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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자치경찰 키워 국가경찰 권력 분산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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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한국지방자치경찰학회 회장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한국지방자치경찰학회 회장

비대해진 경찰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자는 논의가 뜨겁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경찰의 막강한 물리력이  시국 및 공안 통치에 남용된 경험 때문에 민주화 과정에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마련됐다. 경찰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대안으로 1991년 경찰위원회 제도가 처음 도입됐고,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산하 치안본부를 외청인 경찰청으로 분리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됨에 따라 이제 윤석열 정부는 경찰개혁 차원에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 마련에 나섰다. 실제로 수사 경찰의 권한이 대폭 확대됐고, 정보 경찰의 기능도 강화되고 있다. 2024년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이양되면 경찰은 최고 권력기관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강화하고, 인권 침해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권한의 오·남용이 없도록 민주적 통제 장치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해졌다.

비대한 경찰권력 통제장치 필요
형식뿐인 경찰위원회 강화해야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 첫째,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화 경찰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본래 자치경찰제도는 경찰권을 지방으로 분산해 지역 주민의 요구와 지역 특성에 맞게 치안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고, 거대해진 국가경찰의 권한을 지방의 자치경찰로 이양해 국가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용이하게 만들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시행된 현행 일원화 자치경찰제도는 국가경찰의 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놔둔 채 경찰 사무만 이원화하다 보니 자치경찰제도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국가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려면 경찰자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자치분권의 완성도를 높이도록 설계해야 한다. 따라서 현행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국가경찰의 조직·인력·예산을 자치경찰로 완전히 이관해야 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한 이원화 경찰체제 도입이 시급하다. 그렇게 하면 국가경찰은 더 전문화된 형사사법기관으로 거듭나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다. 자치경찰은 지역 치안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해 지역주민을 위한 치안 서비스 제공자가 될 것이다.

둘째,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는 방안이다. 본래 경찰위원회는 경찰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을 차단하고, 경찰 활동의 중립성·민주성을 위한 통제 기구다. 그러나 현행 국가경찰위원회는 명목상 심의·의결 기관이지만, 형식적·상징적 역할을 수행하는 자문기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경찰위원회가 설치 목적에 맞도록 실질적 권한을 확보하고, 중립성·민주성을 보장하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즉, 국가경찰의 주요 정책에 대한 실질적 심의·의결기관으로서 경찰청을 민주적으로 관리·감독하고, 경찰청은 심의·의결된 사항을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국회에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법안들이 많이 제출됐다.

셋째, 행안부에 가칭 경찰국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행안부 장관에 ‘치안 사무’를 부여해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권력이 집중된 경찰청에 대한 실효적 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는 사실상 없다. 따라서 경찰청에 대한 지휘·감독 기관의 설치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다만 막강한 경찰 권력을 손에 쥔 국가경찰을 행안부 장관 밑에 둘 경우 우려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비대해진 경찰 권력의 분산을 위해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이원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수사·공공안전·정보·보안·외사 등 국가적·전국적 단위의 권력적 법 집행 작용은 국가경찰이 수행하도록 하고, 생활안전·교통·경비 등 비권력적 경찰 서비스 제공 작용은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자치경찰이 수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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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한국지방자치경찰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