이스크림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더 이색적이고 다양한 아이스크림 선택권을 주게 되는 것일지, 높은 가격 형성에 일조하게 되는 것일지 향후 발전 방향이 주목된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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