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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 감축에 석탄발전 늘리는 獨…"푸틴에 굴하지 않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독일의 석탄 화력발전소. [AP=연합뉴스]

독일의 석탄 화력발전소. [AP=연합뉴스]

독일이 전력용 석탄 화력 발전량을 대폭 늘리는 긴급 법안을 승인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량 감축에 따른 올겨울 가스 대란을 대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새 법안은 10기가와트(GW) 규모의 유휴 석탄 화력발전소를 최대 2년간 일시적으로 재가동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독일의 전력 생산용 석탄 의존도는 전체 발전량의 3분의 1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FT는 전했다. 독일은 기존 전체 발전량의 4분의 1 수준을 석탄에서 얻고 있었다. 기업의 산업용 천연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 경매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벡 장관은 석탄 발전량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심각하다. 씁쓸하지만, 지금은 가스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가를 올리고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술수"라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가만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새 법안은 다음 달 8일 독일 연방의회 상원에서 승인될 예정이며, 법안의 효력은 2024년 3월 31일까지 이어질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은 독일이 탄소 저감을 목표로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던 기존 기후정책과 상충된다. 하벡 장관은 "당장 들어오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자국 내 가스 저장시설에 12월까지 90%를 채우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독일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56%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최근 러시아가 독일로 보내는 노르트스트림1 파이프라인에 천연가스 공급량을 60%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천연가스 부족으로 겨울철 난방비 급등을 막기 위한 일시적인 조처라는 것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최대 수입국인 독일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로부터 전체 가스 소비량의 55%를 들여왔다. 현재는 러시아 의존도를 35% 수준으로 줄인 상태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독일로 가스 공급을 줄인 이유에 대해 캐나다에 수리를 맡긴 터빈 부품이 대러시아 제재로 반환 지연된 탓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럽은 대러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현지 dpa통신에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를 높인 건 과거 경제정책의 실수"라며 "이전 정부는 가스의 대체 공급로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숄츠 정부는 러시아 이외 수입처 다각화에 나서고,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건설 등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하벡 장관은 "지난해 천연가스를 이용한 발전량은 전체 전력량의 15%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가스 의존도를 더 줄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이날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가동을 멈췄던 석탄발전소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국영기업 베르분트(Verbund)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 폐쇄된 남부 멜라흐 지역의 난방발전소를 개조해 비상시 다시 석탄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2020년에 예비 천연가스 발전소로 개조했던 마지막 남은 석탄 화력발전소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80%를 의존 중이다. 이탈리아 정부도 수일 내 비슷한 내용의 긴급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F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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