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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때문에 그랬다" 울먹…전처·처남댁 죽인 그날 CCTV엔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처와 옛 처남댁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경찰에 붙잡힌 A씨(49)가 18일 전북 정읍시 수성동 전주지법 정읍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전처와 옛 처남댁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경찰에 붙잡힌 A씨(49)가 18일 전북 정읍시 수성동 전주지법 정읍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법원 "도주 우려" 구속영장 발부 

"종교 때문에 그렇습니다."
18일 전북 정읍시 수성동 전주지법 정읍지원. 전처와 옛 처남댁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경찰에 붙잡힌 A씨(49)가 울먹이면서 한 말이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A씨는 ‘(범행 동기가) 종교적 갈등이 맞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전처가 특정 종교에 빠져 자녀를 돌보지 않아 홧김에 범행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아내와) 위장 이혼했다. 같이 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전재현 영장전담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구속됐지만, 그가 공개적으로 특정 종교를 범행 동기로 지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해당 사건을 다룬 기사엔 ‘OOO 문제라면 이해가 간다’ 등 댓글이 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해당 종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특정 종교에 빠져 자녀와 헤어졌다는 (피의자) 설정부터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며 “특정 종교에 빠지면 죽여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반발했다.

도대체 A씨는 왜 전처를 살해하고, 전처의 남동생 부부에게까지 흉기를 휘둘렀을까.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직원들이 지난 17일 전북 정읍시 북면 한 상점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A씨(49)는 전날 오후 5시40분쯤 이 상점 창고에서 전처 B씨(41·여)와 옛 처남댁(39·여)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현장에 함께 있던 처남(39)도 흉기에 찔려 중태다. 뉴스1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직원들이 지난 17일 전북 정읍시 북면 한 상점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A씨(49)는 전날 오후 5시40분쯤 이 상점 창고에서 전처 B씨(41·여)와 옛 처남댁(39·여)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현장에 함께 있던 처남(39)도 흉기에 찔려 중태다. 뉴스1

온몸 피투성이…"사람 죽였다" 신고 요청 

19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읍경찰서는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6일 오후 5시40분쯤 정읍시 북면 한 상점 창고에서 전처 B씨(41·여)와 옛 처남댁(39·여)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에 함께 있던 처남(39)도 흉기에 찔려 중태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A씨 부부는 20년 넘게 결혼 생활을 하다 지난해 10월 이혼했다. 대학생 아들과 미성년 딸 등 2명의 자녀를 뒀다고 한다.

회사원인 A씨는 최근까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에서 “한부모 가정에 나오는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위장 이혼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두 사람은 이혼 후에도 전주에서 함께 살았으나, 경찰은 ‘아내와 서류상으로만 이혼했다’는 A씨 주장이 맞는지 확인 중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며칠 전 A씨와 말다툼을 한 B씨가 정읍에 사는 남동생 부부 집에서 생활하다 봉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가게는 B씨 동생 부부가 폐쇄회로TV(CCTV)와 오토바이 등 전자 기기를 팔거나 고치는 곳이다. 당시 범행 장면은 가게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A씨가 B씨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다가 30여 분 뒤 갑자기 품에 숨겨둔 흉기를 꺼내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과 뒤늦게 나타난 B씨 남동생 부부에게까지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 등이다. 당시 가게 안쪽 방에 있던 B씨 남동생 부부는 B씨 비명을 듣고 창고로 달려나갔다가 흉기를 든 A씨의 기습 공격에 저항하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행 직후 달아난 A씨는 인근 마을 목장에 숨어 있다 목격자 등의 신고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A씨도 주민에게 ‘내가 사람을 죽였으니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체포 당시 A씨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다고 한다.

지난 17일 전북 정읍시 북면 한 상점 주위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A씨(49)는 전날 오후 5시40분쯤 이 상점 창고에서 전처 B씨(41·여)와 옛 처남댁(39·여)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현장에 함께 있던 처남(39)도 흉기에 찔려 중태다. 뉴스1

지난 17일 전북 정읍시 북면 한 상점 주위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A씨(49)는 전날 오후 5시40분쯤 이 상점 창고에서 전처 B씨(41·여)와 옛 처남댁(39·여)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현장에 함께 있던 처남(39)도 흉기에 찔려 중태다. 뉴스1

미리 흉기 준비…경찰, 계획 범행 무게

A씨는 “아내가 재결합 요구를 거부하자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미리 흉기를 준비해 간 점 등으로 미뤄 계획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울러 “A씨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건 맞지만, ‘종교적 갈등’과 ‘우발적 범행’ 등은 A씨의 일방적 주장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가정 불화의 원인이 여러 가지인 데다 피해자가 숨진 상황에서 A씨가 법원 양형을 염두에 두고 본인에게 유리한 말만 하고 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처가 특정 종교 신도라는 것은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사실 여부와 범행과의 연관성 등은 확인해야 한다”며 “설사 피해자가 어떤 종교를 믿든 살인을 정당화할 수 없고, 자기 잘못을 종교 쪽으로 돌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처남은 누나가 믿었다고 알려진 종교 신자도 아니다”고 했다.

경찰은 A씨 조사와 더불어 유관 기관과 협의해 A씨 부부 자녀와 숨진 처남댁 자녀 등에 대한 피해자 보호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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