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복무하다 희생된 사병과 의무경찰 등 기념일 필요"
2015년 8월 25일 서울 은평경찰서 구파발 검문소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해 의경 1명이 숨졌다. 당시 박모 경위가 경찰 조끼에 휴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을 꺼내 만지는 과정에서 실탄이 발사돼 박세원 상경이 왼쪽 가슴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 박 상경은 당시 대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의경으로 복무 중이었다.
박 상경 부모 등 유족은 아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에 한 달에 한 번 찾는다. 박 상경 어머니는 “아들이 햇빛이 강렬한 날에는 더울까 걱정되고, 비가 오면 비를 맞을까 걱정돼 항상 묘비에 우산을 씌운다”며 “아들처럼 의무 복무 도중 사망한 군인이나 경찰 등을 추모하는 날이 만들어지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순직의무군경의 날’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순직군경 부모유족회(유족회)’ 회원 30여 명은 지난 1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모임을 갖고 “순직 군경들은 희생된 경위야 어찌 됐건 모두 나라를 위해 봉사하다 목숨을 잃었다”며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별도의 기념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족회는 2020년부터 해마다 국회 등에서 ‘순직군경의날’제정을 위한 추모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 4월 29일에도 유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대회를 열었다. 유족들은 또 매월 1~2차례 순직의무군경의 날 제정을 위한 모임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고 있다. 유족들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6일과 17일 잇따라 만남을 갖기도 했다.
복무도중 희생된 의무군경 8700여명
유족회 등에 따르면 의무군경은 사병, 상근 예비역, 의무경찰 또는 의무소방원, 사회복무요원, 대체복무요원 등이다. 6·25전쟁 이후 복무 도중 희생된 의무군경 수는 8700여명, 유가족은 1만5000~1만6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독립유공자 등 다른 유공자 등과 형평성 차원에서도 순직의무군경이 날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립유공자는 국경일인 3·1절과 광복절,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일’, ‘순국선열의 날’, ‘의병의날’ 등이 있다. 또 참전 유공자는 ‘6.25기념일’, 서해수호의 날’, ‘인천상륙기념일’ 등을 제정해 추모하고 있다. 민주유공자 관련 기념일은 ‘4.19혁명기념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등이 있다.
"4월 넷째주 금요일을 기념일로"
순직의무군경 유족들이 기념일로 지정을 원하는 날은 4월 넷째 주 금요일이다. 유족회 박창용 회장은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소생하는 봄과 함께 꽃도 피우지 못하고 산화한 영령을 기억하기 좋은 날 같다”며 “3월 넷째 주 금요일은 ‘서해수호의 날’이 있고, 6월은 호국보훈의 달, 7~8월은 무더운 여름철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순직군경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영호·민병덕 의원 등이 지난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유족회는 “관련 법안 발의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기념일로 지정되면) 국가나 자치단체 등이 기념일에 간단한 기념행사만 해줘도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