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술시장 나홀로 호황…부르주아 ‘거미’ 518억에 팔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사진 Art Basel]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사진 Art Basel]

세계적 미술가 루이스 부르주아(1911~ 2010)의 대표작 ‘거미’ 조각이 최근 스위스 아트바젤에서 4000만 달러(약 518억원)에 팔렸다. 그의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이다. 경제 침체에도 미술시장 열기는 변함이 없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바젤이 스위스 바젤에서 14~19일 성황리에 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주가 하락에 암호화폐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아트바젤을 찾은 세계 미술품 컬렉터들은 더 좋은 작품을 찾는 데 열중했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40개국, 289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이번 아트바젤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본래 규모로 열렸다. NYT는 “관람객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완벽히 회복된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떤 갤러리에선 개장 6시간 만에 4000만~3억원(3만~25만 달러)에 달하는 작품 20개를 판매하는 등 거래는 활발했다”고 전했다.

높이 3.35m, 지름 6.7m인 부르주아의 강철 ‘거미’ 조각은 세계적인 갤러리 하우저앤워스 부스 한가운데 설치돼 주목받았다. 이전에 같은 크기의 청동 ‘거미’ 조각은 2019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3200만 달러에 판매됐다. NYT에 따르면, 하우저앤워스의 공동대표 이완 워스는 “아트바젤 사상 여성작가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이라고 말했다.

높이 9m, 지름 10m가 넘는 가장 큰 거미 조각 ‘마망’은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용인 호암미술관 전시)과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일본 도쿄 롯본기힐스모리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펠릭스 곤살레스 토레스의 ‘무제(팀 호텔)’. [사진 Art Basel]

펠릭스 곤살레스 토레스의 ‘무제(팀 호텔)’. [사진 Art Basel]

한편에선 쿠바 출신 미국인 화가 펠릭스 곤살레스 토레스(1957~96)의 1992년 작품 ‘무제(팀 호텔)’가 161억원(1250만 달러)에 팔렸다.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가 아시아 컬렉터에게 팔았다. ‘무제’는 42개의 전구와 줄로 구성된 단순한 작품으로, 작가가 파리 거리에서 본 불빛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고정된 형태 없이 설치하는 사람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지는 전구 불빛은 관람객에게 다양한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 [사진 Art Basel]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 [사진 Art Basel]

그렇다고 미술시장이 하락세인 주식시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분위기인 건 아니다. NYT는 “컬렉터들이 ‘안전한 작품’을 찾는데 시간을 더 들이고 있다”며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작가나, 아예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 작품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지난 5월 소더비 경매 ‘더 나우(The Now)’ 섹션에서 예상가(1억원)의 10배에 달하는 액수에 낙찰돼 주목받은 1990년생 작가 루시 불의 작품도 인기였다. 소더비 낙찰가만큼은 아니어도 수많은 컬렉터가 작품을 사려고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갤러리 부스. [사진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부스. [사진 국제갤러리]

한국에선 국제갤러리가 유일하게 참여했다. 유영국(1916~2002)의 1966년 작품 ‘Work’가 10억원가량에, 박서보(91) 화백의 2014년 작품 ‘묘법 No.140416’이 4억원대에, 하종현(87) 화백의 1994년 작품 ‘Conjunction 94-95’가 2억원대에 판매됐다. 이 밖에 이기봉, 양혜규, 강서경 작가 작품이 판매됐고, 1974년생 박진아 작가의 회화 3점은 첫날 모두 팔렸다.

이번 아트바젤에선 갤러리 관계자나 관람객 모두 마스크를 벗었다. 코로나 감염 테스트도 의무가 아니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지난달 내린 ‘불필요한 여행 제한’ 조치로 중국과 홍콩 컬렉터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아트바젤에서 보였던 동양인 컬렉터는 대부분 한국인”이라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렸다. NYT는 “요즘 바젤 출품작은 온라인을 통해 사전에 컬렉터에게 공개된다. 부스에 있는 많은 작품은 사전 판매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지난주 아트바벨을 다녀온 한 컬렉터는 “좋은 작품에 사람이 몰려 작품 하나 사기 어려웠다. 결국 몇몇 작품은 대기 예약만 걸고 왔다”며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지만, 현재 세계 미술시장이 초호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