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등 돌려도 최강욱 때렸다…잠행 깬 박지현, 정치 재개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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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0일 최강욱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을 결정했다. 이른바 ‘짤짤이’ 논란에 대한 심의ㆍ의결 결과다.

당원권 정지는 민주당 당헌·당규 상 제명 다음으로 수위가 높은 징계로 “당직은 자동 해제되고, 징계 기간 동안 당원의 권리행사와 당직 수임이 정지되는 징계 처분”(당규 7호 16조)이다. 21대 국회에선 앞서 윤미향 의원이 기부금 불법 모금·횡령 등 재판에 넘겨진 후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적 있다.

이는 지난달 9일 박지현 당시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명령한 직권조사에 따른 42일 만의 후속 조치다. 사퇴 후 잠행하던 박 전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은 혁신의 길에 들어서라”며 침묵을 깨고 나타났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심판원 “성희롱성 부적절 발언”…‘짤짤이’라던 崔 “…”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윤리심판원 회의 후 당 법률위원장인 김회재 의원은 “최 의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며 “여성 보좌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에서 성희롱성 부적절 발언을 한 점, 해명 과정에서 부인하면서 계속하여 피해자들에게 심적 고통을 준 점, 이 건으로 당 내외 파장이 컸고 비대위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신청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지난 4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민주당 의원ㆍ보좌진 등 남녀가 참석한 온라인 비공개 화상 회의에서 화면을 끄고 있던 동료 남성 의원에게 성적인 용어인 “‘XX이’를 하고 있냐”고 말한 의혹을 받아왔다. 논란이 일자 최 의원 측은 “‘짤짤이’(주먹에 동전을 넣고 하는 노름) 하듯 숨어있냐고 농담을 한 것”이란 해명으로 일관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이에 “심각한 성희롱 비위행위를 말장난으로 응대하고 있다”(민주당 여성 보좌관 일동 입장문)는 반발이 나왔지만, 최 의원을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과 스피커들은 “최 의원이 ‘짤짤이’라고 말했는데, 여성들이 오해하고 있다”(김어준)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이날의 결과로 민주당은 한 달 넘게 이어지던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이날 심판원 회의에 참석한 최 의원은 회의 직후 ‘잘 소명했냐’는 질문에 “잘 말씀드렸다”는 짤막한 말만 남긴 채 떠났다. 윤리심판원은 별도의 독립기구이므로 이날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고, 오는 22일 비대위 회의에 보고하는 절차만 남아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최 의원이 재심 신청을 하지 않는 한 이번 논란은 여기서 마무리”라고 말했다.

때맞춰 등장한 박지현…“민주당, 혁신의 길 들어서라”

이번 징계 논의는 특히 박지현 전 위원장의 의견이 관철될지를 두고 주목받았다. 박 전 위원장은 그간 “비상징계권을 발동해서라도 징계 절차를 조속히 하겠다”며 징계 추진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한때 그를 ‘불꽃 대장’이라 부르던 ‘개딸’(이재명 의원 지지층)이 등을 돌린 계기가 됐음에도, 그는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지난달 24일, 대국민 호소문)고 맞서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심판원 회의가 열리기 전 페이스북에 “오늘, 최 의원에게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민주당이 국민이 원하는 혁신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하길 바란다”는 글을 썼다. 지난 2일 사퇴 후 18일 만에 처음 낸 입장이다.

그는 또 “지금 민주당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혁신의 길로 동지의 잘못을 처벌하고 국민께 다가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팬덤의 길로 동지를 감싸주고 국민께 버림받는 길”이라거나, “최 의원은 범죄를 저질러도 감싸주는 방탄 팬덤에 빠져, 반성하고 거듭나라는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선거 참패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본인이 추진하던 최강욱 징계를 계기로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려는 것”(서울 초선)이란 말이 나왔다. 개딸로 대표되는 팬덤 정치에 제동을 걸면서 당내 지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란 것이다. 실제 당내에선 박 전 위원장이 위원장 사퇴 직전 주변에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

이재명 추천 인사에서 껄끄러운 존재로…친명ㆍ비명의 묘한 신경전

박 전 위원장의 재등장을 바라보는 친명(親明ㆍ친이재명)ㆍ비명(非明) 간의 신경전도 미묘하다. 당초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의 추천으로 당내 입지를 다져왔지만, 이후 ‘86 용퇴론’ㆍ‘팬덤 정치 비판론’ 등 자기 목소리를 내며 이 의원 측과는 사이가 틀어졌다. “이재명 말도 안 통한다”는 이 의원 측의 볼멘소리는 지난달부터 나왔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왼쪽), 18일에 각각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왼쪽), 18일에 각각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대표적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틀 전 페이스북에 “박 전 위원장, 이제 쉼을 끝내고 도약하자”라는 운을 띄운 뒤 이날도 “민주당은 박지현을 지켜달라”는 글을 썼다. 이에 대해 이재명 의원 측 관계자는“박 전 위원장을 이재명 의원이 추천한 것은 맞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비판하긴 어렵다”면서도 이원욱 의원의 움직임엔 “정략적인 잔머리”라고 불쾌해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총대를 대신 멘 건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의원 측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강경파 김용민 의원이었다. 그는 이날 “당을 그렇게 이끈 책임이 자기에게 있는데도 평론가 모드로 일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박 전 위원장을 저격했다. 친명계 초선 의원도 “본인도 2030여성 등 특정 계층의 팬덤 정치를 자산으로 삼아놓고 이제 와서 팬덤 정치를 배척하는 건 속 보이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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