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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명의 '할랄' 잡아라…말레이·인니 찾아가는 K떡볶이·K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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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국내 식품업체가 ‘할랄’(Halal)에 꽂혔다. 무슬림(이슬람교도)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인 할랄을 만들기 위해 인증을 받고 할랄 전용 공장을 세운다. 이미 포화에 이른 국내 식품 시장에서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할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일 SPC그룹은 베이커리 브랜드인 파리바게뜨가 말레이시아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다. SPC그룹은 말레이시아 제2의 도시로 꼽히는 조호르바루에 할랄 인증 제빵공장을 짓고 현지 기업인 버자야 푸드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SPC그룹은 4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만2900㎡(약 3909평) 규모의 공장을 짓는다.

SPC그룹이 말레이시아에 짓는 할랄 인증 제빵공장인 조호르바루 공장 조감도. [사진 SPC그룹]

SPC그룹이 말레이시아에 짓는 할랄 인증 제빵공장인 조호르바루 공장 조감도. [사진 SPC그룹]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빵‧케이크‧소스 등 100여 가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공장이 들어설 부지는 탄중펠레파스 항구와 가까워 동남아시아 전 지역과 중동 물류에 유리하다. 허진수 SPC그룹 사장은 “말레이시아 할랄 공장을 기반으로 2500조원 규모의 세계 할랄 시장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도물산은 떡볶이 소스로 인도네시아 할랄 시장 문을 두드린다. 인도네시아도 전체 인구(2억7000만명)의 87%가 무슬림이다. 지난 12일 떡볶이와 어묵탕을 빠르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무궁화 떡볶이 소스 분말’(5종) 20t을 인도네시아로 보냈다. 떡볶이와 어묵탕 30만명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한민 명도물산 대표는 “이슬람국가 중에서도 할랄 인증을 받기 어려운 인도네시아를 뚫기 위해 2년 넘게 공을 들였다”며 “간단히 뿌릴 수 있고 유통기한도 긴  만큼 이슬람권 전역으로 시장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할랄 시장 2030년 4136조원으로 커져” 

대상도 말레이시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고추장 할랄 인증을 받았다. 제주삼다수는 일찌감치 할랄 인증을 받은 생수를 생산하고 있다. 2017년 최초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월 인증 갱신에 성공했다. 제주삼다수 관계자는 “할랄 인증 정책과 할랄 보증시스템 11가지 기준의 이행과정 요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할랄 최고등급인 ‘A등급’을 3회 연속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업계가 할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 확대 때문이다. 세계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할랄만 먹고 쓸 수 있는 무슬림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0년 13억만명이었던 무슬림은 지난해 18억명으로 늘었다. 2030년엔 22억명, 2050년 30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무슬림 여성의 1인당 평균 출산율(2017년 기준)은 2.9명으로 비 무슬림 여성의 평균 출산율(2.2명)보다 높다. 이 때문에 평균 연령도 어리다. 무슬림의 평균 연령은 24세로, 다른 종료를 가진 인구의 평균 연령보다 평균 5세 낮다.

명도물산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할랄 떡볶이 소스와 어묵탕 소스. [사진 명도물산]

명도물산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할랄 떡볶이 소스와 어묵탕 소스. [사진 명도물산]

이로 인한 세계 할랄 산업 규모는 2017년 2조1000억 달러(약 2714조원)에서 2024년 3조2000억 달러(약 4136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대체육 기술이 발전한 것도 이유다. 이슬람교는 특히 고기의 섭취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돼지고기는 먹을 수 없고 소고기도 특별한 종교의식을 거쳐야만 먹을 수 있다. 국내 식품업계에선 콩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대체육 뿐 아니라 식용 곤충을 대체육 재료로 사용하거나 아예 실제 동물 세포를 배양해서 만드는 배양육까지 만드는 기술을 확보했다.

한류 열풍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드라마나 아이돌을 좋아하는 무슬림이 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무슬림이 많은 대표적인 국가는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미국 등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어렵게 할랄 인증을 받아도 막상 수출에 어려움이 많은 만큼 한국 정부의 인증을 주요 이슬람국가의 수준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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