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파티 끝났다"…대학살 수준의 폭락 덮친 '검은 주말'

중앙일보

입력 2022.06.19 17:54

업데이트 2022.06.19 18:02

“암호화폐 파티는 끝났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암호화폐 시장의 대폭락 사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WSJ은 “암호화폐 시장은 과시, 열정, 낙관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이제 세 가지의 공급이 모두 끊겼다”고 지적했다. 파티가 끝나자 코인 가격은 무너지고, 투자자는 파산의 위기에 몰리고, 거래소는 해고에 나서고 있다.

WSJ의 예언이 실현되듯 폭락세를 이어가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5시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2만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2020년 12월 이후 18개월 만에 2만 달러 붕괴다. 투자자들이 공포에 투매 물량을 쏟아내자 이내 1만9000달러도 깨졌다. 19일 오후 4시엔 1만8500달러에 거래 중이다. 24시간 전보다 10% 빠졌고, 일주일간 33% 떨어졌다.

지난 13일 하락 미끄럼틀을 탄 비트코인은 2만~2만2000달러의 박스권에 머물렀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2만 달러는 낙동강 방어선”이라고 할 정도였다. 이런 믿음의 근저엔 그동안의 공식이 있다. 비트코인은 그동안 하락장에서도 직전 상승장인 2017년의 최고점(1만9497달러)을 한 번도 뚫고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믿음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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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붕괴는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비트코인이 2만 달러 선을 내준 뒤 1시간이 지나자 암호화폐 ‘넘버 2’인 이더리움도 1000달러 선이 뚫렸다. 이더리움이 1000달러 밑으로 내려온 건 2021년 1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19일 오전 6시엔 896달러를 찍으며 900달러 마저 깨졌다. 이날 오후 4시엔 960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주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대체 코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발행한 코인 BNB의 가격은 최근 1주일간 24%가 빠진 193달러에 거래 중이다. 지난해 11월 가격은 650달러였다. 시가총액 8번째 규모인 암호화폐 리플도 지난 7일간 12%가 폭락해 0.3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뒤 비트코인 시장이 '검은 주말'을 맞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18일 “기준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은 악재가 많았던 암호화폐 시장을 기록적으로 궤멸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대학살 수준의 폭락”이라고 보도했다.

'검은 주말'을 거치며 암호화폐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 파티’에 힘입어 얻었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암호화폐 시가총액(시총)의 72%가 증발했다. 암호화폐 시총은 지난해 11월 2조9680억 달러(3843조원)에서 19일 8220억 달러(1064조원)로 쪼그라들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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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런(암호화폐 대규모 인출 사태)’과 담보물 청산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금(金)과 같은 비트코인 가격 급락과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대출 시장의 주요 담보물인 이더리움 가격이 추락한 여파다.

17일(현지시간) 홍콩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대출업체(디파이 프로토콜)인 ‘바벨 파이낸스’가 “자금 압박으로 예금 인출과 환매 등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대출 잔액은 약 30억 달러(3조8850억원)다. 코인런으로 지난 13일 인출 중단 선언을 한 암호화폐 대출업체 ‘셀시우스’에 이어 두 번째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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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의 거물 헤지펀드 ‘쓰리 애로우스 캐피탈(3AC)’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3AC는 2012년 120만 달러(15억원)의 펀드로 시작해 지난 4월 30억 달러(3조8000억원)까지 규모를 키웠다. 국산 코인 루나에 약 2억 달러(2600억원)를 투자했는데 테라와 루나의 붕괴 직격탄을 맞았다.

WSJ은 “루나 사태로 인한 손실은 3AC가 견딜만한 규모였지만 루나 재단이 테라 가격 방어를 위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각하면서 촉발한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추락은 버틸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WSJ은 “3AC가 큰 손실을 본 뒤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법률·재무 고문을 고용했다”며 “3AC는 자산 매각과 다른 회사의 구제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3AC의 공동설립자 카일 데이비스는 “피해를 본 회사는 우리뿐만이 아니다”며 “다른 회사도 동일한 전염병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테라와 루나의 폭락 사태 때 “2008년 금융위기의 시작을 알린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비슷한 사건”이라고 보도한 블룸버그의 논평이 현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크립토닷컴 광고에 출연한 미국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

크립토닷컴 광고에 출연한 미국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

시장이 얼어붙으며 암호화폐 거래소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은 지난 11일 “전체 직원의 5%에 해당하는 260명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암호화폐 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2월 미국 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중계의 광고를 점령했지만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미국의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는 지난 14일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암호화폐의 겨울이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며 “전체 인력의 18%에 해당하는 110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지난달 코인베이스는 1분기에 4억2970만 달러(556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암호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NFT(대체불가토큰) 시장의 거품도 꺼지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이번달 첫째 주 NFT 총 거래대금은 3519만 달러(454억원)다. NFT 열풍이 정점이던 지난 4월 둘째 주의 3억6980만 달러(4773억원)와 비교하면 10분의 1토막으로 급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 “지난달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의 매출이 지난해 9월과 비교해 약 9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NFT에 대한 수요가 식어가는 상황에서 오픈씨는 각종 소송에도 휘말린 상태”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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