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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의료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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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미국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개인 의료 정보와 위치 정보를 기업이 사고파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런 민감한 정보를 어떻게 사고팔 수 있을까 싶지만, 미국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합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일선 정치에 뛰어들기 전에 소비자보호법을 가르치는 법대 교수였던 워런 상원위원은 국회에 들어온 후에도 소비자 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에 그가 이런 입법을 주도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워낙 많은 브로커와 의사, 의료기관의 이익이 걸려 있는 사안이라 환자 정보 거래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도 미국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다시 들고나온 이유는 대법원이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를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헌법이 이를 보호해 주지 않으면 많은 주에서 임신 중지를 불법화하게 될 것이고, 그럼에도 시술을 받을 경우 당장은 의료진을 처벌하겠지만 향후 시술을 받은 여성도 살인죄로 처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추적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일례로 페이스북이 ‘메타 픽셀’을 사용해 누가 응급 임신 중지 센터를 검색하고 예약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임신 중지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이런 정보를 구입해 임신을 중지하려는 여성들을 상대로 타깃 광고 기능을 사용해 허위 정보 캠페인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여성들에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는 미국 대법원의 움직임이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