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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보수·진보 교육감들의 한심한 ‘교부금 밥그릇 지키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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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내국세와 연동해 편성되는 교육교부금을 대학 재정 지원금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임태희 경기교육감 당선인은 반대 입장이다. 그는 오히려 "유·초·중·고 교육비에 쓰이는 교육예산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본 후 핸드폰 통화를 하는 모습. [뉴시스]

정부가 내국세와 연동해 편성되는 교육교부금을 대학 재정 지원금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임태희 경기교육감 당선인은 반대 입장이다. 그는 오히려 "유·초·중·고 교육비에 쓰이는 교육예산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본 후 핸드폰 통화를 하는 모습. [뉴시스]

유·초·중·고 교육교부금 대학 지원 반대  

교부금 산정 방식 바꿔 세금 낭비 막아야

정부가 최근 유·초·중·고 교육비에 쓰라고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대학에도 나눠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교부금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을 배출하는 대학 재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자 6·1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시·도 교육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교부금(예산) 밥그릇’을 지키려고 교육 철학이나 정책이 상반되는 진보와 보수 교육감들이 전에 없이 일치단결한 셈이니 놀랍기만 하다. 사사건건 충돌해 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단체들도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보수 성향인 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인은 제도 개편에 반대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 당선인은 “유·초·중·고 교육예산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며 한술 더 떴다.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초·중등 재원을 대학으로 이전하는 것은 부정적”이라며 “대학 재정은 고등교육교부금 특별법을 만들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계가 교부금 축소에 반발하는 명분은 “학령인구(초·중·고)는 줄었지만 맞춤형·돌봄 교육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교원·시설·기자재 확보 등을 위해 교부금이 투입될 곳은 더 늘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매년 세수 증가로 늘어나는 교부금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게 중요한 변수다. 내국세의 20.79%로 연동된 교육교부금은 17개 시·도 교육청에 배분된다. 교육부·국회예산처 등에 따르면 올해 교부금은 지난해보다 20조원 늘어 약 81조원이다. 문제는 재학생은 감소(2020년 546만 명→ 2050년 368만 명)하는데 해마다 교부금이 증가하자 각 교육청이 이 돈을 소진하려고 흥청망청 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교육청은 올 3월부터 중학교 신입생에게 태블릿PC를 지급했다. 매년 600억원을 쓴다. 코로나19 지원 명분으로 10만~30만원씩 현금을 지급한 교육청도 있다. 앞서 시·도 교육감들은 선거 과정에서 선심성 지원 공약을 남발했다. 김대중 전남교육감 당선인은 학생 1인당 연 240만원의 교육수당 지급을 약속했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뽑는 ‘깜깜이 선거’, 후보 1인당 평균 11억여원이 드는 ‘돈 선거’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혹여라도 천문학적 수치의 교육교부금 중 일부가 선거자금 보전용으로 전용되는 건 아닌지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전국의 교육청이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일은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부금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꾸고, 사용처 또한 대학·평생교육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회는 여야를 떠나 ‘내국세 연동제’ 개정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