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경제 무너져도 호황…518억에 팔린 지름 6.7m 강철 '거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가 전시된 아트바젤 하우스앤워스 갤러리 전시장. 이 '거미'조각은 4000만 달러 한화 약 518억원에 판매됐다. [사진 아트바젤]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가 전시된 아트바젤 하우스앤워스 갤러리 전시장. 이 '거미'조각은 4000만 달러 한화 약 518억원에 판매됐다. [사진 아트바젤]

14일 VIP개막을 시작으로 19일까지 열린 제52회 아트바젤 현장. [사진 Art Basel]

14일 VIP개막을 시작으로 19일까지 열린 제52회 아트바젤 현장. [사진 Art Basel]

이번 아트바젤 언리미티드(Unlimited)' 섹션에 전시된 영국 작가 토마스 J 프라이스의 작품 'Moments Contained' (2022). 언리미티드는 대규모 조각과 그림, 비디오 프로젝션, 대규모 설치, 라이브 공연 등 고전적인 미술 전시의 한계를 뛰어넘는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섹션이다. [사진 연합뉴스]

이번 아트바젤 언리미티드(Unlimited)' 섹션에 전시된 영국 작가 토마스 J 프라이스의 작품 'Moments Contained' (2022). 언리미티드는 대규모 조각과 그림, 비디오 프로젝션, 대규모 설치, 라이브 공연 등 고전적인 미술 전시의 한계를 뛰어넘는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섹션이다. [사진 연합뉴스]

2022 아트바젤 전시장 전경. [사진 연합뉴스]

2022 아트바젤 전시장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번 아트바젤의 한 전시장. 우고 론디노네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사진 아트바젤]

이번 아트바젤의 한 전시장. 우고 론디노네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사진 아트바젤]

10여년 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미술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대표작 '거미' 조각이 최근 스위스 아트바젤에서 4000만 달러(한화 약 518억원)에 판매됐다. 부르주아의 작품 판매가 중 최고가 기록이다. 주가하락의 분위기에도 미술시장의 열기는 변함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4~19일 스위스 아트바젤 #2019년 이후 처음 본래 규모로 #289개 갤러리. "미술시장 초호황"

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바젤이 스위스 바젤에서 14일 VIP 개막으로 시작해 19일까지 성황리에 개최됐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주가 하락에 암호화폐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아트바젤을 찾은 세계 미술품 컬렉터들은 더 좋은 착품을 찾는 데 열중했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엔 전세계 40개국에서 289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이번 아트바젤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본래의 규모로 열렸다. 뉴욕타임스는 "관람객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완벽히 회복된 수준은 아니었다"면서도 ""어떤 갤러리에선 개장 6시간 만에 4000만원~3억원(3만~25만 달러)에 달하는 작품 20개 판매되는 등 거래는 활발했다"고 전했다.

컬렉터들이 사랑하는 '거미'조각 

2022 아트바젤에서 4000만달러에 판매된 루이스 브루주아의 '거미' 조각. [사진 하우스앤워스갤러리]

2022 아트바젤에서 4000만달러에 판매된 루이스 브루주아의 '거미' 조각. [사진 하우스앤워스갤러리]

높이 3.35m, 지름 6.7m 에 달하는 부르주아의 강철 '거미' 조각은 세계적인 갤러리 하우저앤워스 부스 한가운데 설치돼 주목받았다. 같은 크기의 청동 버전 '거미'는 2019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3200만 달러에 판매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하우저앤워스의 공동대표인 이완 워스는 "아트바젤 사상 여성 작가 작품 중에선 최고가 기록"이라고 말했다.

한편 높이 9m, 지름 10m가 넘는 가장 큰 사이즈의 거미 조각 '마망'은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용인 호암미술관에 전시)과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일본 도쿄 롯본기힐스의 모리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마망(Maman)'은 프랑스어로 '엄마'를 뜻한다. 생전에 작가는 "이 작품을 가리켜 어머니께 바치는 시(詩)"라며 "어머니는 (거미처럼) 태피스트리 짜는 일을 하며 우리를 먹여 살리며 보호했다"고 말한 바 있다.

