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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쓴소리' 조응천 "이재명에 처럼회 석권, 이런 지도부 안된다" [정치언박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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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정리해드립니다.

‘미스터 쓴소리’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민주당 쇄신 논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이재명·홍영표·전해철 의원 등 ‘3인방 불출마론’에 기름을 부었고, 민주당 디지털윤리강령 등 ‘강성 팬덤’ 부작용 방지책도 제안했다. 당대표 선거 2~6위 득표자를 최고위원으로 임명해 당대표 혼자 당을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하는 ‘집단 지도체제’ 도입 주장도 총대를 멨다.

특히 그가 지난 15일 재선의원 모임 토론회에서 이재명계 ‘7인회’ 소속 김병욱 의원을 향해 “이재명 의원은 전당대회에 안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예스 오어 노’(yes or no)로 답하라”고 물었던 장면은 당내 화제였다. 대선 때 ‘대장동 의혹’방어에 앞장서 한때 ‘개딸’들의 응원도 받았던 조 의원은 최근 다시 ‘문자폭탄’의 타겟이 됐다.

조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쓴소리를 쏟아내는 이유를 “지금은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친명(親明)에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선 “누구의 ‘친(親)’이었던 적이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진정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이 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때 공당 소속 의원이 최선을 다하는 건 마땅한 것 아니냐. 그때도 쓴소리 전담이었다”고 덧붙였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16년 국회 입성 후 늘 ‘비주류’ 꼬리표를 달고 사는 그는 “어떤 경우에도 ‘말 바꾸기’는 하지 말자는 게 소신”이라고 말했다. “지금 재선인데, 3선이 되고 말고는 무슨 의미가 있겠냐. 한국 정치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여야가 서로 인정하는 민주적 규범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고, 민생에 도움되는 게 제 정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방선거 참패 원인이 뭐라고 보나.
“사는 길, 죽는 길이 있으면 죽는 길로만 계속 갔다.”
뭐가 죽는 길이었나. 
“검찰이 유시민 전 장관에 징역 1년 구형을 하고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임명되니, ‘검찰 공화국이 가시화됐다’며 갑자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드라이브를 걸었다. 절실했으면 일찌감치 했으면 되는데, 그걸 선거 직전에 했다. 거기에 ‘꼼수 탈당’까지, 안 좋은 모습은 다 보였다.”
당시 비대위원이었다. 왜 못 막았나.
“새 원내대표 경선부터 이원욱 의원 빼곤 전부 다 검수완박을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의견수렴 과정 같은 걸 거쳤지만, 답이 정해져 있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4월 의원총회 직전 비대위원직을 내려놓으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말려서 못 던졌다. 지금 와서는 좀 후회도 된다. (직을) 던지고 막았으면 결과가 어땠을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만·무능·내로남불 같은 민주당의 병증은 이미 4·7 재·보궐선거 때부터 외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며 "그때 개복 수술을 하지 않고 1년 이상 덮어둔 걸 지금 하려니 훨씬 증상이 심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경록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만·무능·내로남불 같은 민주당의 병증은 이미 4·7 재·보궐선거 때부터 외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며 "그때 개복 수술을 하지 않고 1년 이상 덮어둔 걸 지금 하려니 훨씬 증상이 심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경록 기자

