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김건희 내조는 조용해도 요란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6.16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6.16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1. 최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건 김건희 여사의 내조입니다.
20일 김건희의 내조 관련 뉴스 두 건이 특히 그렇습니다. 하나는..김건희가 지난 18일 공군전투기 조종사였던 고 심정민 소령 추모음악회에 참석해 연설까지 했습니다.

2. 다른 하나는..윤석열과 김건희의 ‘멘토’설이 돌았던 무속인 천공스승이 유튜브(정법강의)에서 ‘정치는 영부인이 하는 것’이라 역설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천공은 ‘(김건희 영부인이) 전세계 영부인들과 대화하고 교류함으로써 위상을 떨쳐야..이런 내조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의했습니다. 천공은 김건희를 ‘영적으로 굉장히 발달돼 있는 사람’이라 평가했습니다.

3. 김건희는 지난주 전직 대통령 부인들을 잇따라 만났습니다. 천공의 주장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물론 천공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김건희의 행보와 발언마다 따라붙는 무속논란을 떠올리기엔 충분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연합뉴스.

4. 이를 보는 윤석열 지지자들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지자들은 김건희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상당수는 김건희 때문에 찍기를 망설였습니다. 그나마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너무 싫어 선택한 ‘차악’이 윤석열입니다.
이런 여론을 알기에 대선전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김건희입니다. 당선되자 달라졌습니다. 민주당 도와주는 꼴이 될까봐 김건희 욕도 못하는 냉가슴입니다.

5. 윤석열이 이런 사정을 모르진 않아 보입니다.
‘(13일 권양숙 여사 방문 당시 무속인 동행 논란 관련) 대통령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대통령 부인이 해야할 일도..이걸 좀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할지..국민께 들어가면서 차차 생각해 보겠습니다.’
‘뭐 어떻게 좀 방법을 알려주시죠..하하하.’
지난 15일 출근길 도어스테핑 발언입니다. 곤혹스러움이 묻어납니다.

6. 아직까지 윤석열은 김건희 내조와 관련해 결심을 굳히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20일 도어스테핑에서 기자가 물었습니다. ‘조용한 내조 끝난 건가요?’
윤석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집무실로 올라갔습니다.

7. 답은 뻔합니다.
첫째, 김건희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은 ‘선출된 권력’도, 전문성과 능력으로 ‘임명된 권력’도 아닙니다. 대통령의 부인이란 인연으로 불가피하게 생긴 권력입니다. 따라서 그 권력은 최소한으로 행사되어야 합니다.
둘째, 최소한이라도 영부인 권력은 막강합니다. 따라서 반드시 투명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합니다.

8. 윤석열이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차 생각해 보겠다’고 한 것은..적어도 ‘집사람’ 관련해선 이런 원칙을 칼 같이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더욱이 김건희는 젊고 활달합니다.

9. 이미 부작용의 전조는 드러나고 있습니다.
‘건희사랑’운영자 강신업 변호사가 지난 12일‘매관매직척결국민연대, 1만원 가입비’회원모집을 하자 시사평론가 유창선이 ‘언젠가 터질 윤석열 정부의 지뢰라는 느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신업은 공개 SNS에 쌍욕을 도배했습니다. 김건희는 윤석열과 찍은 사진을 강신업을 통해 ‘건희사랑’에 올립니다.

10. 김건희 내조는 이전 영부인들보다 요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무속관련 논란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정부정책과 대통령의 판단까지 전근대적 신앙으로 매도될 수 있습니다. 기성종교 세력이 막강한 대한민국에서 무속 논란은 민감하고 분열적입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사랑하는 부인이라도 ‘법과 상식’의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칼럼니스트〉
202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