곤살레스 토레스 작품 161억원  

펠릭스 곤살레스 토레스의 작품 '무제'. 2022 아트바젤에서 161억원에 판매됐다. [사진 데이비드 즈위너]

펠릭스 곤살레스 토레스의 작품 '무제'. 2022 아트바젤에서 161억원에 판매됐다. [사진 데이비드 즈위너]

한편에선 쿠바 출신의 미국인 화가 펠릭스 곤살레스 토레스(1957~1996)의 1992년 작품 '무제 (팀 호텔)'이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에서 161억원(1250만 달러)에 아시아 컬렉터에게 판매됐다. '무제'는 42개의 전구와 줄로 구성된 단순한 작품으로, 작가가 파리 거리에서 본 불빛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작품 자체의 고정된 형태가 없어 설치하는 사람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것도 특징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전구로 만들어진 것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가피하게 희미해지는 불빛은 관람객에게 다양한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 중 하나를 시적으로 기념하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사물을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로 가득 찬 무언가로 변형시켜온 작업으로 유명하다.

차세대 블루칩 작가 찾기  

그러나 미술시장이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시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분위기는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컬렉터들은 '안전한 작품'을 찾는데 시간을 더 들이고 있다"며 "아예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작가나, 아예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들 작품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테면, 지난 5월 소더비 경매 ‘더 나우(The Now)’섹션에서 예상가(1억원)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에 낙찰돼 주목받은 1990년생 작가 루시 불의 작품도 인기였다. 소더비 낙찰가만큼 높은 가격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컬렉터가 작품을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연화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는 "올해 아트바젤은 메가 갤러리들도 블루칩 작품들과 함께 젊은 작가들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며 "특히 새로운 표현 방식(블랙 유머, 초현실, 게임 언어 등)을 택한 작가들과 더불어 흑인 여성 작가들의 작품도 확실히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국제갤러리 '한국 작가 알리기' 

2022 아트바젤에 국내 갤러리리 중 유일하게 참여한 국게갤러리 부스 전경. [사진 국제갤러리]

2022 아트바젤에 국내 갤러리리 중 유일하게 참여한 국게갤러리 부스 전경. [사진 국제갤러리]

한국 갤러리 중에선 국제갤러리가 유일하게 참여했다. 유영국(1916~2002) 1966년 작품 'Work'가 10억원가량에 판매됐으며, 박서보(91) 화백의 2014년 작품 '묘법 No.140416'이 4억 원대, 하종현(87) 화백의 1994년 작품 'Conjunction 94-95'가 2억 원대에 판매됐다. 이 밖에 이기봉, 양혜규, 강서경 작가의 작품도 판매됐으며, 1974년생 박진아 작가의 회화 3점은 첫날 모두 팔렸다.

중국인은 '여행 제한'으로 불참

이번 아트바젤에선 코로나19 방역은 비교적 느슨한 분위기였다. 갤러리 관계자들과 관람객 모두 마스크를 벗었고, 코로나 감염 테스트 의무도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 5월 내린 '불필요한 여행제한' 조치로 중국과 홍콩 컬렉터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아트바젤에서 보이는 동양인 컬렉터는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아시아 컬렉터들이 상당한 곡가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사고 있다"며 "요즘 바젤의 출품작들은 온라인을 통해 사전에 컬렉터들에게 공개되며 그 결과 부스에 있는 많은 작품은 사전 판매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지난주 아트바젤을 방문했다는 한 컬렉터는 "현재 아트바젤은 너무 호황이어서 원하는 작품 하나 사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며 "결국 몇몇 작품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돌아왔다. 언제 이 거품이 꺼질지 모르지만, 현재 세계 미술시장이 초호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