당 쇄신을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당내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 여러 이견이 존재하고 그게 잘 교합이 돼서, 다들 수용할 수 있는 결론을 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 다음은 인적 쇄신이다.”
이재명·홍영표·전해철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했다.
“그냥 당 지지율을 높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면 오케이, 그런데 그게 아니다. 4·7 재·보궐선거부터 세 번을 내리 졌다. 패인을 분석하고 쇄신해야 한다. 과오를 물을 게 많은 분들이 대표로 오면, 그 작업이 멈춘다. 5년간 여당으로 있던 시기에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그때 주역이 홍·전 의원이다. 이 의원은 대선 후보에,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두 선거의 가장 큰 책임자다.”
전해철 의원은 사실상 출마선언을 했다.
“전 의원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출마하겠다’고 하셨는데, 그 위기에 원인제공을 하신 점이 없는지 먼저 돌아보시기를 권한다. 5년 동안 친문 이너서클로서 ‘부엉이 모임’이나 ‘민주주의 4.0’ 같은, 그때그때 핵심 코어 모임을 만들지 않았나.”
이재명 의원에게는 불출마하라고 전했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말린 이후로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게 없다. 저는 인천 계양을에 나가는 것도 반대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강행처리를 시도한 것도 대선 패배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강행처리를 시도한 것도 대선 패배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현행 당대표 중심 체제를, ‘집단 지도체제’로 바꾸자고 했다.
“팬덤 정치가 횡행하니, 이재명 당대표에, ‘처럼회’가 최고위원을 석권하는 지도부를 다들 떠올린다. 이건 아니지 않으냐. 특히 친문과 맞붙으면 사생결단식 당권 경쟁이 이뤄질 거다. 2년 후에 공천이 걸려있으니깐. 진 쪽은 비주류로 남아서 계속 발목 잡고 머리끄덩이 잡아당길 거다. 이런 민주당의 미래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의원이) 170명이나 있는데 그 사람들뿐이겠나. 자연스럽게 86, 97세대가 들썩이고 있다. 이미 캠프 조직하고 결성하고 그런다. 민주당도 젊은 지도자가 한 번 나올 때가 됐다.”
직접 전당대회 나올 생각은 없나?
“생각이 없던 건 아닌데, 불출마 요구나 지도체제 변경 등 제가 한 얘기가 꽤 많다. 지금은 반성을 주도하고, 쇄신은 다른 후배들이 하는 게 낫다. ‘이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생각하고 접었다.”

검찰 출신인 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력이 상당수 겹친다. 서울대 법대 81학번으로 윤 대통령의 2년 후배인데, 사법연수원 기수(18기)로 윤 대통령(23기)보다 다섯 기수 높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두루 중용되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고초를 겪은 점도 비슷하다.

윤 대통령과 잘 아는 사이인가.
“아주 잘 안다. 지난번 시정연설 하러 국회에 왔을 때도 악수했다. 제 등을 툭툭 치더라. 잘 안다.”
정권 초기 윤석열 정부를 평가한다면?
“잔기술은 많이 늘었다. 하지만 정권 핵심의 실력은 과거만 못한 것 같다. 특히 검찰 출신을 많이 기용하는 걸 보고 걱정이 된다. 지금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아 위기가 올 수 있는데, 그 파고를 제대로 넘지 못할 경우 결국 사정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그게 무리한 것일 경우엔 역풍이 불 거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8월 말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를 재차 묻자, 그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5·2 전당대회 당시 상황을 꺼내들었다. 그는 "지난해 4·7 재·보선 패배 이후 최고위원을 중앙위에서 뽑겠다고 비대위에서 발표했는데, 김용민·홍영표 의원이 '그러면 안 된다'고 반대하더니 결국 룰을 바꾸니 자신이 출마했다"며 "전당대회 룰을 바꾼 사람이 출마하는 건 안될 얘기"라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8월 말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를 재차 묻자, 그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5·2 전당대회 당시 상황을 꺼내들었다. 그는 "지난해 4·7 재·보선 패배 이후 최고위원을 중앙위에서 뽑겠다고 비대위에서 발표했는데, 김용민·홍영표 의원이 '그러면 안 된다'고 반대하더니 결국 룰을 바꾸니 자신이 출마했다"며 "전당대회 룰을 바꾼 사람이 출마하는 건 안될 얘기"라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
원(院) 구성이 안 되면 야당 손해다. 야당의 주전장이 국회 아닌가. 정부 부처가 제일 좋다. 견제가 이뤄지지 않으니 ‘룰루랄라’다. 그런데 그 손해는 국민에게 전가된다.” 
법사위원장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단 법사위 문제는 체계·자구 심사만 하기로 한 국회법에 맞춰 운영하는 걸 약속하고, 국민의힘으로부터 지난번 검수완박 합의안을 뒤집은 걸 사과받고 (법사위원장직을) 빨리 줬어야 했다. 법사위를 넘겨줘도 말도 안 되는 건 다 막을 수 있다.”
야당 의원으로서 각오는?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제가 제일 세게 할 수 있다. 검찰총장 청문회 이전부터 저는 ‘절대 검찰총장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악을 썼다. 그러다가 당원들에게 얼마나 욕먹었나. 제가 청와대도, 검찰도, 국정원도 내부를 속속들이 잘 안다. 잘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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