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들고 설치는 학생도 품었다…85세 선생님의 Anding 파티 [인생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21 06:00

업데이트 2022.06.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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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제자들의 별로 살아온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땅바닥에 누웠습니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는 별이 되었습니다. 이는 스승을 이어 제자들 또한 누군가의 별이 되고자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일생 제자들의 별로 살아온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땅바닥에 누웠습니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는 별이 되었습니다. 이는 스승을 이어 제자들 또한 누군가의 별이 되고자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죽음은 헛기침을 하고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죠. 선생님은 최근 친구의 죽음 앞에 나름 충격이 컸던 듯합니다. 전화를 걸어오셔서 한참 동안 ‘죽음 이야기’를 하셨죠.

사실 죽음 이야기는 선생님의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제가 1973년 고등학교를 갓 입학했을 때도 수업의 상당 부분이 죽음 이야기로 채워졌지요. 심지어 부산 당감동 화장장(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을 찾아보라고 했어요. 선생님은 ‘죽음을 알아야만 인생을 안다’는 인문학자이셨죠.

전화 중, 제가 뜬금없는 질문 하나 던졌죠.

“선생님은 장례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요.
“가족들끼리 모여 작은 장례를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러면 저희 제자들과 미리 작별 인사하시면 어떠냐고 했죠. 흔쾌히 하시겠다는 거예요. 학창시절 선생님의 수업은 언제나 ‘유쾌한 반란’이었지요. ‘역시나’ 했어요. 그래도 생전 장례식이라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엔딩 파티’라 이름 붙였어요.

선생님은 “죽고 난 다음 너희끼리 까불까불하면 뭘 하냐. 살아서 신나는 이야기를 하고 남길 말도 남겨야지. 꼴까닥 하고 가는 인생이 서럽다” 하셨죠. 그 소원 하나를 읽고 제자 노릇 제대로 한번 해 드리고 싶었어요.

친구들에게 선생님의 마음을 전했지요. 살아계실 때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자”고…. 후배들까지 동참했어요. 다들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제자들이었죠.

모교도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었죠. 50년이 다 되었으니 반세기잖아요. 드레스 코드는 교복으로 정했어요. 선생님이 반백의 제자들 앞에서 50년 전의 타임캡슐을 타고 나타나시면 그만큼 회춘하는 거 아닐까요?

교실에 종이 울리면 등장하셔서 ‘마지막 수업’을 하기로 하셨죠. 이어서 도시락을 까먹던 시절을 회상하며 〈도시락 최후의 만찬〉을 갖기로 했죠. 제자들이 옛날 어린 시절 선생님 흉도 보고, 우리에게 별이 되셨던 일에 감사도 하려고 해요. 물론 노래도 불러야겠죠. 선생님 덕분에 이만큼 컸다는 재롱잔치죠.

마지막 수업에 이어 선생님은 수업에 참석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기로 하셨고요. 평생 예수의 삶을 사셨던 선생님의 제자들을 향한 축복의 시간이 되겠지요.

저희는 조의금이 아닌 축하금을 모아 사모님과 여행 떠나시라고 할 작정이에요. 그리고 한 지인의 롤스로이스 차량을 준비했어요. 뚜껑 열리는 차잖아요.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안녕’으로 작별의식을 마치려고요. 마지막 작별의 엔딩 신을 영화처럼 간직하고 싶었어요. 진짜 뚜껑들 열리겠죠?

이날 다 참석을 못 하기에 줌으로 중계를 하려고 해요. 해외에 가 있는 제자들도 참여할 수 있겠죠. 디지로그 엔딩 파티입니다. 저희는 ‘Ending’이 아닌 ‘Anding’을 쓰기로 했어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실상은 선생님만이 아닌 우리 자신들을 향한 이야기고 시간일 거라 여겼어요. ‘웃는 자와 웃고 우는 자와 함께 울라’던 교훈을 따라 남은 인생 잘살아봐야겠죠. 그게 우리를 향한 선생님의 마음 일터니까요.

