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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분야는 개방, 정부와는 소통” 샌디에이고가 ‘바이오’로 뜬 비결 들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비영리 연구기관 솔크연구소. 바이오 전시회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개최를 맞아 지난 15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에 연구소 내외부를 공개했다. 최은경 기자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비영리 연구기관 솔크연구소. 바이오 전시회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개최를 맞아 지난 15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에 연구소 내외부를 공개했다. 최은경 기자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해안 언덕에 세워진 두 개의 건물. 대칭을 이루는 두 건물 사이 넓은 뜰이 있어 시야가 확 트인다. 각각 4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1층과 3층은 휴식공간으로 쓸 수 있게 비어 있다. 미국의 유명 건축가 루이스 칸이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핵심 연구시설 중 하나인 솔크연구소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솔크연구소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나스 솔크 박사가 1960년 설립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6명 배출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연구기관으로 꼽힌다. 전문가 850여 명이 암·유전병·알츠하이머 등의 질병을 연구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산업 전시회인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기간인 지난 15일(현지시간) 이곳에서 만난 루벤 쇼 박사는 솔크연구소의 경쟁력으로 협력을 꼽았다.

노벨상 6명 배출한 ‘솔크연구소’ 

“연구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갇혀 있지 않고 서로 활발히 교류한다”는 설명이다.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동을 분야별로 따로 나누지 않았다. 휴식공간에선 언제나 열띤 토론이 이뤄진다. 이곳의 한해 예산은 1억5000만 달러(약 1900억원)로 60%는 정부 지원으로, 나머지는 외부 지원과 기술 수출 수익으로 충당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샌디에이고는 솔크연구소 같은 연구시설에서 나오는 연구개발(R&D) 경쟁력 등으로 보스턴·샌프란시스코와 함께 미국의 3대 바이오 클러스터 지역으로 꼽힐 만큼 급부상했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를 더한 캘리포니아 바이오 클러스터에는 2020년 기준 1만1000여 개 바이오 기업이 있으며 48만여 명이 종사한다.

샌디에이고 내 1500여 개 바이오 기업의 교류를 책임지는 바이오 단체 ‘바이오콤 캘리포니아’의 조 패네타 대표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정부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전기나 물을 지원하고, 산업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형성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과거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샌디에이고 클러스터에 재활용되는 물을 지원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연구에서 상업화 단계로 발전하려면 인프라뿐 아니라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와 네트워킹, 벤처 캐피털 유치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3~1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바이오 컨벤션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전시회가 열려 약 1만5000여 명이 참석했다. 최은경 기자

지난 13~1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바이오 컨벤션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전시회가 열려 약 1만5000여 명이 참석했다. 최은경 기자

샌디에이고 바이오 업계 “정부·인재·투자가 핵심”

한국에는 서울 홍릉, 인천 송도, 충북 오송, 대전 대덕, 경기 판교, 강원 원주, 대구·경북 등 전국에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이 중 송도는 최근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들의 투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바이오USA에서 만난 해외 바이오 기업들도 “인정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에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역시 바이오USA 행사장에서 취재진에 “송도와 오송 등 국내에 대형 공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송도에 세계 최대 바이오시밀러 생산시설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내부.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에 세계 최대 바이오시밀러 생산시설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내부.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각 클러스터 경쟁 아닌 협력해야”

해외 원부자재 기업들의 진출도 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 아지노모도, 독일 제약회사 머크 등이 송도에 원료·부자재 공급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 백신 원부자재 업체 사토리우스는 지난해 3억 달러(약 390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국 바이오기업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은 지난해 7월 송도에 바이오프로세스디자인센터(BDC) 열어 한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바이오기업 생고뱅은 2020년 1월 송도에 제조시설을 설립한 데 이어 최근 수요 증가로 이를 증설해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보스턴을 거쳐 바이오USA 참관을 위해 샌디에이고에 들른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보스턴과 샌디에이고 바이오 클러스터는 경쟁적 관계가 아닌 선택과 집중 구도로 발전해왔다”며 “한국 역시 지역마다 특징을 살려 경쟁보다 협력 구조로 효율성 있게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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