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기료 월1000원 인상? 한전 주장에 기재부 "자구노력부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기요금 인상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관건은 얼마나 올리느냐다. 한국전력은 우선 오는 21일로 예정됐던 올해 7~9월분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공개를 연기한다고 20일 밝혔다. 결정을 앞두고 있던 3분기 요금 발표를 미룬 것이다.

이는 고물가에 공공요금까지 올리는 게 부담이라는 물가 당국과, 그동안 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해 이제는 올려야 한다는 에너지 당국 간의 논의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20일 세종시 장군면의 한 다세대 주택 주민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0일 세종시 장군면의 한 다세대 주택 주민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앞서 한전은 정부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 최대치인 직전 분기 대비 ㎾h(킬로와트시)당 3원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대로라면 한 달에 약 350㎾h의 전력을 쓰는 가구(4인 가구 평균)의 경우 전기료를 전보다 1050원 더 내야 한다.

현재 전기요금에는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해 국제유가 등 연료 비용이 커지면 전기료도 따라 오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2020년 1분기 이후 6개 분기 동안의 조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4차례 동결 결정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민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결국 전기료를 올려야 할 때 올리지 못하면서 한전은 올 1분기 7조8000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가구당 월 1000원 올라…감당 가능해”

올 3분기 전기료는 인상될 전망이다. 고유가에 따른 발전(發電) 원가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못박았다.

한전 영업이익과 국제유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전력]

한전 영업이익과 국제유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전력]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료비 조정단가가 ㎾h당 최소 30원에서 최대 40원은 올라야 그동안의 연료비 상승분을 맞출 수 있다고 추산한다. 그러나 연료비 조정단가(㎾h당)는 분기마다 최대 3원, 연간 5원까지만 올릴 수 있다. 따라서 한전은 정부에 연료비 조정단가의 상한선 확대 방안도 건의해둔 상태다.

익명을 요청한 산업부 관계자는 “월 1000원가량 늘어나는 것은 가계도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시각이 있다”며 “그렇다고 한꺼번에 1만500~1만4000원(㎾h당 30~40원 인상할 경우)씩 늘어나는 것은 당연히 큰 부담이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기획재정부는 한전이 요구한 인상 수준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전이 애초부터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안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한전의 여러 자구 노력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전과 산업부가 요구한 인상 수준이 과도하고, 한전의 자체적인 경영 개선을 통해 손실을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가 우려…“한전 왜 이 모양 됐나”

추 부총리는 이어 “한전이 왜 이렇게 됐나. 한전은 수익이 날 때는 없었나”라며 “한전이 왜 지난 5년간 이 모양이 됐는지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고 문 정부의 전력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기업으로서 요금을 올리려면 국민에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최근 경제 상황도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키운다. 전기료가 각종 상품·서비스 물가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기름값·먹거리 등 여타 품목의 가격도 이미 가파르게 올라 서민의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5.4% 중 0.32%포인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전기요금의 공급 원가를 낮추기가 어려운 상황에 최소한으로 인상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바람직하다”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올려서 과도하게 빠른 인상을 자제하고, 아울러 한전에 재정 투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우 교수는 “부동산 매각 등을 포함한 한전의 자구책은 당장 급하게 하기보다 향후 경기가 개선됐을 때 추진하는 것이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서 한전은 해외 발전소와 부동산 자산 매각 등을 통해 6조원 이상의 재무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전은 올 1분기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창립 이래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5조8601억원의 적자를 봤다. 증권가에선 올해 한전의 적자가 3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