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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행령 통제' 법안 낸 조응천, 4년전 與땐 정반대 입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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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시행령 통제법에 대한 정치권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국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 의원의 모습. 김성룡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시행령 통제법에 대한 정치권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국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 의원의 모습. 김성룡 기자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법제처까지 “위헌의 소지가 크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4일 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사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여야가 번갈아가며 제출했던 법안이다. 대선을 이긴 쪽에선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시행령 정치’를 펼쳤고, 야당은 제동을 걸기 위해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비슷한 법안들을 내놨다. 그 과정에서 여야는 서로를 향해 ‘내로남불’이라고 손가락질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조 의원도 ‘내로남불’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여당 시절인 20대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논의할 당시 조 의원은 “권력 분립 원칙”을 내세우며 현재 자신의 법안과 배치되는 주장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 의원 법안의 핵심 골자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정부의 시행령이 모법의 취지와 어긋날 경우 검토와 통보만 했던 국회에 수정 및 변경 요청권까지 부여한 것이다. 둘째는 정부에 대한 시행령 수정 요청 요건을 국회 본회의 의결에서 각 상임위 의결로 바꿔 문턱을 낮춘 점이다. 조 의원은 법안에 “국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통제 주체와 방법을 상임위원회 통보에서 본회의 의결로 격상시킨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즉 시행령의 문제점을 국회가 보다 쉽게 통제하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지난 13일 시행령 통제 관련 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많다는 입장을 밝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13일 시행령 통제 관련 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많다는 입장을 밝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권 바뀌자 입장도 바뀐 조응천

공교롭게도 조 의원이 “부적절하다”고 밝힌 시행령 관련 국회법 조항(98조 제4항~8항)은 민주당이 여당 시절인 20대 국회 때 개정됐다. 조 의원도 논의에 참여했다. 2018년 전반기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이었던 조 의원은 그해 2월 22일에 열린 운영위 소위에 참석해 지금과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시행령 수정 요구의 주체를 삼권분립 원칙상 상임위가 아닌 국회 본회의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시행령을 통제하는 걸 훨씬 까다롭게 만들겠단 얘기다. 함께 회의에 참여했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의견도 비슷했다. 다음은 당시 회의록.

조응천 위원:“행정입법의 변경 요구 주체를 상임위로 할 것인가 국회로 할 것인가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소위원장 윤재옥:“그러면 국회로 하는 게 좋겠다는 겁니까?”

조응천 위원:“국회로 하는 게 더 온당하지 않나, 권력분립 원칙상.”

박홍근 위원:“또 삼권 분립하의 입법기관으로서의 어떤 그런 대표성이라고 할까요.”

윤재옥:“좋습니다. 좋고요.”

여야는 2년간의 협상 끝에 2020년 1월 시행령 관련 국회법 조항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김현아·유승민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시행령 정치에 반발해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시정 요구권을 주장했다. 여야 논의 끝에 조 의원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법률에 어긋나는 시행령에 대한 수정 요청의 주체가 상임위에서 국회 본회의로 격상됐다. 대신 시행령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정부에 통보할 수 있다”를 “국회가 검토해 통보해야만 한다”는 취지로 바꾸는 강제성 규정이 삽입됐다. 논의에 참여했던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본회의 표결은 여당, 강제성을 부여한 건 야당의 요구사항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령 관련 검토 및 통보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게 되어있다. [중앙포토]

현재 시행령 관련 검토 및 통보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게 되어있다. [중앙포토]

조응천 “시행령에 대한 국회 개입 꼭 필요”

이에대해 조 의원은 19일 중앙일보에 “모법에 어긋나는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개입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자신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에서 통과시켰어야 했는데 수도 없는 많은 일이 있어 솔직히 놓쳤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시행령 검토 주체와 관련한 입장이 바뀐 것과 관련해선 “(시정 요구 주체가) 향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깊이 있게 논의되길 바란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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