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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얼마뒤 그 소년 총 맞았다...'조커' 피닉스 잊지못할 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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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영화 '컴온 컴온'을 각본, 연출한 마이크 밀스 감독(왼쪽)과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촬영 당시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밀스 감독을 지난 4월 21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찬란]

영화 '컴온 컴온'을 각본, 연출한 마이크 밀스 감독(왼쪽)과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촬영 당시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밀스 감독을 지난 4월 21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찬란]

‘조커’ 배우 호아킨 피닉스(48)가 미국 사회에 대한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흑백 영화 ‘컴온 컴온’(감독 마이크 밀스)이 30일 개봉한다. 배트맨 숙적 조커를 미국 사회가 낳은 현실적 괴물로 연기해낸 그다. ‘컴온 컴온’에선 어린이들을 취재하는 라디오 방송 저널리스트 조니가 됐다. 어머니를 잃고 섬처럼 살아가던 조니는 싱글맘 여동생 비브(가비 호프만)의 부탁으로 잠시 맡게 된 9살 조카 제시(우디 노먼)를 취재 여정에 동참시키면서 가족의 의미, 어른의 책임감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삶의 의미를 꿰뚫는 해학적 인물 묘사로 ‘제2의 우디 앨런’이라 불리는 미국 감독 마이크 밀스(56)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구상해 각본‧연출을 겸했다. 지난 4월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트럼프 대통령 시기 미국을 이해하는 게 혼란스럽고 암울했다”면서 “미국인의 전형적인 삶의 흐름에 주인공들의 관계를 겹쳐내 미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마이크 밀스 감독. 자유롭게 뻗친 머리와 운동화를 즐겨 신는 기동성 좋은 차림 등이 영화 '컴온 컴온' 속 조니(호아킨 피닉스)의 모습과 빼닮았다. [사진 찬란]

마이크 밀스 감독. 자유롭게 뻗친 머리와 운동화를 즐겨 신는 기동성 좋은 차림 등이 영화 '컴온 컴온' 속 조니(호아킨 피닉스)의 모습과 빼닮았다. [사진 찬란]

쇠락한 미국 제조업 대표지 디트로이트, 이민자들의 도시 뉴욕, 수몰되어가는 뉴올리언스, 예술가들의 도시 LA…. 영화에서 조니는 4개 대도시 아이들에게 “미래를 상상할 때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미국인은 두 종류 같아요. 언제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사람과 필요한 것을 가지려면 엄청 고생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 “우린 죽기 위해 태어난 걸까요? 그 뒤에 숨은 이유는 있을 거예요”…. 미래 세대의 답변은 빈부 격차, 인종차별, 아동폭력, 미래를 향한 희망 등을 아우른다.

30일 개봉 흑백 영화 '컴온 컴온' #트럼프 시대 美어린이에 미래 질문 #'조커' 피닉스가 직접 인터뷰 나서 #'제2 우디 앨런' 밀스 감독 각본·연출

호아킨 피닉스, 직접 미국 어린이들 인터뷰

이야기 자체는 허구지만, 조니가 어린이 수십명과 나눈 대화는 대본이 아닌 실화다. 호아킨 피닉스가 영화 제작진과 함께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 사이 각 도시를 실제 방문해 어린이들을 인터뷰했다. 호아킨 피닉스는 “아이들의 여과되지 않은 실제 목소리가 들릴 수 있게 한 데서 마이크 밀스 감독의 비범함이 드러난다”고 영화사에 출연 계기를 전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75세 아버지의 커밍아웃 이후를 그린 ‘비기너스’(2010), 그런 아버지와 45년간 결혼생활을 한 어머니 등 자신을 키운 여성들에게 영감 받은 ‘우리의 20세기’(2016) 등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온 밀스 감독이다. ‘컴온 컴온’도 아버지로서 아이를 키운 경험이 토대가 됐다. “그간 내가 구축해온 세상이 아이로 인해 예측불가능한 방식으로 뒤집혔고 그게 선물처럼 느껴졌다”는 그는 “한 아이의 시선보다 다양한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다큐적 요소와 픽션적 요소를 균형 잡으며 이야기해나가는 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 어린이를 45분씩 인터뷰해 다양한 경제력, 인종, 생각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가 주인공들의 여정을 뒷받침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독자적 목소리로 영화에 담길 수 있도록 했다.

-영화 속 4개 도시 선택 기준은.  

“미국 지도에서 남북‧동서로 교차되는 지역들이고 미국의 많은 정국을 상징한다.”

-왜 흑백 영화로 찍었나.  

“흑백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무성영화 시절 작품처럼 성인 남자와 아이가 함께 있는 모습이 우화적으로 느껴지길 바랐다.”

뉴욕 거리 장면은 교통 통제 없이 멀리서 카메라를 향해 걸어오는 두 배우의 모습을 다큐 찍듯 담았다. “미국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고 밀스 감독은 말했다.

-호아킨 피닉스 같은 유명 배우와 거리 통제 없이 어떻게 촬영했나.  

“연기력 덕분이다. 촬영 당시가 ‘조커’ 홍보가 극에 달했을 때인데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다. 호아킨 피닉스란 배우의 마법이다. 호아킨은 굉장히 똑똑하고 진부함을 피하는 데 탁월하다. 호아킨은 호기심을 갖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자기 생각과 분위기, 지성을 통해 캐릭터를 연주해냈다. 연주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른 블루스 음악 같았다.”

호아킨 피닉스 주연 영화 '컴온 컴온'(30일 개봉)은 어린이의 삶과 미래에 대해 인터뷰하는 라디오 저널리스트 조니가 여동생이 없는 사이 9살 조카 제시를 맡게 되면서 겪는 여정을 그렸다. [사진 찬란]

호아킨 피닉스 주연 영화 '컴온 컴온'(30일 개봉)은 어린이의 삶과 미래에 대해 인터뷰하는 라디오 저널리스트 조니가 여동생이 없는 사이 9살 조카 제시를 맡게 되면서 겪는 여정을 그렸다. [사진 찬란]

사회가 지키지 못한 아이의 목소리도 담았다. “초능력이 생긴다면?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나로 있을게요. 나다운 게 슈퍼파워에요. 놀라운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울 거예요.” 극 중 인터뷰에 씩씩하게 답했던 뉴올리언스의 9살 더반테 브라이언트는 이 영화 촬영 후 2020년 길모퉁이에서 빗나간 총알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영화 말미엔 그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추모 자막이 삽입됐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는 밀스 감독의 전작에 이어 이번 영화 안팎에 새겨낸 주제다. 그는 “생물학적 가족만이 가족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말하는 ‘정상적 가족’, 여성인 어머니, 남성 아버지로 구성된 화목한 가족만이 좋은 가족은 아니죠. 가족의 모습은 다양할 수 있고 피가 섞인 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랑으로 대하고 보살피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게 진정한 가족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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