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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 마인드? 권모술수에 돈 챙기는데 혈안" 후보들의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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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9일 부산시 수영구 망미1동 행정복지센터 부근에서 수영구 직원들이 교육감 후보 선거벽보를 부착하고 있다. 뉴스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9일 부산시 수영구 망미1동 행정복지센터 부근에서 수영구 직원들이 교육감 후보 선거벽보를 부착하고 있다. 뉴스1

“제일 힘들었던 건 무관심이죠. 학부모도 아닌데 왜 뽑아야 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강원도교육감 후보로 나섰다가 3위(21% 득표)로 낙선한 유대균 전 교장은 “선거에 나가보니 권모술수와 비방이 난무하는데, 교육자적 마인드로 접근할 게 아니더라”고 말했다. 교사부터 교장, 교육부 관료까지 교육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였지만 교육감 선거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지 15년이 됐지만 여전히 ‘깜깜이 선거’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는 90만3227표의 무효표가 쏟아졌다.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35만928표)의 2.6배에 달한다. 경남에서는 1,2위 후보의 표차(6750표)보다 7배 많은 무효표가 나오기도 했다. 유권자 관심이 낮지만 교육감 선거엔 많은 돈이 든다. 2018년 선거에서는 교육감 후보들이 677억원을 쓰면서 시도지사 선거(542억원)보다 비싼 비용을 치렀다.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감 선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당선자도 낙선자도 "다음 선거 조직 정비 혈안"

지난 1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한 전국 교육감 당선인들이 13일 오후 세종시에 있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실에서 모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한 전국 교육감 당선인들이 13일 오후 세종시에 있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실에서 모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선거에 나섰던 후보들은 ‘이대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유대균 전 교장은 “조직과 예산이 제일 중요하고 교육 정책 같은 것은 부차적 문제더라”면서 “오히려 교육 현장에 있던 전문가가 불리한 구조”라고 했다. 그는 “낙선자도, 당선자도 다음 선거를 위해서 조직을 갖추고 돈을 챙기는데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당선자조차 교육보다 비교육적 요소에 관심을 갖게하는 제도를 그냥 두면 안된다”고 말했다.

강원도교육감 선거는 진보, 보수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17개 시도중 가장 많은 6명의 후보가 난립했다. 유 전 교장은 “예비후보 등록 1000만원, 본후보 5000만원 기탁금을 내야 하는데, 등록 시점엔 이미 지역 사무소, 공보물, 차량 등 수억원을 쓴다”며 “등록을 한 다음엔 단일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일화가 교육감 선거의 가장 확실한 승리 공식이지만 정당 뒷받침도 없는 개인이 비용을 떠안고 물러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정치인 출마길 열어주면서 '정치중립'?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이대영 전 부교육감은 교사, 교장, 서울시 부교육감까지 지낸 교육 전문가지만 보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정치인 출신인 조전혁 전 의원에게 밀려 사퇴했다. 보수 단일화가 결국 실패하자 그는 “나를 포함한 보수 후보들은 서울 살 자격도 없다”며 근교로 이사했다. 이 전 부교육감은 “교육감 선거의 ‘정치적 중립’은 우스운 얘기다. 정치인이 출마하기 쉽게 교육감 출마 자격을 바꾸지 않았는가”라고 했다. 지방교육자치법이 교육감 자격 요건으로 ‘교육경력’과 ‘정당가입경력’ 제한을 완화해온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3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 교육의 현안과 문제해결'을 주제로 서울 중도·보수 교육감 단일화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 교육의 현안과 문제해결'을 주제로 서울 중도·보수 교육감 단일화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이 전 부교육감은 “교육자는 비용이 겁나서 나설 수가 없다. 나도 단일화 과정에서 물러났지만 차라리 새옹지마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는 “선거제를 유지하려면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가 가장 나은 대안”이라며 “다만 정치인이 장악하지 않도록 교육 경력 최소 기준을 지금보다 훨씬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감 뽑는데 직선제 부적절…바뀌어야"

교육에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유권자가 많다는 점도 직선제의 문제다. 세종시교육감에 도전했던 강미애 전 교장은 “시도지사만큼 굵직한 선거인데 무관심에 외로움마저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를 만나면 ‘난 애도 없다’, ‘애가 다 컸다’면서 왜 교육감을 뽑으라고 하느냐”고 한다”며 “차라리 유권자가 제한된 선거가 낫지 않겠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낙선한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교수는 “서울 25개구를 관리할 조직이 개인에게 있겠느냐”며 “혼자 발버둥치다가 완전히 깨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직선제는 교육감 선출 제도로 아주 부적절하다”며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 전문성을 갖춘 후보와 함께 나서는 러닝메이트가 차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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