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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 국가 콜롬비아에 첫 좌파정권, 게릴라 경력 대통령 당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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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당선이 확실시되자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왼쪽)와 프란시아 마르케스 부통령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선이 확실시되자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왼쪽)와 프란시아 마르케스 부통령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남미에서 인구가 셋째(5000만)로 많은 콜롬비아에서 19일(현지시간) 치른 대선 결선투표에서 반군 게릴라 출신의 좌파 대통령이 당선했다. 주요 친미국가로 분류됐던 콜롬비아에서 선거를 통해 처음 탄생한 좌파 정권이다.

이날 결선투표에서 좌파연합인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62) 후보가 50.4%를 득표해 47.3%를 얻은 기업인 출신 무소속 후보 로돌포 에르난데스를 70여만 표 차로 눌렀다고 AP·AFP 통신이 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해 보도했다.

페트로는 1974~90년 활동하다 해산한 좌파 무장조직 M-19 소속이었다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2010년·2018년에 이어 이번까지 세 차례 대선에 도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수십 년간 좌·우파가 혹독한 내전을 치른 콜롬비아에서 반군 게릴라 출신 정치인이 대통령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상징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남미 대륙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에서 광범위한 국민 불만이 판세를 바꿔 놓은 놀라운 사례”라고 평가했다.

페트로는 이날 당선이 확실시되자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프란시아 마르케스(40)와 수도 보고타의 중심지에 마련된 무대에 함께 올라 “오늘 우리가 쓰고 있는 이 이야기는 콜롬비아·라틴아메리카·세계를 향한 새로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마르케스는 미혼모 출신으로 ‘콜롬비아 최초의 아프리카계 여성 부통령’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NYT는 “빈곤과 불평등이 증가하고 기회 부족에 대한 불만이 만연한 콜롬비아에서 변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페트로는 부자 증세, 무상 대학교육과 연금 개혁, 석유·석탄산업 축소 등을 약속하며 유권자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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