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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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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폭염(heatwave)은 비정상적인 고온 현상이 지속하면서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오는 자연재해를 가리킨다. 폭염의 기준은 나라별로 다르다. 우리나라는 일 최고 체감온도 33℃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 폭염주의보를 발령한다. 지난 19일 대구와 광주·경북 대부분 지역, 경남·전남 일부 지역에 대해 올해 첫 폭염주의보를 발효했다. 지난해보다 3주가량 당겨졌다.

 때 이른 폭염은 중서부 유럽과 미국 등도 강타하고 있다. 프랑스 남서부 도시 피소스의 지난 주말 최고기온은 무려 43.4℃에 달했다. 미국도 ‘열돔(heat dome)’ 때문에 수십 개 주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열돔은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고압의 대기층 아래에 갇혀 열기를 솥뚜껑처럼 가두는 현상이다.

 폭염은 사회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 농작물이 고사하고, 가축이나 양식장 물고기가 폐사하며 물가가 오른다. 전력난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인명 피해다. 우리나라의 자연재난 중 폭염의 인명 피해가 가장 크다.

 기록적인 폭염이 왔던 2018년 여름, 온열 질환 사망자는 145명에 달했다. 그러나 폭염이 사망의 간접 원인인 '초과사망자'까지 경우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무더위는 뇌·심장·신장·심혈관계 등 인체의 여러 장기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18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929명에 달할 것이라 추정한 연구(박종철·채여라, 2020)도 있다. 그늘막, 무더위쉼터와 에어컨 보급 등의 영향으로 1994년 폭염 당시 보다는 피해가 줄었다는 평가다.

 모든 재난이 그렇지만 폭염 역시 약한 고리를 공격한다. '2020 폭염영향보고서'(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폭염 당시 온열질환자 24%가 70세 이상 노인이었다. 온열질환의 73%가 야외작업장(28.1%)이나 논밭(11.2%) 등 실외에서 발생했다. 실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1만 명당 28.7명이 온열질환을 앓았다. 그 외 직업군(3.5명)의 8.2배에 달한다. 소득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저소득층(의료급여 수급자)은 1만 명당 21.2명이었으나, 고소득층(상위 5분위)은 4.8명에 그쳤다. 더위를 피할 수 없는 작업장 및 주거 환경이 건강을 위협하는 셈이다. 취약계층의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