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헛발질로 최저임금 올렸다…최임위, 어떻게 바로잡을까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2022.06.21 12:39

업데이트 2022.06.21 14:53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회의에 앞서 최저임금 위원이 연도별 최저임금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뉴스1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회의에 앞서 최저임금 위원이 연도별 최저임금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뉴스1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가 21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월 5일 심의에 착수했으나 그동안은 업종별 구분 적용을 두고 노사가 대립했다. 이 바람에 정작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얼마로 정할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안 됐다.

지난주 업종별 구분 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면서 이제야 인상률 심의에 들어간다. 올해도 노사가 합의해서 인상률을 결정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노동계는 물가상승 등을 들어 18.8% 인상된 1만89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냈다. 경영계는 경제위기에 따른 지불능력 등을 들어 동결 수준의 인상률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입장은 좁혀지기 힘들 듯하다. 결국 예년처럼 공익위원이 심의 막판에 단일안을 내고, 표결로 결정할 공산이 크다. 사실상 공익위원의 의견과 논리가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한데 올해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따갑다. 지난해에 2022년 최저임금을 심의 결정하면서 결정적인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이 잘못을 어떻게 바로잡을지를 놓고 공익위원의 행보 하나하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을 비롯한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들이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을 비롯한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들이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법 제4조에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선 이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2019년 최저임금에는 '협상배려분'이라는 희한한 기준을 등장시켰다. 협상에 참여한 노동계에 고마운 마음을 담았다는 것이다. 이걸 근거로 직전 연도 16.4% 인상에 이어 10.9%나 확 올렸다. 사용자를 배려하는 것은 고사하고 협상 들러리로 둔갑시킨 일방통행형 인상이었다.

지난해 최저임금(올해 적용)을 결정할 때는 점쟁이형 근거가 등장했다. '경제성장률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 수치를 근거로 5.1% 인상을 단행했다.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을 고려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불확실한 미래를 최저임금에 반영하는 초유의 '점술형 결정'이 나온 셈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최저임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숙박음식업 10곳 중 4곳.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최저임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숙박음식업 10곳 중 4곳.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런 일련의 인상 논리는 모두 공익위원의 작품이었다. "공익위원의 입맛에 따라 고무줄처럼 기준을 만들고, 적용하면서 시장 임금체계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공익위원이 인상근거로 제시한 경제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국가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에 공포마저 음습해지고 있다. 결국 올 한 해 동안 엉뚱한 추정논리로 책정한 '거짓 최저임금'이 산업현장에 헛발질을 해대고 있는 꼴이다. 공익위원의 작위적 오류에 따른 피해는 영세자영업자 등 경제위기 속에 생존 위협을 받는 취약 중소사업주에게 직격탄이 됐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린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린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때마침 윤석열 정부는 향후 5년간의 경제정책방향에 근로장려금(EITC) 확대를 담았다. 일하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일정액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임금은 시장에서, 생계비 확충 등 복지는 국가가 책임지는 역할 분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최저임금의 시장 교란을 경고하며 지속해서 권고했던 제도다. 이 제도가 확대되면 최저임금의 고무줄 책정은 사그라들 수 있다. 생계비를 국가가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난해 공익위원의 오류를 눈감고 넘기기에는 산업현장의 부담이 크다. 공익위원이 올해 심의 과정에서 어떤 반성을 하고, 지난해 오류분을 어떻게 반영하고 수정할지, 최대 관심거리가 됐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대국민 신뢰 문제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