브니엘 고등학교 이정삼 선생님 제자 일동

50년 만에 수업을 듣는 제자들은 선생님의 웃음에 따라 웃고, 선생님의 울음에 따라 웁니다. '웃는 자와 함께 웃고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의 수업입니다.

50년 만에 수업을 듣는 제자들은 선생님의 웃음에 따라 웃고, 선생님의 울음에 따라 웁니다. '웃는 자와 함께 웃고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의 수업입니다.

수업 종이 울렸습니다.
가슴에 이름표를 단 학생들이 선생님을 맞이합니다.

거의 50년 만의 수업이자 마지막 수업입니다.

참 여기서 ‘마지막’은 ‘Ending’이 아닌’ Anding’의 의미입니다.

끝일 터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수업,

여든다섯살의 선생님은 머리가 허옇게 센 제자들과 마주하여
50년 전처럼 그렇게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학교에 큰일도 많았습니다. 우리가 다 아는 ‘노타치’의 우두머리였던 친구가 있었죠. 한번은 학생들이 톱· 칼· 낫·몽둥이 들고  나서는 큰 사달이 났죠. 일이 컸잖아요. 일이 컸으니 모두가 그 친구를 퇴학시켜야 한다고 했죠. 저는 퇴학시키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교육으로만 안 되는 게 있으니 내게 맡겨 달라고 했죠. 그렇게 그 친구를 불러서 자장면도 사주고 우동도 사주면서 맺힌 걸 풀어나갔죠. 지금 어린이집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마지막 수업이 시작됩니다. 여든 다섯살의 선생님과 어느새 선생님만큼 머리가 센 제자들은 50년 전의 학창시절로 이내 돌아갑니다.

마지막 수업이 시작됩니다. 여든 다섯살의 선생님과 어느새 선생님만큼 머리가 센 제자들은 50년 전의 학창시절로 이내 돌아갑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선생님의 수업엔 웃음과 눈물이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숨죽여 듣다 느닷없는 유머에 웃고, 웃다가 시나브로 눈물을 훔칩니다.

“한창 사춘기일 때 꼬치가 적어서 고민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12시간 안에 해결책을 안 주면 죽겠다는 편지를 내게 보내왔죠. 그 친구를 데리고 병원에 갔죠. 의사 선생이 포경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어 의사 선생은 ‘나중에 발기를 자주 시키라’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또 ‘적당한 시기에 자위하게끔 하라’고 합디다. 우리는 그때 자위라는 걸 죄악시했는데 그 선생은 그래야 나중에 부부 생활을 원활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의사 선생에게 한 수 배운 겁니다. 그 친구가 신혼여행 갔다 와서 우리 집에 온 거예요. 왜 왔겠습니까? ‘우리 신혼에 이상 없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서로가 금기시하며 몰랐던 시절의 이야기였습니다. 자그마치 반세기 전의 이야기건만 머리가 센 제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선생님의 수업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사실은요. 계속해서 물을 주면 콩나물이 자라듯 언젠가 이 친구들도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믿음과 꿈, 사람에겐 이 두 가지 있어야 합니다. 꿈꿀 수 있게 하려면 별을 보게 해야죠. 별을 봐야 방향을 잡을 수 있잖아요.”

이 ‘Anding’ 파티를 기획한 송길원 목사가 이정삼 선생님을 두고 이리 말했습니다.
“폭풍 노도의 시대에 브니엘 정신으로 살게 한 스승이 이정삼 선생님이십니다. 우리에겐 하늘의 별과 다름없는 분이십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제자들이 운동장에 섰습니다. 그들이 손잡고 선 모양, 다소 삐딱해도 나름대로 별입니다. 좀 삐딱하면 어떻습니까. 별로 살아온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온 마음을 모아 만든 별이니 스승의 얼굴엔 웃음꽃이 필 밖에요.

서로의 손을 잡고 제자들이 운동장에 섰습니다. 그들이 손잡고 선 모양, 다소 삐딱해도 나름대로 별입니다. 좀 삐딱하면 어떻습니까. 별로 살아온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온 마음을 모아 만든 별이니 스승의 얼굴엔 웃음꽃이 필 밖에요.

