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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8개월 만의 재도전…오늘 ‘진짜 위성’ 싣고 우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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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차 발사일을 하루 앞둔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차 발사일을 하루 앞둔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1일 한국형발사체(누리호·KSLV-II)가 우주로 오르기 위한 재도전에 나선다. 유력한 발사 예상 시각은 오후 4시다.

누리호는 지난 14일 강풍으로 발사대로 이송이 미뤄지면서 발사가 하루 연기됐다. 15일에는 발사대에 섰지만, 센서 오작동 문제로 다시 조립동으로 내려와야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6~19일 조립동에서 누리호 점검 작업을 진행해 20일 누리호를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로 이송했다.

누리호 2차 발사 1차와 달라진 점 캡션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누리호 2차 발사 1차와 달라진 점 캡션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일 오전 발사대 기립 작업을 마친 누리호는 오후에는 엄빌리칼(누리호에 추진제와 전기를 공급하는 설비) 연결 및 기밀 점검(연료 누출 등이 없는지 확인)을 완료했다. 과기정통부는 21일 오전과 오후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발사 시각도 결정한다. 이 과정을 모두 문제 없이 마치면 누리호는 이날 오후 우주로 올려진다.

누리호는 1.5톤(t)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보내기 위해 개발한 우주 발사체다. 지난해 1차 발사 때는 진짜 위성이 아닌 1.5t 무게의 더미 위성(위성 모사체)을 실어 쐈다. 이번에는 ‘진짜 위성’이 실린다. 무게 162.5㎏의 성능검증 위성과 큐브위성 4기다. 탑재된 위성의 전체적인 무게를 1.5t에 맞추기 위해 성능검증 위성에 1.3t의 더미 위성을 붙인 탑재체를 쏘아 올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성능검증 위성은 2년 임무 수행을 목표로 한다. 성능검증 위성에 실린 4기의 큐브 위성은 조선대와 서울대, 연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개발했다. 우주에서 차례로 분리돼 지구 관측과 지구 대기 관측, 미세먼지 모니터링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1차 발사 때 누리호는 단 분리와 페어링(위성 모사체를 덮은 뚜껑) 분리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521초 동안 연소해야 할 3단 엔진이 475초 밖에 연소하지 못해 힘이 부족해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 최종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는 실패 원인을 찾기 위해 총 2600개가 넘는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3단 로켓의 산화제 탱크의 고압 헬륨 탱크 고정 장치가 풀렸고, 헬륨이 새어 나오며 3단 엔진으로 들어가야 할 산화제의 양이 감소해 3단 엔진이 빨리 연소해 버렸다는 결과를 얻었다.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본부장은 “구조를 보강하는 새로운 설계를 거쳐 교체 및 재조립 작업을 모두 마쳤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문제가 됐던 1단 산화제 탱크 센서 등 전기 관련 점검도 마친 상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길이 47.2m, 중량 약 200t의 누리호는 3단으로 구성돼 있다. 1단에는 75t급 액체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묶음) 돼 있다. 4기의 엔진을 정확한 정렬로 묶어 하나의 300t급 엔진처럼 작동하게 하는 고난도 기술이 적용됐다.

1단 엔진이 추력 300t에 도달하면 고정 장치 해제 명령과 함께 누리호가 발사된다. 발사 후 127초가 지나면 고도 59㎞ 상공에서 1단이 분리돼 발사장에서 약 413㎞ 떨어진 일본 규수 앞바다에 낙하한다. 발사 후 233초가 되면 3단 로켓 끝부분 페어링이 분리되고, 274초에 도달하면 고도 258㎞에서 2단이 분리된다.

목표 상공인 700㎞에 오르면 마지막 관문이 남는다. 누리호에 실린 성능검증 위성과 위성 모사체를 차례로 분리해내는 일이다. 이륙 897초 후 성능검증 위성이, 이륙 967초에 위성 모사체가 분리된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데이터를 확인하기까지 약 30분이 걸린다. 발사 42분쯤 뒤에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지상국과 첫 교신이 이뤄진다.

장영순 항우연 발사체책임개발부장은 “목표궤도 700㎞에서 오차 5%인 ±35㎞ 고도 오차 내에 들면 누리호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자력으로 1t 이상의 실용 위성을 쏠 수 있는 국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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