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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라더니…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 왜 나오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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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의 미래에 적색 신호등이 켜졌다. 지분 57.5%를 가진 모기업 카카오가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서다. “결정된 게 없다”는 공식 해명에도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선 “신뢰가 무너졌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5일 조회공시를 통해 “카카오의 주주가치 증대와 카모의 지속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17일 열린 카모 사내간담회 ‘올핸즈’에서 류긍선 카모 대표 등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며 “우리 권리를 침해하는 일에 대해서 경영진은 어떻게 든 최선을 다해 방어할 것”이라는 취지 답변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카모는 3100만명이 가입한 자타공인 국내 1위 모빌리티 기업이다. 카카오T 택시기사 회원은 25만명으로 사실상 국내 택시기사 전부가 가입한 플랫폼이다. 택시 외에도 대리·내비게이션·공유 자전거·택배·렌터카 등 이동과 관련한 모든 분야로 확장해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에 최근접한 국내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가능성을 인정받아 누적 1조1114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카모를 바라보는 카카오의 속내는 복잡하다. 우선 카카오는 갈등에 민감한 기업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과거 “상대적으로 약자인 집단과 싸우는 것은 피하려 한다”며 “공존하고 이를 통해 혁신하는 게 숙제”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카모는 택시를 주요 비즈니스 대상으로 한다. 2015년 카카오택시 출시 이후 수익화 시도 역시 대부분 무산됐다. 2018년 5000원을 내면 즉시 배차해주는 서비스를 공개했지만, 사회적 반발에 밀려 1000원을 내는 스마트호출로 조정됐다. 지난해 스마트 호출료를 5000원으로 인상하려다 역시 사회적 질타를 받고 접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택시 외 탈 것을 만들려는 시도도 번번이 막혔다. 2018년 말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카풀은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발 끝에 2019년 초 중단됐다. 그나마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가 급성장 중이다. 3만 7000대 규모의 카카오 가맹택시는 지난해 매출 5465억원, 영업이익 12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한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가맹택시 역시 앞날이 녹록지 않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카모가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줘 자사우대를 했다며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카모는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 등으로 카카오의 자회사 상장에 여론이 부정적이고, 시장 상황까지 나빠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사태를 두고 직원들 의견은 갈린다. 카카오 공동체(계열사)에서 ‘손절’ 당한 거냐는 격앙된 반응이 많다. 반면 일부 직원들은 갈라서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라는 틀에 묶여 보폭이 제한됐던 환경이 개선된다면 카모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실제 매각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쪽이 많다. 기업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해도 카카오 본사가 원하는 수준을 맞춰 줄 매수자가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카카오가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면, ‘카카오 계열사라서’ 카모에 합류한 1급 개발자들의 이탈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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