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자산 노출된다"던 野, 돌연 "비공개회의·SI 다 공개하자"

중앙일보

입력 2022.06.20 16:23

업데이트 2022.06.20 17:34

더불어민주당은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이 발생했던 2020년 군 당국이 국회에 고(故) 이대준 씨가 월북을 한 것으로 판단한 근거 등을 설명했던 비공개 회의 내용을 공개하자며 여권의 공세에 맞불을 놨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전반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사건 직후 국방위에서 여야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월북의)판단 근거를 상세히 보고받았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보 해악을 감수하고라도 회의록 공개를 간절히 원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회의록 열람 및 공개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회의록 공개로도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의 판단 아래 미국 측의 협조를 받아 당시 SI(Special Intelligenceㆍ특수정보) 정보를 공개하면 된다”며 “다만, 이 정보는 민감한 정보 출처가 관련돼 있는 만큼 대한민국 안보에 해악이 뒤따른다는 것을 주지하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반기 국방위원회 김병주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서해 피살 공무원의 월북 사실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반기 국방위원회 김병주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서해 피살 공무원의 월북 사실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ㆍ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의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시 월북 관련 내용은 관련 기관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고도의 판단을 내려 공개했던 것”이라며 “당시 국방위 국민의힘 간사도 판단 근거를 상세히 듣고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인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장에 함께 섰던 설훈 의원은 발언 도중 관련 논란에 대해 “아무 것도 아닌 일”이라고 했다가 발언 직후 “죄송하다. 이 말은 지우겠다”고 하면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한편 김병주 의원의 주장처럼 실제 2020년 9월 24일 당시 국방위 야당 간사였던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의 비공개 설명 이후 기자들과 만나 “월북이라고 판단할 정황이 선명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반면 당시 국방위·정보위에서 활동했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 감청 정보 등은)보여준 적 없고, 질문에 대해 ‘이러이런 내용이 있었다’고 답변했다”며 “정부는 그렇게(월북이라고) 우겼고, 우리는 감청 전언정보를 가지고 월북이라고 100%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2020년 9월 16일 당시 국회 국방위 간사였던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20년 9월 16일 당시 국회 국방위 간사였던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하 의원의 얘기는 들을 가치가 없다”며 “당시 동료 의원들은 다 봤는데 자기만 안 봤나. 참 희한한 분”이라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이어 “(SI정보)공개를 꺼린 건 불리한 진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보ㆍ첩보 루트를 다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 사람들(여권)이 그것(안보자산 노출)을 신경 안쓰고 오로지 우리를 몰아세우는 쪽으로만 혈안이 돼 있다면 기꺼이 공격에 응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런데 (정보를)공개하는 게 정말 맞느냐”고 했다. 역공을 펴면서도 민감한 정보공개에 대한 책임을 여권에 넘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1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유가족과 면담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1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유가족과 면담하고 있다. 뉴스1

한편 민주당은 서해 공무원 피살 논란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 초반 진행되고 있는 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 등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22일 ‘보복수사 대응 TF’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앞두고 논란에 대한 직접 대응 대신 경제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날까지 공무원 피살 관련 의혹을 ‘신(新)색깔론’이라고 반발했던 우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선 “경제ㆍ민생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정부 대책은 미흡하고 한가롭게 보일 정도”라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연다기에 기대했는데, 대통령도 없고 총리도 없는 비상회의는 말만 비상이지 비상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경제 현안을 챙겨달라. 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경제는 경제장관에게 맡긴다고 하고 나서 IMF가 왔던 교훈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으로부터 '민주당의 정치보복' 주장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민주당 정부때는 안 했느냐"고 답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으로부터 '민주당의 정치보복' 주장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민주당 정부때는 안 했느냐"고 답했다. 뉴스1

박홍근 원내대표도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직접 ‘물가를 못 잡는 정권은 버림받는다’고 말했다”며 “물가를 포기한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민간 주도 성장이라는 허황된 레토릭을 거두라”고 말했다. 21일로 예고된 행정안전부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구성안 발표에 대해선 “경찰권력 장악 밑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듯, 경찰청장은 행안부 장관의 부하가 아님을 명심하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현재의 전 정부 관련 수사 등에 대해 “광우병 사태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이명박 정부 초기의 ‘노무현 때리기’와 유사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새 정부가 가장 쉽게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은 과거 정권의 잘못에 대한 단죄”라고 적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청산에 몰두한 청와대, 민주당 사람들에게 ‘박근혜ㆍ이명박 정권 수사하면서 보내면 일은 언제 하느냐’고 얘기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럼 명백한 불법을 덮자는 말인가’였다”며 “하지만 그 결말은 ‘문재인 정부는 해놓은 일이 하나도 없다’는 평가였다”고 했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 연합뉴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 연합뉴스

노무현ㆍ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민주당 정태호 의원도 통화에서 “지지율 등의 위기 속에서 윤석열 정부가 야당에 ‘발목잡기’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덧씌우기에 성공해 잠깐 지지율이 반등하더라도 국정난맥에 대한 모든 책임은 결국 대통령이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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