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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영양 모자라 빼빼 말라가는 암 환자, 식욕 되살려 암과 싸우는 힘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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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암을 이겨내는 암 환자 영양 관리
암 치료는 마라톤과 같다. 몸속에서 암 덩어리를 제거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차례 반복되는 독한 항암 치료에 메스꺼움·구토·식욕부진 같은 증상으로 음식을 먹기 힘들어진다. 암에 대한 심리적 걱정까지 겹치면서 식욕을 잃는다. 전체 암 환자의 20% 이상은 극심한 식욕부진으로 인한 영양 결핍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 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영양 관리가 중요하다.

암은 현대인을 가장 위협하는 질병이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도 역시 암이다. 한 해에만 약 8만여 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암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체력이다.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 체력이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암 치료를 더는 할 수 없게 된다. 의학 수준이 발전해도 암 환자의 영양 상태가 중요한 이유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승태 교수는 “암 환자 대부분은 식욕부진에 따른 영양 결핍으로 나날이 빼빼 말라간다”고 말했다. 2009년 국립암센터에서 입원 치료 중인 암 환자 1만4678명의 영양 상태를 전수조사했더니 3명 중 2명(64.8%)은 영양 결핍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영양 부족하면 항암 치료 효과 뚝

문제는 암 환자의 병적 식욕부진이다. 암에 걸리면 평소 먹는 걸 좋아했던 사람도 뇌의 식욕 중추가 억제돼 음식 냄새가 역겹게 느껴진다. 억지로 먹으려고 음식을 입에 밀어 넣어도 속이 울렁거리면서 올라온다. 몸에서 먹는 것을 거부하는 셈이다. 부실하게 먹다 보니 전신 면역력도 떨어진다. 암 환자의 체내 면역 세포는 암세포에 대항하면서 더 많이 에너지를 쓴다. 그런데 식욕부진으로 덜 먹다 보니 부족한 에너지를 근육·지방 등을 분해해 소모한다. 암에 걸리면 전신적 영양 부족으로 점차 체중이 빠지다가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 심리적으로도 암 진단 이후 충격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입맛도 사라진다.

병적 식욕부진이 유발하는 파급력은 강력하다. 몸에서 이용해야 할 영양소가 소모적으로 쓰이면서 잘 먹어도 예전처럼 회복이 어려운 악액질(Cachexia)로 진행한다. 김 교수는 “암세포가 분비하는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으로 근육이 급격히 줄면서 신체 대사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일종의 암성 근감소증이다. 전신적인 영양 결핍으로 체력이 약해 지속적 항암·방사선 치료가 어려워진다. 힘들게 치료를 받아도 치료 반응도 떨어진다.

전신 상태 개선되면 생존 의지 회복

암으로 식욕이 뚝 떨어졌다면 암과 싸우는 힘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영양 관리가 시급하다. 억지로 먹기 힘들다면 식욕을 촉진하는 약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보령에서 판매하는 메게이스(성분명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가 대표적이다. 이 약은 암 환자 식욕부진의 주요 원인인 사이토카인 분비를 억제하고, 포만감을 느끼는 중추신경에 신경 자극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병적인 식욕부진을 개선한다. 또 지방세포 분화를 촉진해 영양 상태를 개선해 체중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식욕이 극도로 떨어진 암 환자 66명을 대상으로 메게이스를 복용토록 했더니 환자의 32%에서 체중이 증가했고, 암세포 전이율도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가 있다. 김 교수는 “암 진단 초기부터 식욕을 촉진하는 치료 등 적극적으로 영양 관리를 받으면 전신 상태가 개선돼 생존 의지를 높여준다”며 “암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급여 대상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식욕촉진제는 재발·전이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지원되고 있다.

고령층이나 말기신부전, 류머티즘 질환, 만성 심부전 등 질병으로 식욕이 떨어진 사람도 복용하면 긍정적이다. 나이가 들면 혀의 미각세포가 퇴화해 맛을 덜 느끼면서 식욕부진을 경험한다.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도 식욕을 떨어뜨린다. 맛을 느끼지 못해 식욕이 감퇴하고 음식 섭취량이 줄면서 영양 상태가 불량해진다. 부실한 식사는 근감소증으로 이어진다. 근육이 줄면서 전신 면역력이 떨어진다. 독감·폐렴 등 감염성 질환에 잘 걸리고 욕창 등으로 몸 상태 회복도 더뎌진다. 몸이 안 좋으니 덜 움직이면서 건강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식욕부진이 심하다면 건강한 식사로 영양소를 보충하는 식욕촉진제 복용을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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