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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43초대 진입 도전"…경험 쌓고 더 강해진 '괴물' 황선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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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황선우가 21일(한국시간) 2022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시상대에 올라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황선우가 21일(한국시간) 2022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시상대에 올라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영 괴물' 황선우(19·강원도청)가 한 뼘 더 자랐다. 한국 수영 자유형 200m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 기록도 한 번 더 갈아치웠다.

황선우는 21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두나 아레나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4초47을 기록해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1분43초21)에 이어 2위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은메달을 수확한 황선우는 한국 경영 선수로는 박태환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올랐다. 박태환은 앞서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과 200m 동메달,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 400m 금메달을 따냈다. 황선우가 11년 만에 그 명맥을 이었다. 황선우는 또 박태환, 쑨양(중국), 마쓰모토 가쓰히로(일본)에 이어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메달을 따낸 네 번째 아시아 선수로 기록됐다. 주 종목인 200m 성적 만으로는 동메달을 딴 박태환을 능가한다.

황선우가 21일(한국시간) 2022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황선우가 21일(한국시간) 2022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황선우 자신의 200m 최고 기록을 1년도 안 돼 0.15초 단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는 지난해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한국 기록이자 당시 주니어 세계 기록인 1분44초62에 물살을 갈랐다. 그 후 롱코스(50m) 공식 경기에서 1분44초대로 진입한 적이 없다. 올 시즌 최고 기록도 지난 3월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찍은 1분45초79였다. 그럼에도 황선우는 세계선수권 출발을 앞두고 "지금 페이스가 좋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단축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예감은 가장 중요한 결선에서 현실이 됐다.

황선우는 도쿄올림픽 전까지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었다. 첫 세계선수권이었던 2019년 광주 대회에서도 단체전인 400m 계영에만 출전했다. 도쿄올림픽이 사실상 메이저 국제대회 개인전 데뷔 무대였다. 그런데 자유형 100m 아시아 기록(47초56)을 경신했고, 결선에서 최종 5위에 올라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을 냈다. 200m 결선에선 150m 지점까지 1위로 레이스를 펼쳐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완의 대기' 황선우가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였다.

황선우가 21일(한국시간) 2022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힘차게 스타트를 끊고 있다. [AFP=연합뉴스]

황선우가 21일(한국시간) 2022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힘차게 스타트를 끊고 있다. [AFP=연합뉴스]

황선우는 그 후 쇼트코스(25m) 국제대회를 통해 경기 감각을 키워나갔다. 쇼트코스 대회는 올림픽 규격인 롱코스의 절반 길이 경기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세계 정상급 선수는 대부분 출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전 경험이 필요한 황선우에게는 꽤 효과적인 기회였다. 롱코스 경기보다 턴이 잦은 점도 오히려 턴 동작 전후의 기술을 점검할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0월 쇼트코스 월드컵 3차 대회 자유형 200m에서 우승한 그는 12월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국제대회 정상에 올라 자신감을 채웠다.

그 사이 레이스 운영 능력도 월등히 좋아졌다. 황선우는 도쿄올림픽에서 힘을 배분하는 요령을 몰라 오버페이스를 하다 후반 힘이 떨어졌다. 세계선수권에선 그 반대였다. 결선 100m 지점까지 4위를 유지하다 150m 지점에서 3위로 올라섰다. 이어 마지막 50m 구간에서 도쿄 금메달리스트 톰 딘(영국·1분44초98)을 제치고 2위로 들어왔다. 경험은 그렇게 약이 됐다.

황선우는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를 통해 "이번 대회에선 올림픽 때의 경험을 토대로 후반에 스퍼트를 올리는 전략을 펼쳤다. 그 덕에 세계선수권 첫 개인전에서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은 것 같아 무척 기쁘다"고 했다.

황선우(왼쪽)가 21일(한국시간) 2022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시상식이 끝난 뒤 다비드 포포비치(가운데), 톰 딘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황선우(왼쪽)가 21일(한국시간) 2022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시상식이 끝난 뒤 다비드 포포비치(가운데), 톰 딘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황선우는 이제 도쿄올림픽의 '신성'을 넘어 세계 수영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선수들로 채워진 8개의 결선 레인 사이에서 당당히 가운데(3번) 자리를 꿰차고 레이스를 펼치는 톱 랭커가 됐다. 2년 뒤 파리에서, 또 한 번 한국 수영선수가 올림픽 포디움에 올라설 수 있다는 희망도 부풀어 오른다.

그때까지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할, 강력한 맞수의 존재도 재확인했다. 황선우보다 한 살 어린 '18세 수영 신동' 포포비치다. 그는 준결선에서 황선우가 보유하던 주니어 세계 기록을 1분44초40으로 단축하고 1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는 그 기록을 다시 1분43초21까지 당기면서 황선우보다 1초26 빠른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황선우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안기는 존재다.

황선우는 "포포비치와 나이가 비슷하다보니 라이벌로 많이 언급되는 것 같은데, 그 선수는 이번에 1분43초대의 대단한 기록을 냈다"며 "나도 열심히 훈련해서 1분43초대로 진입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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