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당 240만원" "공짜 노트북" 교육감 후보 '퍼주기 극성'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6.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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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당 공천을 못 받는 교육감 후보자들은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내세운다. 무상 노트북, 무상 석식 등 '무상'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중앙부처가 나서야 하는 교육감 권한 밖의 일을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한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선심성 공약이 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무상 스마트 기기' 보급 공약이 인기였다. 임태희 경기 교육감 당선인의 5대 공약 중 하나가 1인 1 스마트기기 무상 보급이다. 인천‧광주‧울산 등에서도 당선인이 노트북·태블릿PC 무상 보급을 약속했다. 앞서 올해 초 서울에선 조희연 교육감이 모든 중학교 신입생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해 논란이 됐다.

지난 1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한 전국 교육감 당선인들이 13일 오후 세종시에 있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실에서 모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세종교육청=연합뉴스]

지난 1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한 전국 교육감 당선인들이 13일 오후 세종시에 있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실에서 모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세종교육청=연합뉴스]

포퓰리즘 경쟁에 "연 240만원 드려요"  

현금 지급을 약속한 당선인도 있다. 김대중 전남 교육감 당선인은 학생 1인당 연 240만원, 이정선 광주 교육감 당선인은 학생 1인당 연 100만원의 교육 수당 지급을 약속했다. 지방 학령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공약이라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금 수당이 학령인구 감소를 늦출 수 있다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았다"며 "직선제에 당선되려면 일단 인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공약을 내세우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퍼주기' 공약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았다. 김주홍 울산 교육감 후보와 임태희 경기 교육감 당선인 등 보수 진영에서 무상 석식, 무상 스마트 기기 보급을 공약한 것이 한 예다.

서울 종로구 교남동 주민센터에서 한 유권자가 2018 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투표 용지를 들고 기표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교육감 투표 용지에는 정당과 기호가 표시되지 않는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교남동 주민센터에서 한 유권자가 2018 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투표 용지를 들고 기표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교육감 투표 용지에는 정당과 기호가 표시되지 않는다. [연합뉴스]

후보들은 교육감의 권한을 넘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부분 지난 정부의 핵심 정책을 유지하거나 폐지하겠다는 식의 공약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교육감 보수 후보들은 모두 자사고와 특목고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자사고나 특목고를 유지하는 것은 교육감이 아니라 정부의 권한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외고의 설립 근거가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하고 2025년부터 자사고·외고를 일괄 폐지하기로 했다. 이를 바꾸려면 교육감이 아닌 정부가 시행령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 보수 후보자들 상당수가 반대한 고교학점제 역시 교육부가 주관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포함된 정책으로 교육감 권한 밖의 일이다.

욕설·고소·삭발…유권자 피로감

교육감 선거에는 정당 개입이 금지돼 공천과 단일화를 주관하는 조직이 없다. 후보가 난립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셈이다. 서울에서는 일부 후보가 단식 투쟁과 삭발 농성까지 하며 단일화에 나섰지만 결국 단일화에 실패하고 욕설‧고소전으로 이어졌다. 인천에서는 도성훈·최계운 후보가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의 옷을 입고 유세하다가 서정호 후보에게 정치 중립 위반이라며 고발당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자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선거사무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당선(3선)이 확실시 되자 지지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자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선거사무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당선(3선)이 확실시 되자 지지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뉴스1]

후보 난립은 대표성 문제로도 이어진다. 예를 들어 3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한 번도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적이 없다. 2014년, 2018년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조 교육감은 38.1% 득표로 당선됐다. 홍후조 교수는 "단일화가 성패를 좌우하고 소수의 지지만으로 당선이 되는 지금의 교육감 직선제는 심각한 대표성 문제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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