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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와 좌파의 동반 약진…마크롱 여당 과반 실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마크롱(左), 멜랑숑(右)

마크롱(左), 멜랑숑(右)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연합 ‘앙상블!’(함께!)이 19일(현지시간)의 프랑스 하원선거 결선투표에서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면서 마크롱 2기 국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4월 24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재선한 지 두 달 만이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현지 일간지 르몽드는 “의회가 미지의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불확실성을 강조했고, 리베라시옹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대선에서 갓 승리한 프랑스 대통령이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20일 프랑스 내무부 집계 결과, 마크롱의 소속 정당인 르네상스가 포함된 중도연합 앙상블은 245석으로 이번 총선에서 최다 의석은 확보했지만, 과반(289석 이상)은 얻지 못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극좌 성향인 장 뤽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가 이끄는 좌파연합 뉘프(신인민생태사회연합)는 131석을 차지하며 의석수 2위가 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4월 대선 결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겨뤘던 마린 르펜 대표의 극우 국민연합(RN)은 89석을 얻었다. 우파 공화당(LR)과 중도우파 동맹(UDI)은 각각 61석과 3석을 차지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치솟는 물가 등 산적한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르펜의 RN이 프랑스 극우정당 사상 가장 많은 89석의 의석을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선거 직전 전망됐던 20~50석을 크게 넘었다.

1958년 들어선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 극우정당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15석 이상을 얻은 것은 86년 르펜의 부친인 장마리 르펜 대표 시절 35석을 확보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17년 총선에서 마린 르펜의 국민전선(NF, RN 전신)은 8석에 그쳤다. 5년 만에 의석수가 11배로 늘었다.

멜랑숑 대표는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자신이 결성한 좌파연합인 뉘프가 131석이나 차지한 것은 물론, 5년 전 17석에 그쳤던 자신의 정당인 LFI가 뉘프 안에서 72석을 차지하면서다. 르몽드는 프랑스 좌파가 분열됐던 5년 전과 달리 LFI와 사회당(PS)·녹색당(EELV)·프랑스공산당(PCF)이 뉘프를 결성해 각 선거구에서 단일 후보를 내면서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멜랑숑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좌파연합은 프랑스의 역사적 반란과 혁명부흥의 새로운 얼굴”이라고 말했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좌파 정당들이 마크롱에게 대항하려고 원자력·치안 등 정책 차이를 제쳐놓고 연합했다”며 “프랑스 좌파의 쿠데타”로 표현했다.

멜랑숑은 은퇴연령의 하향(62세→60세), 최저임금 인상(한 달에 1500유로(약204만원)), 생필품 가격 동결, 기후변화 방지 등을 공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멜랑숑의 공약이 유권자들을 설득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24는 “좌파연합이 나름의 승리를 거뒀지만, 이제는 연합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사회당·녹색당이 모든 문제에서 LFI를 지지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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