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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의용군 4명 사망"…러, 이번엔 첩보 아닌 공개 발표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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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 13명의 의용군이 우크라이나에 입국해 4명이 사망했고 8명이 떠나 현재 1명이 남아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간) 한국 국적 의용군 현황이 포함된 ‘우크라이나 측 외국 용병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모든 국제 의용군과 그 대표자들을 감시하고 그 상황을 기록해 왔다”면서다.

러시아 "용병 줄고 유출 규모도 커져" 

지난 2월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을 받아 건물 외벽이 손상된 우크라이나 키이우 남부의 고층 아파트. [연합뉴스]

지난 2월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을 받아 건물 외벽이 손상된 우크라이나 키이우 남부의 고층 아파트. [연합뉴스]

러시아 측은 이같은 의용군 현황 자료를 공개하며 “우크라이나 측이 매일 인명과 군사장비의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외국인 용병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유출 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황이 러시아 측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공개한 현황 자료엔 한국을 포함한 64개국 우크라이나 입·출국자와 사망자, 잔류자 통계가 담겼다. 참전 목적의 우크라이나 입국자는 총 6956명이며, 이중 1956명이 사망했고 1779명이 떠났다는 게 러시아 측의 주장이다. 국가별로는 폴란드의 사망자가 378명(입국자 1831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214명(입국자 530명), 캐나다 162명(입국자 601명) 등이었다.

'선전용 메시지'로 풀이 

우크라이나 국제 의용군으로 참전 후 지난 5월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근 예비역 대위. [뉴스1]

우크라이나 국제 의용군으로 참전 후 지난 5월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근 예비역 대위. [뉴스1]

러시아는 앞서 지난 4월에도 한국 국적 의용군의 참전 및 사망 현황을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다만 공개 발표 형태가 아닌 외교 루트를 통해 첩보 형태로 관련 현황을 알렸다. 정부는 첩보를 전달해 준 국가가 러시아라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

당시 러시아 측이 전달한 첩보에 따르면 4월 20일 기준 국제의용군으로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전투에 참여한 한국 국적자 13명 중 2명은 사망했으며 4명은 한국으로 귀국해 7명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 러시아가 발표한 현황 자료엔 우크라이나에서 참전중인 한국 국적 의용군은 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이후 두 달간 2명의 한국인 의용군이 사망했고, 네 명은 추가 귀국했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첩보와 공개 발표 형태로 의용군 현황을 제공한 의도는 분명치 않다. 다만 정부는 러시아 측이 공개한 의용군 현황 자료의 신빙성에 무게를 두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의도 역시 ‘선전용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4월 러시아가 전달한 첩보 내용에 “러시아에 맞서는 이는 국적과 상관없이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에 주목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의지를 표현하는 동시에 전투 과정에서 누구든 사살할 수 있는 만큼 각국 정부 차원에서 서둘러 자국 의용군 철수를 독려하라는 사실상의 압박성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신원' 없는 사망자 현황, 왜?

지난 1월 러시아 침공에 대비한 우크라 정부군과 국제의용군의 합동 훈련. [연합뉴스]

지난 1월 러시아 침공에 대비한 우크라 정부군과 국제의용군의 합동 훈련. [연합뉴스]

러시아가 두 차례에 걸쳐 의용군 사망자 현황을 알리면서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는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전장에서 적군을 사살한 경우 신상정보를 확인하는 건 기본 절차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놓고 사망자 현황이 정확하지 않거나 해당 정보를 입수한 출처가 부정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4월 러시아는 한국 국적의 의용군 7명이 참전 중이라는 첩보를 전달했지만, 당시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해 체류 중인 한국 국적자 규모를 4명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국제의용군으로 활동 중인 한국인 규모가 달랐다.

러시아가 국제 의용군 중 사망자와 출국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알림으로써 전투 현장에서의 동요를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러시아 측 발표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참전 중이거나 참전을 준비하는 의용군에게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주러 한국대사관을 통해 러시아가 공개한 현황자료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지난 4월 러시아가 첩보 형태로 전달해 온 무단 입국자 및 사망자 현황도 정부가 파악한 정보와 차이를 보였고, 이번에 공개된 의용군 현황 자료 역시 마찬가지”라며 “국제 의용군 활동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의용군이 포함된 우크라이나 부대와의 교전에서 러시아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선전하기 위한 목적의 자료 공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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