사실 이 ‘Anding’ 수업과 모임을 하는 내면에는 고교 시절 이정삼 선생이 가르쳤던 죽음에 관한 철학이 배어있습니다.

당시 왜 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화장장에 가보라고 했을까요? 이 선생님이 수업 말미에 들려준 의미는 이러합니다.

“제 손으로 장례를 한 1200번 치렀죠. 염을 한 500명 이상 했습니다. 삶이 어려운 분들은 주변에 누가 세상을 떠나면 다 당황해요. 준비된 게 있을 리 없죠. 그래서 나는 자동차 뒤에 남녀 수의를 한 벌씩 갖고 다니죠. 곽(관)도 무료로 제공하고요. 화장장에 가보면 온갖 삶을 다 만날 수 있습니다. 인생의 끝을 봐야 내가 이끌어 나갈 삶의 지표와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걸 안 보면 제멋대로 살아가게 되니까요. 그래서 화장장에 가보라고 한 겁니다.”

결국 죽음에서 삶을 보고 삶의 지표를 찾으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그 가르침대로 반세기나 지나 제자들이 죽음, 장례, 헤어짐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고 있는 겁니다.

선생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줍니다. 평생 예수의 삶을 살았던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주는 축복입니다. 이는 끝인 ‘Ending’이 아닌 또 다른 ‘Anding’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선생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줍니다. 평생 예수의 삶을 살았던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주는 축복입니다. 이는 끝인 ‘Ending’이 아닌 또 다른 ‘Anding’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식사하며 제자들이 선생님에게 봉투를 두 개 건넸습니다. 하나의 봉투는 조의금이 아니라 축의금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죽고 난 다음 의식보다 살아있을 제 마음을 나누자는 의미였습니다. 가히 ‘유쾌한 반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봉투에 ‘이정삼’ 이름으로 제자들이 지은 삼행시가 들어있었습니다. 게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러합니다.

이, 이놈 저놈들이 말썽을 부려도

정, 정이 많으셔서 항상 참으시고

삼, 삼 년 동안 믿음, 소망, 사랑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업을 마치자 누구 하나 그리 시키지 않았건만 자연스레 제자들이 복도에 섰습니다. 박수로 스승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수업을 마치자 누구 하나 그리 시키지 않았건만 자연스레 제자들이 복도에 섰습니다. 박수로 스승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스승의 이름을 빌려 털어놓은 제자들의 속내, 스승에겐 내내 곱씹고 또 내내 품고 갈 이야기가 생긴 겁니다. 진정한 의미의 ‘Anding’인 겁니다. 마지막으로 새길 기념사진을 찍으며 제자들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제자들은 스승을 위해 별을 만들고자 애를 쓰지만, 마음먹은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비록 몸이 따라주지 않지만, 별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차고 넘칩니다.

제자들은 스승을 위해 별을 만들고자 애를 쓰지만, 마음먹은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비록 몸이 따라주지 않지만, 별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차고 넘칩니다.

그것은 그들이 별 모양이 되는 사진을 찍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이는 그들의 별로 살아오신 스승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도 누군가의 별로 살겠다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이 뚜껑 열린 롤스로이스를 탔습니다. 제자들은 선생님에게 꽃을 던지며 ‘ Anding’ 파티를 마무리했습니다. 꽃을 받고 떠나는 선생님과 꽃을 던지며 배웅하는 제자들에겐 영화의 엔딩 신처럼 잊히지 않을 하나의 장면이 가슴에 맺힐 겁니다.

선생님이 뚜껑 열린 롤스로이스를 탔습니다. 제자들은 선생님에게 꽃을 던지며 ‘ Anding’ 파티를 마무리했습니다. 꽃을 받고 떠나는 선생님과 꽃을 던지며 배웅하는 제자들에겐 영화의 엔딩 신처럼 잊히지 않을 하나의 장면이 가슴에 맺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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